국내 편의점 개수는 2023년 말 기준, 5만5580개를 돌파했어요. 편의점 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 있는 편의점 숫자와 근접한 수치로, 2024년에는 일본을 추월했을 것으로 추산되어요. 한국은 매해 1천~2천 개씩 편의점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2021년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거든요.
이럴 때일 수록 양보다 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해외의 편의점들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 보며, 한국형 편의점의 미래를 그려 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가 인정하는 편의점 강국이 되는 미래를 꿈꾸면서요.
1️⃣ 컨비니언스 웨어
소나기에 양말이 흠뻑 젖었거나, 출장지에서 갈아입을 속옷이 필요할 때 어디로 가야 하나요? 패션 매장이 문을 닫은 시간이라면요? 아마 24시간 편의점에 갈 거예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갈아입을 의류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편의점에서의 의류 판매는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 시간에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려요.
물론 수요가 명확하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패밀리마트는 여기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임시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급히 사게 되는 옷이 아니라,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러서 사고 싶어지는 옷을 판매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패션 의류를 출시하게 되죠.
그렇게 탄생한 패밀리마트표 의류 브랜드는 ‘컨비니언스 웨어(이하 컨비니웨어)’. 단순히 옷 몇 종류만 팔면서 패션 하우스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에요. 편의점 최초로 패션쇼를 열고,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직접 옷을 디자인하죠. 결국 2023년에 처음으로 매출 100억 엔(약 1,000억 원)을 넘어서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대체 디자인을 어떻게 했길래 편의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 판을 짤 수 있었을까요?
2️⃣ 컨비니언스 바
와, 이 비즈니스 모델이 왜 여지껏 없었을까요? 있을 법 한데 아직 없던 것. 여기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어요. 교토에서 시작해서 도쿄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컨비니언스 바’가 그 기회를 잘 포착했죠. 컨비니언스 바는 위스키 바예요. 위스키를 500엔(약 5천원) 정도의 잔 단위로 팔아요. 그렇다고 싼 술을 파는 게 아니라 희귀한 술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거예요.
컨비니언스 바는 술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 간소화했어요. 공간도 10평. 좌석도 바테이블 8석에 나머지는 서서 마시는 테이블. 여기에다가 안주도 팔지 않죠. 공간이 좁은 거야 그럴 수 있는데, 위스키 바에 안주가 없으면 단점 아닐까요? 그래서 편의점과 제휴했어요. 편의점에서 안주를 사와서 먹을 수 있게 한 거예요. 위치도 편의점과 문으로 연결되어 있죠.
딱 봐도, 이 조합 어울려요. 그런데 컨비니언스 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더 세져요. 얼마나 말이 되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3️⃣ 세이코마트
편의점 전성시대를 넘어 편의점 포화시대예요. 땅따먹기를 하듯 도심 곳곳에 매장을 오픈하던 편의점 체인의 기세도 어느샌가 꺾였죠. 매출액도, 점포수도 성장 둔화에 가로막힌 편의점 체인들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이때 홀로 웃고 있는 편의점 체인이 있어요.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을 제치고 8년 연속 편의점 부문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한 ‘세이코마트(Seicomart)’예요. 이 편의점은 희한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홋카이도에서만 지점을 오픈하는 데다가, 편의점 안에 주방을 만들고, 인구 소멸 도시에 떡하니 매장을 내 쇼핑 난민을 구하죠.
전형적인 편의점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홋카이도의 도민들은 이 편의점을 ‘내 편’이라 불러요. 찐팬이 사업의 성공 방식이 된 시대, 세이코마트가 사랑받는 편의점이 된 비결을 알아볼게요.
4️⃣ 패밀리마트 대만
시간의 편리함, 상품의 편리함, 거점의 편리함, 지불의 편리함 등. 지금껏 편의점의 가장 큰 무기는 편리함이었어요.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후죽순 편의점이 생겨나자 그때부터 편리함만으로 더이상 차별적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어요. 물론 편리한 건 좋지만 어디를 가나 비슷한 물건만 팔고 있다면 굳이 특정 편의점을 찾아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편리함을 넘어 다음 수순을 고민하던 편의점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패밀리마트’예요. 패밀리마트는 소비자들이 다른 편의점을 제쳐두고 찾아오게 만들어요. 매장을 하나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을 연구하면서 말이죠. 뻔한 편의점에서 벗어나 존재감을 뽐내는 패밀리마트. 이들은 편의점의 다음을 위해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5️⃣ 세븐일레븐 미국
일본에 가면 한 끼쯤은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싶어요. 속이 꽉 찬 오니기리부터 뜨끈한 어묵과 튀김, 전문 제과점 안 부러운 디저트까지. 편의점 안을 구경하며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다 보면, 그제야 비로소 ‘일본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도 합니다.
반면 미국 편의점은 어떤가요? 미국에서 편의점은 주로 목적이 확실할 때 가는 곳이에요. 주유하기 위해, 담배나 에너지 음료 따위를 사기 위해 잠시 들르는 게 전부죠. 미국에 간다고 해서 ‘한 끼는 꼭 편의점에서 먹어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미국의 세븐일레븐이 일본의 편의점처럼 목적지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신선한 스시와 당일 구운 빵, 건강한 샐러드와 따끈한 라멘을 파는 미국의 편의점이라니 상상이 되나요? 아직은 생소하지만, 곧 익숙한 광경이 될지도 모를 이야기예요. ‘세븐일레븐 미국’이 일본 편의점 사업 모델에 영감을 받아 혁신 중이거든요. 그 자초지종을 함께 알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