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책의 경쟁자가 늘어 나고, 사람들이 텍스트에서 멀어지면서 서서히 생겨난 흐름이죠. 최근 '텍스트 힙' 트렌드 덕분에 책을 구매하는 Z세대들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서점의 전성기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에요.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 서점의 미래는 정말 없는 걸까요?
책방이 불리한 시대에도 사람들이 기꺼이 찾는 서점들이 있어요. 문화적 랜드마크, 역사적 사건, 디지털화, 아트 등을 서점의 컨셉으로 끌어 들였거든요. 심지어 이 서점들은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일 정도라니까요?
1️⃣ 도운서원
“상하이 타워 118층 가지 말고, 도운서원으로 가세요"
중국 샤오홍슈 내 종종 볼 수 있는 상하이 여행 꿀팁이에요. 상하이 타워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118층에서 상하이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망대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런데, 상하이 타워 전망대에 가지 말고, 뜬금없이 서원으로 가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도운 서원은 239m 높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서점이에요. 상하이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타워가 263m이니, 서점이 거의 전망대급 높이에 위치한 셈이죠. 상하이타워 118층 전망대로 가려면 3만 원 이상 입장료를 지불해야 해요. 반면, 같은 건물 52층 도운 서원에선 최소 6천 원 커피값만 지불하면 돼요. 물론, 118m 전망대와는 높이 차이는 있지만, 52층에서도 상하이 스카이라인을 충분히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도운서원 플래그십 스토어는 대번에 상하이 인기 관광명소가 됐어요.
상하이 타워 52층에 위치한 이 도운서원은 엄밀히 따지자면 도운서원 플래그십 스토어에요. 도운서원은 상하이 세기출판그룹의 자회사에서 만든 서점 브랜드로 상하이에만 6개 지점을 갖추고 있죠. 그런데, 도운서점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점의 위치와 컨셉이 모두 달라요.
2️⃣ 이유 서점
“펜은 칼보다 강하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사상과 저술은 무력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뜻이에요. 역사상 거대 힘을 가진 독재자나 정복자들이 종교, 정치적 이유로 행한 ‘금서와 분서’가 인류 역사 초기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죠.
기원전 3세기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분서갱유, 1933년 히틀러 나치 정권이 일으킨 베를린 도서관 분서, 1966년 중국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분서 사건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어요. 종이책을 보유하기만 해도 죄가 되는 시절, 당시 현존하던 대부분 책이 불길의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책은 죽지 않았어요. 목숨을 걸고 책을 지키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 때 수많은 지식인이 중국 후난 대유산(大酉山)과 소유산(小酉山) 동굴에 책들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훗날, 이곳에 있는 책으로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지며 두 산을 가리키는 ‘이유(二酉)’는 풍부한 지식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죠.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이유 서점(二酉书店)은 2021년 5월 1일, 오픈하자마자 상하이 신흥 핫플레이스 구역인 신천지에서 꼭 가봐야 하는 명소 10위 내 이름을 올렸어요.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바, 상점들 속에서 서점이 존재감을 드러낸 비결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3️⃣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
‘발견성‘.
책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예요. 아무리 메시지가 강렬하고 스토리가 재미있다 하더라도, 독자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소용 없어요. 그래서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 내에 있는 ‘다빈치 스토어’는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방법을 궁리해요. 그 결과물 중 하나가 ‘Live Bookshelf’.
Live Bookshelf는 사이니지인데요. 누군가 책을 구매하면 해당 책을 전광판에 표시해줘요. 예를 들어 누군가 <퇴사준비생의 도쿄 2>나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을 산다면, 바로 그 순간 서점 내 사이니지에 그 책의 표지와 타이틀이 표시되는 거죠. 마치 무언가에 당첨된 책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남들은 어떤 책을 사는지 엿볼 수 있기도 해요. 별 거 아닌듯 센스있게, 디지털 기술을 아날로그적으로 풀어낸 방법이죠.
그런데 이건 일부일 뿐이에요. 다빈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80여년 된 ‘카도카와’ 출판사는 VR, AI, 프로젝션 맵핑 등의 테크를 활용해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에서 목격할 수 있는 책의, 그리고 책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의 스토리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https://maily.so/tokyonotable)와 함께 하는 콘텐츠에요. 도쿄의 새로운 뉴스를 배달해 주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와 함께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으로 떠나보아요.
4️⃣ 더 라스트 북스토어
미국의 독립 서점 입장에서는 아마존이 얼마나 얄미울까요. 온라인 배송으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아마존 북스'를 런칭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했으니까요. 여기에다가 아마존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면 경쟁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막강해지죠.
그렇다면 지역의 독립 서점은 무기력하게 설자리를 잃게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마지막 서점'으로 남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LA에서 존재감을 지키고 있는 '더 라스트 북스토어'를 들여다보면 아마존의 시대에 독립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힌트는 ‘테크’에 있지 않고, ‘아트’에 있어요. 테크로 고도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아트로 고급화시키는 것도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니까요.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해당되는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