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서점, 문화 랜드마크를 꿈꾸다

도운서원

2024.08.16






“상하이 타워 118층 가지 말고, 도운서원으로 가세요."


중국 SNS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상하이 여행 꿀팁이에요. 상하이 타워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118층에서 상하이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요. 그런데 상하이 타워 전망대에 가지 말고, 뜬금없이 서원으로 가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도운서원은 239m 높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서점이에요. 상하이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동방명주 타워가 263m이니, 서점이 거의 전망대급 높이에 위치한 셈이죠. 상하이 타워 118층 전망대로 가려면 입장료가 3만 원 이상 드는 반면, 같은 건물 52층 도운서원에선 6천 원가량의 커피값만 지불하면 돼요. 단박에 상하이 인기 관광명소가 됐죠.


도운서원은 상하이 세기출판그룹의 자회사에서 만든 서점 브랜드예요. 상하이에만 6개 지점이 있죠. 그런데, 상하이 타워에 있는 도운서점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점의 위치와 컨셉이 모두 달라요. 극장에 있어 연극, 희곡 컨셉으로 운영하는 서점부터 명나라풍 정원에 입점해 고전 문학에 초점을 둔 서점, 호수를 조망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까지. 일반적인 서점의 위치와는 다르죠. 이유가 뭘까요?


도운서원 미리보기

 서점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 랜드마크’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 1호점을 오픈한 이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서점의 풍경

 서점에서 책을 무료로 빌려주는 속셈

 왕홍 서점과 도운서원의 작지만 큰 차이는?




종서각(钟书阁)은 중국 아름다운 서점의 대명사이자 대표적인 왕홍 서점이에요. 곡선형 책장은 유리천장과 이어져 끊임없는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죠. 이 서점은 ‘책의 전당’이란 컨셉으로 2013년 상하이에서 시작했는데요. 이후 베이징, 선전, 충칭 등 대도시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지점마다 책장과 거울을 활용한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보였죠. 사람들은 종서각을 관광 명소처럼 방문했고, 종서각에 영향을 받은 다른 서점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어요.


*왕홍 서점: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홍과 서점을 결합한 단어로 매우 유명한 서점을 말해요. 


종서각 청두점 ©钟书阁  


종서각은 단순히 서점 인테리어로만 영향을 끼친 게 아니에요. 종서각의 성공은 브랜드 서점과 상업 부동산의 결합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어요. 특히 상하이 곳곳에 생겨난 쇼핑몰들이 유동인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서점을 귀빈으로 모셨어요. 서점이 쇼핑몰을 방문하기 위한 유인책인 동시에 체류시간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죠.


그뿐 아니라 유명한 서점이 있다는 것 자체로 쇼핑몰의 품격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당시 많은 쇼핑몰과 백화점은 임대료를 깎아주고 인테리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서점을 모셔갔어요. 이때부터 유명 서점들이 쇼핑몰에 입점하는 게 상업 시설 개발에 국룰이 되었죠.


하지만 이 흐름에 변화가 생겼어요. 책 말고도 시간을 보내거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서점의 입지가 줄어들었죠. 그래서 왕홍 서점의 유행도 예전만 하지 못해졌어요. 그런데 상업 시설과 왕홍 서점의 조합이 힘을 잃어갈 무렵인 2019년, 도운서원 1호점이 탄생했어요. 


도운서원은 위치가 독특해요. 상하이 번화가 쇼핑몰도 아니고, 상하이 중심가에서 차 타고 1시간 30분은 넘게 달려야 나오는 외곽지역에 자리 잡고 있거든요. 게다가 여긴 5,000년 전 신석기 문화 유적이 발굴된 관광지로 다소 생뚱맞은 위치였어요.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도대체 도운서원은 무슨 생각으로 1호점을 외딴 곳에 낸 걸까요?



#1. 도시의 문화 랜드마크를 꿈꾸다


1932년에 건축된 성 니콜라스 동방정 교회, 1926년에 지어진 시인 류아진의 생가, 100년도 더 된 역사를 가진 명나라풍 가옥, 유서 깊은 란신대극장 건물 등. 이 건축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상하이 세기출판그룹의 자회사 세기도운(世纪朵云)이 운영하는 서점이 있다는 거예요. 세기도운은 현재 9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7개는 상하이에, 2개는 각각 쑤저우시, 타이저우시에 자리 잡고 있어요. 상하이의 7개 서점 중 5개는 도운서원(朵云书院) 이름으로 상하이 외곽 지역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고요. 나머지 2개는 쓰난서국(思南书局)이란 이름으로 상하이 시내 2곳에 자리해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서점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쇼핑몰에 들어가는 방식이 손쉬운 접근인데요. 그럼에도 세기도운은 번화가가 아니라 외곽을 택했죠. 이를 이해하려면 도운서원이라는 이름부터 짚어봐야 해요. 


도운서원은 서점 대신, 서원이라 이름을 붙였어요. 서원은 전통 교육 기관으로 과거 학자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연구하던 장소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과거 서원처럼 문화와 학문의 융합을 도모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이름을 지었어요.


도운서원은 옛날에 서원이란 공간이 ‘책'을 매개로 사람들을 모았던 것처럼 도시 문화 랜드마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초고층 빌딩과 마천루가 경제 성장을 알리는 지표이면서 동시에 도시 대표 랜드마크가 되듯, 도시의 수준 높은 서점 역시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도운서원은 서점+ 모델로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태와 결합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우린 ‘삼위일체' 회사로 정의해왔습니다. 단순 도서 배급업자가 아니라, 문화 서비스 제공자이자 공간 운영자예요."

-세기도운 대표 매니저, 린윈에서


그러니 해당 도시의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컨셉 기획과 전략적인 입지도 중요해요. 쇼핑몰 대신 상하이의 외곽 지역 혹은 오래된 건물에 입점한 것은 도시의 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죠. 또한 건축에 녹아들어 진정한 도시의 문화적 랜드마크가 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랜드마크로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도운서원이 그리는 그림이죠. 그럼, 상하이 내 도운서점들을 살펴볼까요?



도운서점 지점들 ©世纪朵云  



#2.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 1호점을 차린 이유


광푸린 문화유적단지 ©广富林   


상하이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 30분정도 가면 광푸린(广富林)이라는 곳이 나와요. 잔잔한 푸린 호수에 지붕만 나와 있어, 집이 물에 잠긴 듯한 모습을  건축물이 유명하죠. 내부에 들어가면 수면보다 더 낮은 곳에서 박물관 전시를 구경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고요.


광푸린은 상하이에서 발굴 규모가 가장 큰 고고학 유적지로, 5,000여 년 전 신석기 유물이 대거 발견된 곳이에요. 상하이는 고대 작은 어촌이었고 현대적인 도시 발전은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만큼, 의미 있는 유물 발굴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당시 큰 화제였죠.


이 발굴을 계기로 광푸린은 상하이의 뿌리라고 불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고대, 중세 도시의 흔적 역시 발견되면서 이곳이 과거에 문화적으로, 상업적으로 번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이를 바탕으로 당나라식 사찰이나 명나라 혹은 청나라 시대의 고대 건축물을 고증해 2018년에 광푸린 문화유적 단지를 공개했어요. 도운서원 1호점은 이 광푸린 문화유적 단지에서 시작했어요. 명나라 서원 양식을 그대로 옮겨온 이곳에 서재, 강의실, 전시관 등 여러 가지 문화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죠.


도운서원 광푸린 1호점 수운향 ©김마야


ㅁ자 형태로 2층 누각으로 지어진 건물엔 각각 송석경(松石境)과 수운향(水云乡)이라 불리는 중앙 정원이 있어요. 송석경엔 소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고, 수운향엔 커다란 인공 연못 위에 물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구름 조형물을 띄어놓았죠. ‘구름 한 덩어리’를 뜻하는 도운(朵云)의 브랜드명을 드러냄과 동시에 고대 한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인 ‘소나무와 구름 한 점’을 표현한 거예요.


또한, 이 구름은 광푸린이 위치한 송장 지역의 옛 이름인 운간(云间)과도 관련이 있어요. 구름 속의 고요한 마을을 뜻하는데 당시 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평온한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해요. 도운서원이 굳이 상하이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1호점을 시작한 것도 상하이의 근원에서 시작해 상하이 전역으로 문화 랜드마크를 확산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어요.


도운서원 광푸린 1호점 ©김마야  


고전문학, 사회과학, 서예 미술, 생활여가 분야 등의 약 6,000종 이상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송강 지역 고전시가나 인문학 또는 역사서의 비중을 높여 광푸린의 지역성을 드러내죠. 도서 이외에도 이곳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서예, 화풍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요.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서원 내에 구경거리가 많으니 광푸린에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부담 없이 이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도운서원은 이후 지점마다 건축물 또는 지역과 연관 있는 서적들을 중심으로 지점별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설계해요. 가령, 상하이 도심에는 유서 깊은 란신대극장(兰心大剧院)에 도운서원 연극점이 자리 잡았어요. 연극을 주제로 한 이 서점은 약 12,000여 권의 극문학, 영화 관련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죠.


도운서원 연극점 ©世纪朵云  


도운서원 연극점 ©世纪朵云  


서점 곳곳엔 무대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비교적 낮은 높이의 책장들은 무대를 연상시켜요. 3층엔 소극장이 있어 대본 낭독회, 연극 동호회 이벤트나 워크숍 프로그램 등이 상시 진행되고 있어요. 음악과 춤 등 연극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깊이 있게 배우는 세미나도 열어 연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죠.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처럼 도운서원은 입지 선정을 할 때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서점을 입점시키기보다, 문화 가치가 있는 장소를 우선적으로 선정해요. 그리고 그 장소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역사 등을 바탕으로 건축물에 철학을 반영하죠. 해당 지역과 건축물의 인문학적 가치를 반영해 브랜드 감도를 높이는 거예요.



#3.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서점


상하이 타워 52층에 위치한 도운서원 플래그십 스토어 ©世纪朵云  


“고개를 숙여 책을 읽고, 고개를 들어 구름을 바라보세요. (抬头看云,低头读书)”


도운서원 플래그십 스토어가 제안하는 말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도운서원 플래그십 스토어는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상하이 타워 52층에 있죠. 도운서원은 2019년 이곳에 매장을 내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켜요. 우선 하늘과 가장 가까운 서점이란 점에서 브랜드명인 ‘도운’을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시켰고요. 상하이 대표 랜드마크인 상하이 타워 이미지를 레버리지해 자연스레 도운서원을 문화 랜드마크로 연상하는 효과를 낳았어요.


상하이의 전망을 볼 수 있는 하늘과 가까운 서점이라 인기가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0%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죠. 물론 서점 방문은 무료예요. 하지만 상하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카페로 가려면 음료를 구매해야 하죠.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는 한화 기준 약 6천 원대예요.


먼저 전망대 카페로 가볼까요? 이곳은 공간이 널찍하고 채광이 좋아 공중정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창가를 따라 죽 이어지는 바 테이블을 포함해 노트북 작업하기 널찍한 테이블 등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카페에서 일하는 코피스족들에게도 인기죠.


도운서원 전망대 겸 카페 ©김마야  


이번엔 서점 내부 공간을 살펴볼까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화이트톤 공간이 나와요. 반투명한 책장의 하단부를 아치 형태로 만들면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이는 마치 겹겹이 쌓인 산의 형상을 하고 있어요. 인테리어 팀은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서서 창밖을 보며 상하이 황포강이 흐르는 모습을 관망했을 때 마치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을 받았대요. 그래서 산과 같은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뷰를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도로, 하늘과 도시를 서점 디자인 일부로 보고 설계했죠.


도운서원 화이트톤 공간 ©김마야  


화이트톤 서적 공간만 보면 규모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도운서원을 하나의 원으로 볼 때 절반은 화이트톤 공간, 나머지 절반은 블랙톤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직 나머지 반이 남아 있죠. 화이트톤 서고들을 뒤로 하고 조그맣게 나있는 복도를 지나면 어두운 동굴을 연상하는 블랙 공간으로 이어져요.


©김마야 도운서원 블랙톤 공간 


©김마야 도운서원 블랙톤 공간 



도운서원 블랙톤 공간 ©김마야


화이트톤 서가가 바깥세상이라고 하면, 블랙톤 서가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를 뜻해요. 끊임없이 연결되는 원형 책장들 덕분에,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죠. 인테리어 팀의 설명에 따르면 각각 독립적이지만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유 속에서 자유롭게 헤매며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했다고 해요.


책 배치도 달리했어요. 화이트톤 서고엔 주로 중국 명사들이 추천하는 도서, 평점이 좋은 서적들 위주로 책을 진열했고요. 블랙톤 서고에는 도운서원과 함께 협업하는 런던리뷰북숍*에서 큐레이션한 도서들로 진열했어요. 공간과 책 진열을 통해 흑과 백, 음과 양의 조화,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드러내는 것을 의도했죠. 그런데 런던리뷰북숍과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다른 곳에서도 런던리뷰북숍의 활약을 볼 수 있죠.


* 런던리뷰북숍: 영국 문학 비평 저널을 발행하는 런던리뷰오브북스(London review of books)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에요.


도운서원은 도운서원 이름을 단 지점 이외에 쓰난서국(思南书局)이라고 낸 두 지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도운서원이 위치와 컨셉 선정에서 중국 고전과 인문학적 가치를 염두에 뒀다면, 쓰난서국은 프랑스 조계지 유럽식 가든 타운에 자리 잡고 있어요. ‘시'를 테마로 한 쓰난서국 또다른 지점은 쓰난서국 본점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성 니콜라스 동방 정교회를 리모델링해 입점했고요.


쓰난서국 시가점, 동방정교회를 리모델링 ©世纪朵云  


쓰난서국 시가점 ©世纪朵云  


쓰난서국엔 중국 서적을 포함해, 런던리뷰북숍에서 선정한 도서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어요. 물론 이 역시 도운서원의 기존 철학인 인문학 가치가 있는 장소에 입점해 그 가치를 서점이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에 부합해요. 조계지 설치 자체는 아픈 역사이지만, 이를 통해 서양의 문물이 상하이에 퍼졌던 것처럼 쓰난서국 역시 책을 통해 서양 문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쓰난서국 내 런던리뷰북숍 코너 ©김마야 


쓰난서국 내 곳곳에 마련된 독서 테이블 ©김마야  


쓰난서국 서고 ©김마야 


또한 쓰난서국은 서점이지만 북카페의 역할도 함께 겸하고 있어요. 책장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좌석들이 있는데 음료를 주문하면 최대 세 시간앉아 독서를 하고 갈 수 있거든요. 고객의 입장에선 커피 한 잔 값으로 필요한 서적 내용 핵심 정도는 훑어볼 수 있고요. 서점 입장에서도 음료 판매를 통해 지금은 핵심 고객층이 아닌, 잠재고객들을 일단 붙잡아 둘 수 있죠. 


그런데 이 경우엔 음료 가격이라도 남는데, 또 다른 도운 서점 한 지점에선 아예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역할도 겸해요. 책을 팔아야 하는 서점에서 책 대여 서비스도 제공한다니, 대체 무슨 의도인 걸까요?



#4. 호수 서점 & 도서관


도운서원 띠쉐이호점 ©世纪朵云  


“고개를 숙여 책을 읽고, 고개를 들어 호수를 바라보세요. (抬头看湖,低头读书)”


이번엔 구름 대신 호수래요. 도운서원 띠쉐이호점에선 높이 20m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호수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어요. 개방형 공간 레이아웃으로 설계해 띠쉐이호 호수와의 연속성을 강조했죠. 공간 내엔 누구나 책을 편하게 읽고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넉넉하게 배치했고요. 이 정도 호수뷰 맛집이면 아예 책을 사서 여기서 하루 종일 머무르면서 읽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 정도죠.


도운서원 띠쉐이호점 ©世纪朵云  


도운서원은 여기서 한술 더 떴어요. 마음껏 책을 읽고, 만약 다 읽지 못한 책은 무료 대여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요. 사람들은 매장 내 기기를 통해 대여용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총 3가지 종류 대여 카드를 선택할 수 있어요. 각각 99위안, 520위안, 999위안의 보증금을 내고 발급받을 수 있죠. 보증금이 큰 대여 카드일수록 빌릴 수 있는 책 수량과 대여 기한이 길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999위안 보증금을 낸 경우 최대 5권까지 빌릴 수 있고 최대 28일까지 이용할 수 있어요. 만약 정해진 기한에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료가 보증금에서 차감되고요. 물론 보증금은 이용을 원치 않을 때 언제든지 환급받을 수 있어요. 서점이 무료로 책을 대여한다면, 책 판매 매출은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해요. 그럼에도 도운서원이 도서관 역할을 같이 겸하게 된 것은 이곳 테마인 ‘미래'와 관련이 있어요.


도운서원 띠쉐이호점은 상하이에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신도시에 있는데요.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는 앞으로 있을 개발과 도시화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곳이죠. 이에 SF 공상 소설, 천문학 및 자연과학, 인공지능 등 미래와 관련된 특별 서고가 마련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미래와 도서관이 무슨 상관있냐고요? 미래는 곧, 젊은 세대의 지적 탐구에 달려 있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상상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지식을 개방한다는 의도를 담았어요. 실제로 도운 서점 띠쉐이호 매장은 개장 당일, 주변 10개 초중고교 대상으로 약 1만 장 독서 카드를 선물했어요.



#5. 왕홍서점과 다른 점


기존의 왕홍 서점과 도운서원의 차이를 가른 건 공간 철학의 유무예요. 종서각 등 1세대 왕홍 서점은 심미적인 인테리어를 통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그 아름다움이 사진에 담기는 순간 그 공간에 다시 방문할 이유가 없어져요. 도운서원 역시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지만, 입지나 지점별 운영 전략에서 확고한 철학을 느낄 수 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일반인들의 재방문도 높은 편이에요.


이처럼 도운서원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서점으로 리모델링하고 서점을 통해 문화 헤리티지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도운서원이 추구하는 문화 랜드마크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철학, 건축물 그리고 고객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 사람들 마음속에 자연스레 자리잡을 수 있어요. 도운서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이를 알고 있죠. 


“서점은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상생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고전과 현대적 요소가 결합한 서원으로 상하이 문화 기념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상하이 세기 출판 그룹 부사장 평위국


서점은 ‘문화의 명함’ 역할을 해요. 그래서 서점이 많을수록 도시의 문화 수준도 높아보이죠. 상하이의 문화 랜드마크이자 오프라인 서점의 미래형 모델을 그려나가는 도운서원의 행보가 커질수록 상하이의 문화적 풍경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도운서원의 다음 랜드마크가 기대되는 이유예요.






Reference

世纪朵云 공식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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