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음주는 백해무익이지만, 적당한 취기는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여럿이 모여 기분을 낼 때 윤활제 역할을 하죠. 다양한 술 중에서도 '칵테일'은 파티에서 빼 놓을 수 없는데요. 다채로운 맛과 알록달록한 비주얼로 흥을 돋워주거든요.
그런데 칵테일의 단점이 하나 있어요. 다양한 재료와 레시피, 바텐더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만큼 간단히, 어디서나 즐기기 어렵다는 의미죠. 그런데 최근 칵테일의 문턱을 낮춰 대중화를 이끄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칵테일 서빙 형태부터 제형까지, 남다른 보법의 칵테일 브랜드들을 소개할게요.
1️⃣ 왓
2019년, 타이베이 신이에 한 칵테일 바가 문을 열었어요. 이름은 왓(WAT). 일반적인 칵테일 바가 아니었어요. 바텐더의 무대인 바가 없고, 무슨 편의점에 들어온 것처럼 병에 담긴 칵테일들이 냉장고에 가득 있었죠.
바를 없앤 대신 DIY 공간이 있었어요. 여기엔 소다, 토닉워터, 콜라 자판기가 있어 고객은 스스로 ‘바텐더’가 될 수 있었어요. 공간 어딘가에 있는 슬롯 바를 찾아 당기면 숨어있던 ‘스피크이지 바’도 모습을 드러냈죠. 상상을 뒤엎는 이중 공간으로 왓은 단숨에 대만에서 가장 트렌디한 바로 올라섰어요.
그런데 2022년. 왓은 DIY 공간도 스피크이지 바도 없애버려요. 그리고 사람들이 신나게 놀다갈 수 있는 매장으로 모습을 바꾸죠. 모든 매장을 이렇게 일괄적으로 바꾼 것도 아니고 지점마다 매장 디자인도, 술을 마시는 방법도, 칵테일의 맛도 다르게 설정한 거예요.
이유가 뭐냐고요? 칵테일의 고정관념을 보란듯이 벗어나, 대만에서 가장 트렌디한 바로 올라선 왓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2️⃣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
틀을 깨면 업계가 진화해요. 타이베이의 칵테일 바 씬(Scene)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죠. ‘드래프트 랜드(Draft Land)‘는 칵테일 바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바텐더를 없앴어요. 대신 칵테일을 미리 만들어서 탭으로 내려 마실 수 있게 한 거예요. 마치 맥주를 탭에서 내려 마시듯이요.
동시에 어려운 이름, 비싼 가격 등 칵테일과 고객 사이를 가로 막던 문제들까지 해결했어요. 심지어 칵테일과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테이크아웃으로만 즐길 수 있는 매장과, 대낮부터 칵테일을 파는 스핀오프 매장인 ’데일리 바이 드래프트 랜드(Daily by Draft Land)‘도 런칭했죠.
이처럼 칵테일과 고객 간의 거리를 좁히자, 칵테일 바의 설 자리가 넓어져요. 그렇다면 칵테일 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칵테일 바 씬의 풍경을 바꿔나가고 있는 드래프트 랜드로 함께 가볼까요?
3️⃣ 니오 칵테일
퇴근길에 집 앞의 우편함을 열어 봅니다. 그런데 편지 대신, 엽서 모양의 ‘칵테일’이 있다면 어떨까요? 엽서 사이즈와 모양의 납작한 칵테일이 들어 있다면요.
다소 엉뚱한 이 광경, 이태리나 영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레터박스 칵테일’을 만드는 ‘니오 칵테일(NIO Cocktail)’이 있거든요. 2017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시작한 니오 칵테일은 사각형 모양의 납작한 종이 박스 안에 칵테일 파우치를 넣어 판매하고 있어요. 우편함에 쏙 들어가기 좋은 형태죠.
패키지 디자인만 혁신을 한 게 아니에요. 칵테일의 맛과 칵테일을 마시는 방법까지 바꾸어 놨는데요. 단순히 납작한 칵테일, 배송이 쉬운 칵테일을 넘어 RTD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니오 칵테일. 니오 칵테일은 어쩌다 이런 칵테일을 개발했을까요?
4️⃣ 스미스 앤 싱클레어
페인트 통을 땁니다. 붓을 통 안에 넣어 파란색 페인트를 묻힙니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잔 안쪽을 붓으로 파랗게 칠합니다. 그 다음에 진(Gin)을 따릅니다. 아니 페인트에다가 술을 따르다니 뭐 하는 장난이냐고요? 칵테일을 만드는 중이에요. 파란색 페인트가 진과 섞이면 그 술을 칵테일처럼 마실 수 있죠. ‘먹을 수 있는 페인트’ 사용법입니다.
이 먹을 수 있는 페인트는 콜라보 결과물이에요. 어른을 위한 칵테일 젤리를 만드는 ‘스미스 앤 싱클레어’와 보석같은 파란색 병이 특징인 진 브랜드 ‘봄베이 사파이어’가 함께 개발했어요. 이렇게 하니 술잔 안쪽에 페인트를 칠하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영롱한 푸른색이 진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더 맛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뿐 아니에요. 스미스 앤 싱클레어는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데 앞장서고 있어요. 술에 타 먹는 반짝이 가루를 선보이기도 하고, 막대 사탕에 묻혀 먹을 수 있는 칵테일 가루를 내놓기도 하죠. 칵테일 젤리를 만드는 회사가 왜 이런 일까지 하냐고요?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을 이해하고 나면, 스미스 앤 싱클레어의 매력에 취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