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 어려워 보이는 일이지만 아직 가능한 일이에요. 우리에게는 '라면'이 있기 때문이죠. 라면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좀처럼 1천원 선을 넘는 일이 없어요. 물론 가게에서 먹는 라면의 경우 수천원에 이르지만, 다른 외식 메뉴들에 비해 여전히 저렴한 선택지예요. 그런데 라면의 저렴한 가격은 기본값일 뿐, 경쟁력이 되기는 어려워요. 국내 시판 중인 라면만 500종 이상인 상황에,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이기 때문인데요. 이에 라면 브랜드들은 가격 외에 승부처를 찾아야 해요. 많은 라면 브랜드들이 ‘브랜딩’에 투자하는 이유예요. 해외에서도 라면 브랜드들의 이유 있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재밌어서, 신기해서, 궁금해서 찾게 만드는 사례들을 소개할게요. 1️⃣ 바이샹 한국에 민트초코 논쟁이 있다면 중국에는 고수 논쟁이 있어요. 독특한 향이 나서 호불호가 강한 고수를 좋아하는 고수단과 화장품 맛이 나는 걸 왜 먹느냐는 반고수단의 격렬한 논쟁이 한창이죠. 이 고수 논쟁에 더 화끈하게 불을 지펴 화제가 된 브랜드가 있어요. 고수가 한 움큼 들어 있는 ‘초고고고고고고수라면’을 만든 ‘바이샹(白象)’이에요. 바이샹은 최근 신선을 넘어 파격적인 신제품과 특정 소비자를 뾰족하게 타깃하는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어요. 허베이성 인근에서 통하던 지역의 라면 브랜드가 SNS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화제의 중심에 서는 데 성공한 거죠. 1997년 창립하여 올해 27년 차를 맞이한 이 브랜드는 지금, Z세대가 열광하는 신선하고 젊은 브랜드가 되었어요. 작은 시장, 심지어 강경한 반대파가 있는 시장이라도 확실하게 집중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지방의 작은 라면 회사에서 업계 3위까지 올라선 라면 브랜드, 바이샹의 이야기를 알아 볼까요? 2️⃣ 오 마이 도트 로봇 레스토랑은 실험이자 시험이에요. 공간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실험인 동시에, 인구 절벽이 가져올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니까요. 인구 구조의 변화는 F&B 산업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산업 통계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죠. 일본의 노동인구는 2000년 이후 평균 1%씩 감소해 왔어요. 게다가 젊은층은 체력적 부담이 큰 식당 대신 편의점 등을 더 선호했죠. 실제로 2023년 4월에 실시한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음식점 비율이 85%에 달해요. 전체 업종의 평균인 30%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예요. 그래서 로봇 도입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장기화된 인력난에 대응하는 진지한 해결책이에요. 일본은 이 시험대에 먼저 올랐고, 그만큼 실험의 진도도 앞서 있어요.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오 마이 도트’가 대표적이죠. 그렇다면 최신 기술을 접목한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힌트는 ‘로봇 친화적 모듈화’에 있어요. 3️⃣ 마마 포스트잇, 엘리베이터, 보톡스.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보통명사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포스트잇은 3M의, 엘리베이터는 오티스의, 보톡스는 앨러간의 제품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각 제품들이 너무 유명해지면서 상품 카테고리 전체를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죠. 태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어요. 바로 ‘마마’라는 단어인데요. ‘마마’는 라면 브랜드 이름인데, 마마 라면이 워낙 유명해지면서 마마가 라면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어요. 마마는 태국 라면 시장 중 약 48%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대기업으로, 똠얌꿍, 그린커리, 매운 바질 볶음면 등 각종 태국의 맛을 라면으로 만들어 판매해요. 그런데 마마가 2022년부터 재밌는 시도를 시작했어요. 마마의 라면을 활용한 식당, ‘마마 스테이션’을 연 거예요. 그런데 매장을 하나 오픈할 때마다 컨셉과 메뉴가 달라져요. 게다가 2023년에는 라면을 고급 요리로 승화시킨 ‘크레이즈 마마’라는 레스토랑까지 런칭하며 화제몰이를 해요. 마치 실험하듯 라면 가게를 오픈하는 마마의 전략, 과연 자충수일까요 아니면 신의 한 수일까요? 4️⃣ 웅치 라멘 가게인데 이름이 특이해요.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라멘 가게’, ‘세상에서 가장 바쁜 라멘 가게’, ‘라멘 대전쟁‘, ’젠장 할아버지의 마지막 한 방‘과 같은 식이죠. 각각의 컨셉은 분명한데요. 대표로 한 가지만 살펴보면, 세상에서 가장 한가한 라멘 가게는 라멘집에서는 빠르게 먹고 일어나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만들었어요. 라멘을 천천히 먹은 후 오래도록 머무르면서 술이나 음료까지 한 잔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특이한 이름의 라멘 가게들을 하나의 회사에서 운영해요. ‘웅치’라는 곳이에요. 재밌는 건 이 회사 이름의 뜻인데요. 웅치는 일본어로 똥이에요. 아이들이 귀엽게 쓰는 말로 한글로 의역하자면 ‘응가’ 정도의 어감을 가지고 있죠. 당혹스러울 수 있는 이름인데 그 의미를 듣고나면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요. 음식을 먹는 과정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거든요. 이름에서부터 이 회사가 범상치 않다는 인상을 받으셨다면 감이 좋은 거예요. 그렇다면 이 라멘 가게가 얼마나 희한한지 한 번 살펴볼까요? 5️⃣ 긴노부도 일본은 라멘 가게 천국이에요. 통계적으로 동네에 편의점이 2개 있으면 라멘 가게가 1개는 있으니까요. 소비자 입장에서야 선택지가 많으니 나쁠 게 없어요. 하지만 라멘 가게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니 차별화가 필요하죠. 일본 전역에 32,000개의 라멘 가게가 각축전을 벌이다 보니 각양각색의 라멘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던 라멘이 있어요. 바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통째로 들어간 라멘이에요. 이 라멘은 오사카의 중화소바 전문점 ‘프랑켄’에서 개발한 메뉴로, 프랑켄은 이후에도 쇼트 케이크 라멘, 초콜렛 라멘 등 이색적인 메뉴를 선보였죠. 아무리 차별화를 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힌트는 프랑켄을 비롯해 8개의 라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모회사 ‘긴노부도‘의 경영 방식에 있어요. 긴노부도가 운영하는 라멘 가게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