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인구 1명당 가장 많은 수의 공공 수족관을 보유한 나라예요. 아쿠아리움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죠. 섬나라의 특성상 바다와 가까운 문화와 역사를 쌓아 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일본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수족관들을 찾아볼 수 있어요. 그 중에는 전국구, 심지어는 해외에서까지 유명한 수족관도 있어요. 오키나와의 ‘추라우미 수족관’이 대표적이에요. 추라우미 수족관은 일본 최대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족관으로, 오키나와의 신비롭고 거대한 해양 생태계를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에요. 지상 최대의 물고기 고래상어와 세계 최초로 인공 번식에 성공한 만타가오리가 이 곳의 아이콘이죠. 추라우미 수족관은 ‘최대’, ‘최초’ 등의 타이틀과 희귀한 생물로 매년 3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어요. 그런데 꼭 추라우미 수족관처럼 엄청난 규모에, 흔히 볼 수 없는 해양 생물을 보유하는 것만이 수족관의 경쟁력일까요? 보란 듯이 작은 규모로, 심지어 흔한 수중 생물로도 존재감이 빛나는 수족관들이 있어요. 집객을 넘어 관객을 압도하는 ‘몰입’을 부르면서요. 구경이 아닌 몰입하게 되는 수족관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1️⃣ 아트 아쿠아리움 뮤지엄 긴자 도쿄 긴자에는 ‘금붕어’ 하나로 승부하는 수족관이 있어요. ‘최대 어종’, ‘최대 규모’, ‘최초 전시’ 등 확실한 차별화를 꾀해도 모자랄 판에, 집에서도 기를 수 있는 금붕어라뇨. 그런데도 이 수족관, 방문객이 끊이지 않아요. 남녀노소 할 것 없는 건 물론이고,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엄청난 몰입도로 푹 빠져 전시를 감상해요. 이름은 ‘아트 아쿠아리움 뮤지엄 긴자.’ 아트 아쿠아리움의 인기 비결은 금붕어라는 소재를 예술과 일본의 전통 문화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데에 있어요. 익숙한 금붕어지만 흔히 볼 수 없는 금붕어를, 오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미래적으로 전시하거든요. 일본의 전통 문화를 가미했는데, 미래적이라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릴 지 몰라요. 하지만 그 모순이 곧 이 수족관의 경쟁력이죠. 무엇을 전시하느냐보다, 어떻게 전시하느냐가 독보적 차별점이 된 수족관, 아트 아쿠아리움 뮤지엄 긴자로 함께 떠나볼까요? 2️⃣ 요코하마 포춘 아쿠아리움 운세나 미래를 알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문이나 잡지에 쓰여있는 별자리 운세를 읽거나, 타로 카드점을 봐주는 타로 마스터를 찾아가면 돼요. 요즘은 모바일 운세 앱도 많고요. 그런데 이럴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요코하마 포춘 아쿠아리움’이에요. 운세를 보고 싶은데 왜 아쿠아리움에 가느냐고요? 여기서는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 생물들이 운을 봐 주거든요. 말도 하지 못하는 수중 생물들이 어떻게 미래를 점쳐줄까 싶지만, 이 아쿠아리움은 운세에 진심이에요. 이곳에 가면 관계운부터 연애운까지, 6가지의 운을 전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포춘 아쿠아리움이 운세만 보고 나오는 곳은 아니에요. 운세를 확인하다보면 저절로 수중 생물들의 특성을 기억하게 될 테니까요. 아쿠아리움과 점집을 반반씩 섞은 ‘아쿠아리움 점집’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3️⃣ AOAO 삿포로 2023년 7월, 삿포로 도심 한복판에 수족관이 문을 열었어요. 이름은 ‘AOAO 삿포로’. ‘아오(Ao)’는 일본어로 ‘푸른(靑)’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아요. 이름처럼 콘크리트 숲 사이에 푸른 바다 같은 공간을 연출했어요. 그런데 이 수족관, 차별적 경쟁력이 뭘까요? 최다 수종 혹은 최대 규모를 내세우지도 않고, 대단히 독특한 수중 생물들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아요. 물론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쇠푸른 펭귄’이나 바위를 뛰어다니는 습성이 있는 ‘바위뛰기 펭귄’ 같은 간판스타들이 있지만요. 이곳의 차별적 경쟁력은 수족관의 전시에 대한 ‘관점’을 바꾼 데 있어요. AOAO 삿포로는 3개 층에 걸쳐 있는데요. 각 층을 ‘연결(Connect)’, ‘관찰(Scope)’, ‘광장(Commons)’이라는 테마로 구분했어요. 벌써부터 의미 심장하죠. 여기에다가 아무도 전시의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들을 전시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의 아름다움을 조명하기도 해요. ‘관점의 전환’이 무기인 이 도심형 수족관,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4️⃣ 니프렐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어렸을 때는 길가의 꽃이나 벌레, 어항 속의 물고기를 보면 호기심을 갖고 만지고 싶어했던 경험이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들에 점점 흥미를 잃고 결국엔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죠. 전시관인 ‘니프렐’은 이 점에 주목했어요. 세월에게 빼앗긴 그때의 감성을 다시 살리기로 했어요. 그렇게 등장한 니프렐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독특한 단어를 찾을 수 있어요. 바로 ‘인터랙티브 아쿠아주(Interactive Aquazoo)’예요. 여러 단어를 조합한 말처럼 다양한 수중 생물과 동물, 그리고 인터랙티브 아트까지 한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죠. 기획 초기부터 일반적인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전시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선보인 전시관이에요. 이렇게 상식을 깬 니프렐은 2015년 개관 이후, 4년만에 방문객 500만 명을 기록했어요. 그렇다고 니프렐이 규모로 승부하는 건 아니에요. 니프렐은 연면적 1,058평으로 2개층으로만 이루어진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전시관이에요.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연면적이 2,878평이니, 절반 정도의 크기죠. 아쿠아리움, 동물원, 미술관까지 있는 전시관인데도 불구하고 2층뿐인 작은 면적으로 만든 이유가 뭘까요? 그에 대한 힌트는 니프렐의 전시관에서 찾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