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여행업계의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이라 불리던 에어비앤비가 여행업계에 등장한지도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요. 이제 에어비앤비의 공유 숙박 서비스는 '놈(Norm)'이 되었어요. 에어비앤비 이후 에어비앤비와 닮은 듯 다른, 많은 공유 숙박 서비스들이 생겨났죠. 어떤 서비스는 버티컬 플랫폼으로, 어떤 서비스는 에어비앤비의 단점을 보완하며 틈새 시장으로 진출했는데요. 로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숙소를 넘어 도시인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렌트가 아닌 홈 스와핑이 공유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공유 숙박으로 여행 경험에 크고 작은 혁신들을 만들어 가는 여행업계의 서비스들을 만나 볼까요? 1️⃣ 손더 여행할 때 호텔을 선호하시나요, 에어비앤비를 선호하시나요? 아마 여행의 예산이나 목적, 동행인 등에 따라 다를 거예요. 그런데 어떤 것을 선택해도 아쉬움이 남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에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니까요. 공유 숙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로컬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호스트가 개인이다 보니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죠. 반면 호텔은 하우스 키핑, 어메니티 등의 서비스가 좋아요. 특히 프랜차이즈 호텔의 경우 전 세계 어딜 가든 일관된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죠. 정형화된 객실이 아쉬울 순 있지만요. 그런데 여기, 호텔과 공유 숙박의 장점, 심지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함까지 장착한 숙소가 있어요. 2014년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한 ‘손더’예요. 현재는 전 세계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1만 8천여 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호스피탤리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그렇다면 손더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호텔과 공유 숙박의 장점만을 흡수한 걸까요? 2️⃣ 언요크드 산더미처럼 쌓인 일, 부대끼는 인간관계, 퀭하고 피곤한 얼굴. 바쁜 도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에요. 만약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고 잠시 도시에서 사라질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시드니에서 시작된 언요크드(Unyoked)는 실제로 이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해요. 누구나 외딴곳에 있는 캐빈을 은신처 삼아 자발적으로 고립될 수 있죠. 요즘 같은 초연결 시대에 누가 제 발로 wifi도 없는 황야로 가냐고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서비스 출시 48시간 만에 몇 개월 치 예약을 마감시키고 수천 명의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었으니까요. 2016년 이후 누적 숙박일수만 35,000일에 달해요. 그런데 정작 창업자들은 이건 숙박 서비스업이 아니라고 해요. 주문형 자연 경험을 서비스하는 ‘자연 회사’라고 부르죠. 그 밖에도 출발 전까지 숙박 시설의 위치를 일부러 숨기거나, 음반을 발매하는 등 독특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도시에서의 해방을 꿈꾸던 직장인이 대체 어떤 은신처를 만든 건지 함께 알아볼까요? 3️⃣ 힙캠프 캠핑은 불편함을 전제에 깔고 있어요.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숙식을 하는 거니까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해야할 일도 많아요. 텐트를 쳐야 하고, 요리를 위한 불도 직접 피워야 하고, 물도 아껴써야 하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도 어렵고, 화장실도 멀리 다녀야 해요. 호텔이나 리조트 대비 불편한 게 당연하죠. 그렇지만 이러한 불편함을 가지고 캠핑족이 불만을 갖진 않아요. 그게 캠핑이니까요. 불편함보다 자연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황홀함이 더 크니 기꺼이 감수하죠. 정작 캠핑족들을 힘들게 한 건 따로 있었어요. 캠핑 그 자체가 아니라 캠핑장을 찾고, 주변의 부대 시설이나 즐길거리 관련 정보를 얻는게 어려웠죠. 힙캠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힙캠프의 창업자 알리사 라바시오는 자신이 캠핑을 하며 겪었던 불편함을 없애고자 힙캠프를 만들었어요. 캠핑 수요가 넘쳐 나는데도 불구하고 정보가 파편적으로 존재하고, 심지어 만성적으로 캠핑장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힙캠프는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4️⃣ 킨드레드 여행을 떠나면 집이 빕니다. 그렇다면 이 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준다면요? 집의 효용이 높아질 수 있겠죠. 에어비앤비를 통하면 수익을 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킨드레드’는 빈 집을 에어비앤비랑은 다르게 접근했어요. 돈을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무료로 집을 내어주고 그 기간만큼 남의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크레딧을 갖게 되는거죠. 집을 교환하는 ‘홈 스와핑’이에요. 이렇게 하면 여행을 할 때 숙박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요. 이론적으로는 누군가 자기 집에 계속 머무른다면 그 크레딧으로 숙박비 없이도 남의 집에 머무르면서 계속해서 여행을 할 수 있죠. 그렇다면 2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어요. 하나는 에어비앤비로 수익을 내서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 또다른 하나는 자기 집은 허름한 걸 빌려주고 남의 집은 좋은 곳만 골라서 머무르면 어떻게 하냐라는 우려. 킨드레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킨드레드가 설계한 방식을 보면, 철학이 있으면서도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