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중에는 '지라시스시(ちらし寿司)'라는 메뉴가 있어요. '지라시'란, 일본어로 '흩뿌리다'라는 뜻인데요. 우리가 흔히 길거리에서 뿌리는 광고 전단지를 '찌라시'라고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죠. 지라시스시는 말 그대로 밥 위에 다양한 재료를 흩뿌리듯 올려 먹는 스시예요. 생선, 채소, 달걀부침 등 다양한 토핑을 얹어서 먹을 수 있어 보기에도 알록달록 예쁘고, 먹기도 편해 인기 메뉴 중 하나죠. 그런데 이 지라시스시, 원래 팔고 남은 생선 자투리를 밥 위에 올려 먹던 것이 그 기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즉 버려지는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고, 심지어 인기 메뉴로 자리 잡은 거죠. 사업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원래 버리던 식재료를 활용했다는 건 비용 효율적이라는 의미이고, 신메뉴는 추가적인 매출원을 의미해요. 일석이조인 셈이죠. 이렇게 으레 쓸모 없다고 여기던 것들의 쓸모를 발견한다면,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어요. 오늘의 인사이트를 통해 버리던 것에서 바라던 기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1️⃣ 두자 15살의 소녀 리 웨이첸은 생계를 위해 야시장에서 당근이 들어간 김치를 팔았어요. 그런데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 딜레마가 있었어요. 김치를 만들려면 많은 양의 고추기름이 필요한데, 제품을 싸게 구입하자니 화학 첨가제가 들어있는 등 품질이 너무 낮았고, 좋은 제품을 사자니 가격이 확 올라갔던 거예요. 결국 직접 고추기름을 만들기로 했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어요. 기름을 뽑고 버려지는 고추가 너무 많았던 거죠. 버려지는 고추가 아까웠던 리 웨이첸은 고추에 대해 공부했어요. 고추의 캡사이신은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됐어요. 매운 맛을 고통으로 인식한 혀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엔돌핀 분비를 활발하게 하면서 스트레스 완화에도 효과가 있었고요. 고추가 영양적으로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된 리 웨이첸은 2년의 연구 끝에 2004년에 고추 과자 개발에 성공했어요. 그러고는 ‘두자’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죠. 이처럼 두자는 자투리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참신하면서도 매콤한 시도들을 이어가며 고추를 음식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끌어올려 놓았죠. 두자는 어떻게 고추 하나로 키치한 브랜드를 만들었을까요? 2️⃣ 도쿄 리버사이드 디스틸러리 ‘도쿄 리버사이드 디스틸러리’는 버려지는 재료나 술로 진(Gin)을 만드는 양조장이에요. 사케를 만들고 남은 사케 찌꺼기, 유통기한이 임박해 마실 수 없는 맥주, 카카오의 껍질 등 정말 쓸 수 없거나, 쓰기 어려워졌거나, 쓸모없던 재료로 술을 만들어요. 그래서 세계 최초의 ‘재활용 양조장'이라고도 불리죠. 아니 신선한 재료로 술을 빚어도 모자랄 판에 버려질 재료라뇨, 맛이 괜찮을까요? 도쿄 리버사이드 디스틸러리 진은 2021년에, 진의 원조인 영국에서 주최하는 세계 진 어워드에서 일본 최고의 진으로 뽑혔어요. 그것도 주조 면허를 딴지 불과 2달만에요. 이거 한 번뿐이라면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이어서 열린 세계 주류 경진대회에서는 일본 진 역사상 최초로, 최고 득점인 98점을 획득하며 주류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죠. 그런데 이 술과 매장, 실제로 만나면 더 놀라워요. 3️⃣ 홋카이도 티 무섭게 성장 중인 와인 산지가 있어요. 일본이에요. 2017년에 280개 남짓 했던 일본 전역의 와이너리 숫자는 2022년, 453개로 늘어났어요. 5년 만에 약 60%가 증가한 거죠. 이런 성장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에요. 와인 종주국인 이태리와 가까이 있는 것도, 와인의 역사가 깊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은 와인 품종을 꾸준히 연구해 왔어요. 여기에 더해 기후 변화가 뜻밖의 기회를 가져 왔죠. 특히 한랭한 기후가 특징인 일본 홋카이도는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이 늘어나고 있어요. 원래는 비주류 품종들만 재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냉해에 취약한 피노누아마저 재배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홋카이도에 대한 관심은 일본만의 이슈는 아니에요. 2019년에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인 명가, ‘도멘 드 몽띠유’가 홋카이도에 신규 와이너리를 개장하기도 했어요. 기후변화로 부르고뉴는 포도 생산량이 점점 줄어드는 데에 반해 홋카이도는 오히려 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모두가 홋카이도의 포도나무 열매에 주목할 때, 포도나무 ‘잎’에 주목한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홋카이도 티’예요. 홋카이도 티는 포도알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원래 버려지던 포도나무 잎으로 차를 개발했어요. 쓸모없는 재료에서 부가 가치를 만들어 낸 것도 기특한데,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기업, 사회, 환경, 3박자의 지속 가능성마저 찾았거든요. 그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일까요? 4️⃣ 크러스트 그룹 푸드 업사이클링도 진화하고 있어요. 시작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어요. 맛과 영양분에는 문제가 없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어글리 푸드(Ugly food)를 먹을 수 있게 한 거죠. 가격 할인이라는 당근을 통해서요. 2014년에 프랑스의 대형마트인 인터마르쉐에서 최초로 어글리 푸드 캠페인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번져 나갔죠. 이제 여기서 한 단계 더 레벨업된 푸드 업사이클링의 물결이 시작됐어요. 음식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거예요. 기술 개발이라는 연구를 통해서요. 버려지는 식료품으로 맥주를 만드는 ‘크러스트 그룹’도 그중 하나죠. 2019년에 출범한 크러스트 그룹은 식당, 호텔 등에서 판매되지 않고 남은 밥, 빵, 과일 등을 모아 맥주를 만들어요. 그런데 이건 출발점일 뿐이에요. 크러스트 그룹은 ‘크러스트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가면서 ‘푸드 업사이클링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정석을 보여주고 있어요. 푸드 업사이클링에서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