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B 업계는 뭐든지 속도가 빨라요. 유행도 빠르고,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는 속도도 빠르죠.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도 신제품이 등장하는 속도도 마찬가지고요. 돌파구를 찾고 싶거나,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보여 주고 싶을 때 '맛'으로만 변주를 하려니 한계가 있어요. 이럴 때 고민할 만한 영역이 '먹는 방식'이에요.
식품이나 음료의 맛이 아니라 먹고 마시는 방식을 변화시키니 브랜드 컨셉이 되거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해 돌파구가 되어요. 매출 상승은 덤이고요. 오늘은 캡슐 커피에 착안해 차를 '캡슐'에 넣은 사례부터 양갱을 '잼'처럼 발라 먹게 만든 브랜드까지, 먹는 방식을 바꾸어 새로운 기회를 찾은 곳들을 소개할게요. 이런 변주들 속에서 나를 위한 힌트를 한 번 찾아 볼까요?
1️⃣ 티 샤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따뜻한 차(Tea)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하지만 풍미 좋은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필요한 티포트, 찻잔, 거름망 등을 떠올리면 금세 마음을 접게 되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티백으로 차를 마시곤 하지만, 그 풍미가 잎차를 따라가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제품이 있어요. 바로 티 캡슐(Tea Capsule)이에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커피 캡슐을 떠올리면 쉬워요. 커피 머신에 넣은 뒤 클릭 한 번으로 차를 우려낼 수 있는 제품이죠. 티백과 뭐가 다르냐고요? 티 캡슐에 맞는 최적화된 찻잎 분쇄 수준과 밀폐 기술로 차의 풍미가 살아 있어요. 풍미 좋은 차를 단 30초 만에 즐길 수 있는 거죠.
티 캡슐을 만든 회사는 홍콩의 ‘티 샤토(Tea Château)’예요. 와이너리를 지칭할 때 자주 붙는 ‘샤토’라는 단어 때문에 와인인가 싶을 수 있지만, 사실은 티 캡슐을 만들어 새로운 차 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있는 티 캡슐 제조 회사예요. 그렇다면 티 샤토는 차를 즐기는 방식을 어떻게 혁신해 나가고 있는 걸까요?
2️⃣ 온 더 우마미
‘온 더 우마미(ON THE UMAMI)’는 요리의 깊은 맛을 끌어올려주는 다시 육수팩을 만들어 파는 브랜드예요. 그런데 온 더 우마미에선 다시가 아닌 ‘우마미(감칠맛)’를 메인으로 내세워요. 주요 상품은 다시인데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우마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요?
다시는 식재료지만, 일본 식문화와 거리가 멀거나 다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친숙해지기 어려워요. 하지만 우마미는 큰 틀에서 ‘맛’을 표현하는 말이에요. 이처럼 일본 요리의 감칠맛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한다면 다시의 원재료도 가다랑어, 다시마를 넘어 훨씬 넓어질 수 있고,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데도 수월해지죠.
짐작하셨듯 온 더 우마미는 다시를 요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에요. 타깃층은 30~40대 여성. 일본의 전통 식재료이자 식문화의 중심인 다시를 젊은 세대의 새로운 챌린지로 만들어, 다시를 다시 보게 하는 데 성공했어요. 그렇다면 온 더 우마미는 어떻게 가장 평범하면서도 예스러운 다시를, 아주 특별하면서도 모던한 음식으로 재정의할 수 있었을까요?
3️⃣ 카메야 요시나가
어느 가게의 양갱 매출이 500배 이상 올랐어요. 1년에 75,000엔(약 75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던 양갱이 2021년에 3,750만엔(약 3억 7,500만원)까지 치솟았거든요. 전통적인 양갱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폭발한 걸까요? 그럴 리 없어요. 이 가게에서 양갱을 새롭게 개발해 내놓았기 때문이에요. 바로 화과자 전문점 ’카메야 요시나가‘ 이야기예요.
카메야 요시나가는 팥앙금을 슬라이스 치즈처럼 만든 ‘슬라이스 요칸’을 선보였어요. 아침에 토스트를 먹을 때 슬라이스 치즈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면, 잼이나 앙금은 발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착안했죠. 양갱을 개량해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파고들자 판매가 급증한 거죠.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자 하는 카메야 요시나가의 의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에요. 다양한 시도로 브랜드를 안티에이징하면서 브랜드의 역사를 늘려가고 있어요. 그렇다면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카메야 요시나가의 또다른 시도들을 알아볼까요?
4️⃣ 토쇼안
‘토쇼안’은 양갱 및 앙금 전문 브랜드예요. 1920년 교토에서 시작한 앙금 전문 회사 ‘미야코 앙’에서 운영하고 있죠. 당시에는 앙금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회사가 없었어요. 떡집, 과자집 등 앙금을 사용하는 곳들은 많았는데도 말이죠. 미아코 앙은 그들을 위한 앙금 OEM 회사였던 셈이에요.
미야코 앙의 앙금은 인기가 좋았어요. 뛰어난 퀄리티 덕분이에요. 앙금에 필요한 재료는 팥, 물 그리고 설탕이 전부라 재료 본연의 퀄리티에 따라 맛이 좌지우지돼요. 그래서 미아코 앙에서는 최고의 재료만을 사용해 정성을 들여 만들었어요. 하지만 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입지가 좁아지자 자체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죠. 그래서 1988년, 토쇼안을 런칭했어요.
그런데 교토는 양갱 격전지에요.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토라야, 1800년에 오픈해 푸른빛 은하수 모양의 양갱으로 유명한 시치죠칸순도, 슬라이스 요칸을 개발한 200년 넘은 카메야 양갱 등이 쟁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토쇼안은 어떻게 전통의 강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존재감을 찾았을까요?
5️⃣ 아우무
테마키스시는 ‘손으로 말아먹는 스시’예요. 김에 밥, 간단한 고명을 올려 먹는 요리죠. 한국에서는 일식집에서 코스의 끝에 나오는 ‘김마키’라는 메뉴로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교토에는 테마키스시를 살짝 비튼 ‘테오리스시’를 파는 곳이 있어요. 바로 ‘아우무(AWOMB)’예요.
테오리스시는 ‘말다’라는 뜻의 ‘마키’ 대신 ‘엮기, 직조(weaving)’의 의미를 가진 일본어 ‘오리’가 들어간 단어예요. 그래서 ‘손으로 엮는 스시’라는 뜻을 갖고 있죠. 일본에서 직조는 말 그대로 옷감을 엮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것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결합하는 것을 일컫기도 해요. 이처럼 아우무는 테오리스시에 다채로운 식재료를 조합해 최고의 스시를 만든다는 바람을 담았어요.
그런데 테오리스시를 시키면 요리가 아니라 요리의 재료가 나와요. 3x5의 표 형태로 정갈하게 말이죠. 셰프 대신 손님이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으라는 거예요. 단순히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서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아우무가 손님이 직접 ‘엮어’먹는 스시를 만든 이유는 보기보다 심오해요. 어쩌다 혹은 어째서 아우무는 이런 메뉴를 선보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