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IDEA’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손꼽혀요. 그 중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수상작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은 전 세계에서 단 2곳 뿐인데, 하나는 독일의 에쎈이라는 도시에 위치해 있고, 또 하나는 바로 싱가포르에 있어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1955년 독일에서 시작되었어요. 독일에 첫 번째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의 문을 연 건 당연해 보이죠. 그런데 왜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의 두 번째 위치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전략적, 문화적 이유가 있어요.
싱가포르가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사이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도시 계획과 건축적 관점에서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을 세우기에 손색 없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무엇보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디자인 허브로 인정 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싱가포르 정부와 싱가포르 디자인 협회 등의 국가 기관에서도 싱가포르의 디자인과 창의 경제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해요. 국가적 차원에서 디자인 산업을 키우는 거죠.
2019년, 또 한 번 싱가포르에 디자인 랜드마크가 문을 열었는데요. 이번에는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는 ‘리테일’ 매장이에요. 그것도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쇼핑 구역 오차드 로드예요. 각종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이 지역에서, 단 2.5층짜리 쇼핑몰로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싱가포르의 디자인 산업과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고 있죠. ‘디자인 오차드’라는 이름의 이 쇼핑몰은 과연 어떻게 싱가포르 디자인의 미래를 인큐베이팅하고 있을까요?
디자인 오차드 미리보기
• 백화점의 절반을 소매업이 아니라, 임대업에 할애한 이유
• 싱가포르, 디자인으로 리디자인되다
• 싱가포르 디자인을 인큐베이팅한다는 것의 의미
• 도시 개발의 관점으로 보는 디자인 오차드
싱가포르에서 ‘쇼핑의 메카’하면 단연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예요. 이온 오차드, 오차드 센터, 타카시마야, 탕스, 파라곤, 플라자 싱가푸라 등 오차드 로드를 끼고 있는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들을 일일이 다 나열하기에도 벅차죠. 대부분 압도적 스케일과 럭셔리한 브랜드 큐레이션으로 현지인, 관광객 구분할 것 없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동 인구들을 끌어 들여요.
그 중에 거대한 규모나 유명한 브랜드 없이도 존재감을 단단히 하는 쇼핑몰이 있어요. 이름은 ‘디자인 오차드(Design Orchard)’. 이름처럼 오차드 로드에 위치해 있고, 자본이나 규모보다 ‘디자인’이 강점인 쇼핑몰이에요. 층 수도 2층 밖에 되지 않아요. 옥상까지 쳐야 3층짜리죠. 그런데도 외관부터 한 눈에 들어 오고, 기꺼이 들어가고 싶어져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Singapore Tourism Board
먼저 건물의 높이가 낮은데다 옥상이 경사로처럼 비스듬히 디자인되어 있어 길가에서도 건물의 옥상이 눈에 들어 와요. 더군다나 이 옥상을 무성한 정원으로 꾸며 회색 콘크리트 숲 같은 도심 속에서 그야말로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옥상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파라솔을 곳곳에 설치해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Patrick Bingham-Hall, WOHA
ⓒDarren Soh, WOHA
심지어 이 공간은 패션쇼, 공연,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해요. 눈에 잘 띄는 데다가 평소에는 도심 속 휴식처로, 때로는 즐길 거리가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신하니 무더운 싱가포르의 도심 속에서 경쟁력이 있죠. 이처럼 디자인 오차드는 외관부터 개방형 리테일 공간을 지향하고 있어요.
매머드급 쇼핑몰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오차드 로드에서, 작은 몸집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자인 오차드. 그런데 디자인 오차드의 진가는 쇼핑몰 내부에 있어요. 이 쇼핑몰 자체가 리테일은 물론, 싱가포르의 디자인 산업을 양성하고 디자이너들을 인큐베이팅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쇼핑몰’로서 기능하며, 싱가포르의 디자인 씬(Scene)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죠.
리테일 비즈니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이런 관점에서도 리테일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오차드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을 쇼핑몰로 끌어 들이는 것이 프로모션이나 핫한 브랜드 큐레이션이 아닌 ‘디자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디자인 오차드는 쇼핑몰로서, 어떻게 싱가포르의 디자이너들을 육성하고 있는 것일까요?
백화점의 절반을 소매업이 아니라, 임대업에 할애한 이유
디자인 오차드의 옥상에서 2층으로 내려가 볼게요. 2층에 무수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나 싶지만, 예상한 풍경이 아니에요. 2층에는 인큐베이션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자리하고 있어요. ‘더 코쿤 스페이스(The Cocoon Space)’라고 불리는 이 공간의 규모는 무려 1만ft²나 되어요. 이 공간은 ‘싱가포르 패션 협회(Singapore Fashion Council, 이하 SFC)’가 2019년에 디자인 오차드의 오픈과 함께 문을 연 공간이에요.
ⓒThe Cocoon Space
“나비는 고치(Cocoon)에서 나오면서 날개를 펼칩니다. 더 코쿤 스페이스에서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날아 오르게 하세요.(A butterfly spreads its wings as it emerges from a cocoon – let your business take flight with us at The Cocoon Space.)”
- 더 코쿤 스페이스, 공식 세일즈 자료에서
더 코쿤 스페이스는 정말 이름값을 할까요? 여느 코워킹 스페이스와 다를 바 없이 사무실, 회의실, 세미나 룸 등이 마련되어 있는 건 기본, 디자인 작업을 돕기 위한 구성도 눈에 띄어요. 디자이너가 패턴 드래프팅, 드레이핑, 재봉, 디자인 테크닉 등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인 ‘아뜰리에’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요. 이 곳에서 개인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픈 스페이스로 디자인된 덕분에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네트워킹도 가능해요.
SFC는 이 곳에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싱가포르의 디자인 인재들을 지원하는데요. 싱가포르의 디자이너들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도 확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인 ‘더 브릿지 패션 이노베이터(The Bridge Fashion Innovator, 이하 TBFI)’도 운영하고 있어요.
TBFI는 패션, 기술, 지속 가능성 간의 격차를 메우는 프로그램으로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사업 육성 프로그램(Business Incubation Programme)’으로, 8주간의 부트 캠프와 1년 간의 혁신 커뮤니티 네트워킹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8주간의 부트캠프는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 중 일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죠. 업계 멘토들이 디자인 씽킹 워크숍 등을 통해 현업의 지식을 전수하고, 이를 통해 각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적 전략을 개발해요.
한편 또 하나의 TBFI는 ‘기업 혁신 프로그램(Corporate Innovation Programme)’이에요. 기업 혁신 프로그램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산업에서 혁신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대부분의 기업은 혁신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대부분의 회사에서 R&D는 시간적, 재무적 관점에서 리스크를 동반하고, 사내 혁신도 비용이 많이 들죠. 게다가 기업 구조가 혁신에 민첩한 경우도 많지 않아요. 기업 혁신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필요한 혁신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말하자면 디자인 오차드는 쇼핑몰의 절반을 디자이너들의 작업 공간에 할애하고, 양성 프로그램으로도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고 있는 셈인데요. 상업 시설이지만 동시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해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 즉 임대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겠다는 미션을 실행한 거죠. 그런데 이 미션은 디자인 오차드의 1층, 리테일 공간에서도 이어져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해요.
싱가포르, 디자인으로 리디자인되다
디자인 오차드의 2층에서 싱가포르의 디자인 산업이 태동한다면, 1층은 디자인 산업이 꽃 피우는 공간이에요. 1층에는 싱가포르 디자인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직접 고객과 만나고 자신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거든요. 이 곳에서는 패션, 액세서리, 가구, 퍼스널 케어 제품 등 100개 이상의 싱가포르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누구가 들으면 바로 아는 유명한 브랜드는 많지 않지만, 하나같이 디자인 감각을 뽐내며 유니크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요.
ⓒSingapore Tourism Board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다채로운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국가예요. 역사적,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문화가 싱가포르로 유입되어 왔죠. 이 다채로운 문화적 요소들은 싱가포르만의 자산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는 싱가포르의 디자인 산업에도 자양분이 되어, 독특한 관점과 감성을 반영한 디자인 브랜드들을 탄생시켰죠.
디자인 오차드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 중 일부는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도 드러내고 있어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바이너리 스타일(Binary style)’은 싱가포르를 테마로 한 패턴 및 프린트가 특징인 패션 브랜드예요. 이 브랜드는 2015년, 싱가포르의 쌍둥이 자매인 산티(Santhi)와 사리 투나스(Sari Tunas)가 설립했는데요. 건축을 공부했던 두 자매는 스카프의 프린트에 건축적인 요소와 자신들이 사랑하는 자연적 요소들을 조화시키고 있어요.
ⓒBinary Style
ⓒBinary Style Instagram
바이너리 스타일이 만드는 패턴은 싱가포르의 역사, 자연, 지역성, 문화적 다양성 등에서 영감을 받아요. 그 결과 대담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탄생하죠. 바이너리 스타일의 디자인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녀요. 덕분에 싱가포르의 다양한 민간 및 공공 부문과 협력할 수 있었어요. 현재는 200가지 이상의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싱가포르 최대의 스카프 및 프린트 디자인 컬렉션이에요.
한편, 싱가포르를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있어요. ‘사양 프롬 수인(Sayang from su yin)’은 싱가포르 테마의 포스터, 엽서, 타올 등을 만드는데요. 센토사, 티옹바루, 로버슨 키, 탄종 파가 등 싱가포르 내 유명 지역의 풍경이나 래플스 호텔, 마리나 베이 샌즈 등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를 현대적 감각의 일러스트로 표현해요. 컬러풀한 색감은 싱가포르만의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대변하고요. 싱가포르에 여행 온 사람이라면 기념품으로 꼭 하나쯤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들이에요.
ⓒSayang from su yin
ⓒSayang from su yin
ⓒSayang from su yin
꼭 시각적으로 싱가포르를 표현한 브랜드만 있는 건 아니에요. 싱가포르에서 받은 영감을 ‘후각적으로’ 디자인하는 브랜드가 있는데요. 싱가포르의 열대 우림에 무성한 ‘아시아 난초’를 소재로 한 향수 브랜드, ‘싱가포르 메모리스(Singapore Memories)’예요. 룸 스프레이, 향수 등 다양한 향기 제품을 만드는데, 각 향기는 싱가포르의 역사, 문화, 자연 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싱가포르 메모리즈는 싱가포르를 화려하게 시각화한 브랜드들 틈에서, 향기로 싱가포르를 표현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기념품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Singapore Memories
싱가포르 디자인을 인큐베이팅한다는 것의 의미
이처럼 디자인 오차드는 디자인,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 디자인 산업을 양성하는 데에 목표가 있어요. 즉,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중에서도 싱가포르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디자인 오차드에 입점할 자격이 있다는 의미예요. 그런데 싱가포르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이에 디자인 오차드는 나름의 명쾌한 기준을 세웠어요.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는 브랜드들만 싱가포르 브랜드로 인정, 디자인 오차드에 입점할 수 있거든요.
1. 브랜드의 핵심 디자이너는 ‘싱가포르인’ 또는 ‘영주권자’여야 한다.
2. 브랜드 사업체는 최소 30%의 현지(싱가포르/싱가포르 영주권자)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3. 사업체는 싱가포르에 등록 또는 법인이어야 하며 싱가포르에 물리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누구나 동의할 만한 기준이자, 명쾌한 정의예요. 나름의 객관적 기준을 통해 입점 브랜드를 심사하니, 디자인 오차드의 컨셉이 무너지지 않아요. 그러니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라면 디자인 오차드에 입점하기를 꿈꾸죠.
디자인 오차드는 매년 초, 입점을 원하는 브랜드들의 지원을 받아요. 이 때 위의 기준들은 입점 브랜드로 선정되기 위한 필요 조건일뿐, 충분 조건은 아니에요. 입점 브랜드 선정 시, 브랜드 스토리, 사회적 영향력, 제조 과정, 비주얼 머천다이징 역량 등 브랜드 자체에 대한 평가가 50%를 차지해요. 그리고 품질, 제품 범위 및 재생산 능력, 시즈널 제품 출시 여부 등 제품에 대한 평가가 나머지 50%를 차지하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합격한 브랜드들은 1년 단위로 계약, 심사에 통과한 해의 7월부터 디자인 오차드에 입점해요. 모든 제품들은 위탁 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총 매출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에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3개월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여야 해요.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는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역량과 성과를 재심사해 1년 더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해요.
디자인을 양성한다는 미명 하에, 그저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편하게 꿈을 펼치도록 두지 않는 거예요. 디자인 오차드는 엄연한 리테일 매장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룰을 정한 거죠. 이런 현실 감각은 인큐베이팅의 일환이기도 해요. 어떤 디자인 브랜드든, 나중에 더 큰 시장에서 자립해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대신 입점 브랜드들이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이 독특한데요. 보통의 쇼핑몰에서는 월 사용료는 브랜드의 인지도나 인기, 카테고리 등에 따라 정해져요. 하지만 이 곳, 디자인 오차드에서는 브랜드의 ‘업력’에 따라 달라져요. 정확한 비율이나 금액은 공개된 바 없지만, 2년 이하의 신생 기업(New-to-market), 2~10년 사이의 신흥 기업(Emerging), 10년 이상의 확실히 자리 잡은 기업들이 각각 내야 하는 고정 임대료가 다르죠. 싱가포르 디자인 산업을 양성한다는 디자인 오차드의 미션을 고려하면,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설득력 있는 방식이에요.
이처럼 디자인 오차드는 상업 시설, 작업 공간, 공원 및 휴식 공간 등 3가지 각기 다른 목적의 공간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작업 공간은 싱가포르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컨셉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1층의 소매 공간에서는 제품을 마케팅 및 판매할 수 있죠. 평소에는 디자이너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는 옥상 공원의 경우 패션 및 디자인 이벤트의 무대가 되기도 해,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해요. 한 지붕 아래, 각기 다른 공간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싱가포르 디자인 산업 육성’이라는 커다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죠.
도시 개발의 관점으로 보는 디자인 오차드
디자인 오차드는 리테일 비즈니스에 로컬 디자인이라는 관점을 적용한 사례에요. 그런데 디자인 오차드는 비단 리테일 비즈니스와 관점에서만 유의미한 공간이 아니에요. 도시 개발과 관광업의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인데요. 실제로 디자인 오차드의 오픈에는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의 큰 그림이 있었어요.
URA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지구인 오차드에 있는 노후 건축물의 재개발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싱가포르 건물의 연면적을 늘리고, 생산적인 복합 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싱가포르의 로컬 디자인 브랜드를 양성하는 디자인 오차드를 고안한 것이었죠.
실제로 디자인 오차드는 문화 및 창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어요. 창의 산업 중 하나인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고, 업계의 중소 기업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개발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죠. 이는 자연스럽게 싱가포르의 도시 재개발과 브랜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요. 현지인들은 물론, 오차드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디자인 오차드에서 싱가포르의 디자인 역량을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도시 브랜딩은 결국 관광업에도 도움을 줘요. 디자인 오차드는 관광객들이 싱가포르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다채로운 문화를 만나는 관문이에요. 덕분에 오차드에는 비싸고 화려한 쇼핑 스팟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로컬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쇼핑몰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죠.
다른 쇼핑몰들과 차별화된 디자인 오차드는 스스로가 유니크한 정체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오차드 지역 전체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요. 같은 지역 내 호텔, 식당 등 다른 관광업 플레이어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더 크게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내기도 하죠.
디자인 오차드는 디자인 산업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도시 개발, 관광업까지 관통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개발된 리테일 공간이에요. 로컬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뿐만 아니라,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는 의미에요. 다양한 문화를 통합해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 낸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닮아 있기도 해요. 앞으로 디자인 오차드의 미래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디자인 산업의 미래까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Reference
“Design Orchard” Incubator / WOHA, ArchDa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