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어쭈아위’는 온라인 중고 서점으로 시작했어요. 헌책방의 감성을 온라인 중고 서점에 입혀 고객 경험을 리디자인했죠. 약 3년간 위챗 기반의 모바일 앱으로만 운영하다가 2020년 말, 베이징과 상하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어요. 그런데 헌책방이 대번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해요.
고리타분할 거 같은 헌책방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뚜어쭈아위’가 온라인 중고 서점으로서 어떻게 고객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이해해야 해요. 온라인 중고 거래할 때 발생하는 배송비의 아까움, 중고 서적 위생 상태에 대한 걱정스러움, 재고 부족이라는 아쉬움 등 온라인 중고 서점에서의 거래를 꺼리는 감정을 살짝 뒤집어 끌리는 강점으로 만들었거든요.
오프라인 중고 서점의 이름을 ‘순환 상점’이라고 붙인 것만 봐도 벌써 느낌이 오지 않나요? 지금부터 뚜어쭈아위의 뒤집기 기술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뚜어쭈아위 미리보기
• #1. 헌책 반송을 새책 발송의 기회로 만든다
• #2. 새 책 구매 경험을 중고 책에 입힌다
• #3. 중고 책 예약에 ‘우선권’을 도입한다
• #4. 알고리즘만큼이나 독자의 집단지성도 강력하다
• #5. 개인의 책장을 공유해 취향의 접점을 찾는다
• #6. 중고 서점에서 ‘순환 상점’으로 확장한다
• 꺼리는 감정을 ‘끌리는 강점’으로 바꾼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 시장에 정말 그 수요가 있는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중 ‘MVP(Minimum Viable Product)’ 기법이 대표적이에요. MVP는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의 저자 에릭 리스가 만든 용어로 최소한의 기능만을 탑재한 프로덕트를 가리켜요. 오랜 기간을 들여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대신, 핵심 기능만 간단하게 구현해 고객들에게 서비스 효용 가치 여부를 테스트하며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방식이죠.
온라인 중고 서점인 ‘뚜어쭈아위’도 단체 채팅방을 열어 MVP로 시작했어요. 책 덕후였던 웨이잉(魏颖)은 책장을 정리하다가 책을 처분하는 과정이 불편하단 생각이 들었죠. 중고 책을 파는 방법은 크게 2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중고 거래 마켓에서 파는 거예요. 그러나 중고 책은 그리 환영받는 품목이 아니었고, 언제 팔릴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었죠.
다른 하나는 중고 서점에 판매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때 오프라인 서점에 가져가서 팔자니, 책이 많을 경우 운반하기가 불편해요. 그렇다고 온라인으로 팔게 되면 책의 검수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게다가 보낸 책이 매입할 가치가 없거나 책의 상태가 불량하다고 판정받으면 배송비를 더 내고 그 책들을 회수하거나 폐기해야 하는데, 두 선택지 모두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에요.
그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결심했죠. 이윽고 채팅방을 개설했어요. 그리고는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초대하고 집에 읽지 않는 책이 있다면, 책 사진들을 찍어서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공유된 책들을 보면서 매입할 가치가 있는 책들을 골라 택배를 보내 수거했어요. 책 상태 확인 후에는 그에 맞는 가격을 산정해 해당 금액만큼 판매자에게 위챗 페이 송금으로 보냈죠. 입고한 책들은 엑셀 파일로 만들어 채팅방에 실시간으로 공유했고요. 반신반의로 보낸 책이 팔리자, 지인들은 채팅방에 다른 지인들을 초대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채팅방 규모가 커졌고, 그렇게 뚜어쭈아위 모바일 플랫폼이 탄생해요.
얼핏 보기에 일반 중고 서점의 온라인 거래와 다르지 않은 듯해요. 하지만 뚜어쭈아위가 설계한 고객 경험을 하나씩 살펴보면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뚜어쭈아위 미니앱 접속 위챗 QR코드 배너 ©뚜어쭈아위
#1. 헌책 반송을 새 책 발송의 기회로 만든다
뚜어쭈아위가 책의 사진을 보고 매입할 가치가 있는 책만 골라 일괄 매입하는 건 좋아요. 그런데 만약 중고 판매를 위해 발송한 책 일부가 책의 상태가 좋지 않아 매입 거부 되었다면 여전히 난감해요. 배송비를 지불하고 받자니, 그 책을 다시 펼칠 일은 없을 거 같고, 그렇다고 그냥 폐기해버리기엔 아깝잖아요.
그래서 뚜어쭈아위는 또 하나의 제안을 건네요. 혹시 책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구매한 책들과 매입 거부한 책들을 함께 발송하겠다는 거예요. 같은 배송비를 지불하고 매입 거부된 책 1권을 받기보다, 이왕이면 새로운 책들을 구매해 함께 받아보는 게 합리적인 것 같으니 보통 이 제안을 수락해요. 뚜어쭈아위에서도 추가 매출을 만들 뿐 아니라, ‘거부당한다'란 부정적인 경험을 ‘새로운 책을 접할 기회'로 긍정적으로 전환시킨 거예요.
뚜어쭈아위 (多抓鱼) 로고 ©뚜어쭈아위
이는 뚜어쭈아위가 C2B2C(Customer-to-Business-to-Customer) 모델을 기반으로 한 버티컬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법이에요. 고객과 고객이 직접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뚜어쭈아위가 고객에게 책을 매입해서 마진을 붙여 새로운 고객들에게 판매하죠. 거기에다 ‘책'이란 하나의 카테고리로 확장한 버티컬 플랫폼이기 때문에 책을 판매한 고객도 뚜어쭈아위에서 또 다른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고요.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책만 판매하고 구매는 하지 않으면 어쩌죠?
책을 구매하는 입장에선 원하는 책을 다른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꼭 중고 서점에서 책을 살 필요도 없죠. 그렇다고 뚜어쭈아위가 파격적인 가격 경쟁 우위를 가진 것도 아니에요. 뚜어쭈아위를 굳이 이용할 메리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뚜어쭈아위는 고객 관점으로 중고 책 구매 경험을 혁신하며 차별화를 꾀해요.
#2. 새 책 구매 경험을 중고 책에 입힌다
책을 중고로 판매는 하더라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위생상 찝찝하다는 심리적 요인이 일정부분 자리잡고 있어요. 이왕이면 새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뚜어쭈아위는 매입 검수 기준을 까다롭게 세웠어요. 등급은 최상/상/중상 등 총 세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요. 그나마 중상 등급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고 최상과 상등급 위주예요. 뚜어쭈아위에서 책을 구매한 고객들의 대부분은 “너무 새 책 같아서 놀랐다."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죠.
뚜어쭈아위 서비스 도식도 ©뚜어쭈아위
책 매입 후엔 수선 작업을 진행한 후, 최종 살균 소독 후 비닐로 포장해 출고해요. 여기에 뚜어쭈아위는 새 책 같은 느낌에 헌책이 주는 특별한 감성을 입혀요. 책을 뚜어쭈아위에 판매한 고객들은 그 이후에 자신들이 판 책을 누군가가 샀을 때 알림을 받는데, 이때 새로운 구매자에게 메시지를 남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요. 책 판매자가 자신의 책을 구매한 고객에게 보내는 일종의 짧은 편지 같은 개념이죠.
반대로 구매한 고객이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순 없어요. 우리가 헌책을 구매할 때 종종 헌책에 남긴 메모나 노트를 발견할 때 있잖아요? 별거 아닌 내용이라 하더라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죠. 헌책이 주는 감성은 유지하면서, 새 책 같은 헌책을 전달하는 방식이에요.
#3. 중고 책에 예약에 ‘우선권’을 도입한다
위생 문제를 해결한 거 외에도 뚜어쭈아위의 매력은 또 있어요. 바로 중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한 ‘사용자 편의성'이에요. 중고 책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1) 특정 책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과 2) 구경 후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는 고객들로 나눌 수 있어요.
우선 방문했는데 찾는 책이 없다면, 이 고객은 그냥 다른 서점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만약 절판되었거나 희귀한 서적이라면 더욱 발품을 팔 수밖에 없죠.
뚜어쭈아위의 예약 기능
뚜어쭈아위는 찾는 중고 책이 없다면 이를 예약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어요. 실제로 입고가 되면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알림이 가는 형태예요. 물론,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중고 책을 예약하는 것은 불확실한 약속처럼 들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간절하게 특정한 책을 찾는 사람들에겐 이 예약 기능이 가능성 있는 희망이 될 수도 있죠. 당장 책을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뚜어쭈아위 앱에 다시 접속할 가능성도 훨씬 커지고요.
만약 여러 사람들이 예약을 해 입고가 되더라도 내가 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엔 ‘구매 예약 우선권’을 신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는 뚜어쭈아위에서 책을 사거나 팔 때 지급하는 경험치를 사용해야만 이용가능해요. 기존 고객이면서 충성 고객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책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충성 고객을 위한 일종의 혜택인 셈이에요.
눈 여겨볼 예약 기능이 하나 더 있어요. 사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데 무료 배송 조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가 있을 때 억지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경우가 있잖아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저렴하게 책을 구매하고 싶어 중고 책을 사는데 배송비가 붙으면 뭔가 괜히 아까운 느낌이 더 크게 들기 마련이죠.
사고 싶은 또다른 책이 생기길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주문하는 방법이 있지만, 문제가 있어요. 중고 책은 재고가 1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 이 책이 나갈지 모르니까요. 그 사이에 누군가가 이를 구매해버리면 허탈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짧은 시간 내에 책 바구니를 억지로 채우면 의도치 않게 필요 없는 책들을 넣을 수도 있고요.
뚜어쭈아위 책 바구니 내 표시된 잠금 기능
이럴 경우 일단 해당 책이 팔리지 않도록 ‘잠금’을 할 수 있어요. ‘예약금'을 지불하고, 최종 구매를 잠시 유예하는 건데, 10일간 그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사고 싶은 책을 여유롭게 고를 수 있어요. 10일 이내에 장바구니를 다 채웠다면 나머지 책들을 계산 후 한 번에 받아볼 수 있고요. 10일이 초과하면 그 책만 단독으로 배송돼요.
오늘 구매하면 내일 배송되는 시대에, 뚜어쭈아위가 굳이 이 잠금이란 개념을 넣어 10일간 천천히 구매를 결정하도록 한데는 고객들을 배려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앱 트래픽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최소 그 기간엔 앱에 자주 접속해 책을 고를 수 있을 테니까요. 고객을 재촉하지 않으면서 체류 시간 및 트래픽을 늘리는 방법인 거죠.
#4. 알고리즘만큼이나 독자의 집단지성도 강력하다
그럼, 당장 사고 싶은 책은 없는 고객들은 어떨까요? 오프라인 공간인 경우엔 자유롭게 책을 살펴보면서 구매할 수 있지만 모바일 앱에선 책을 직접 보기가 어려워 책이 재밌을지, 없을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재고가 있다가도 없기 때문에 신간 서점처럼 큐레이션 섹션을 별도로 만들기도 애매하죠. 뚜어쭈아위는 이 단점을 영리하게 풀었어요.
뚜어쭈아위 메인 화면
뚜어쭈아위 앱에 최초 접속하면 화면 구성이 정말 단순해요. 분류 카테고리는 꼭꼭 숨겨놓고 책 표지 이미지와 제목을 심플하게 보여주죠. 실제 서점에서 가판에 진열된 다양한 책들을 보는 느낌이에요. 그 흔한 신간, 베스트셀러 등을 소개하는 코너도 따로 없어요. 자체 AI 알고리즘을 통해 취향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이라도 하는 걸까요?
안타깝지만, 아직 자체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넣을 만큼 앱이 고도화되지 않았어요. 위챗 기반 미니 앱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요.
우선 뚜어쭈아위는 중국 내 최대 콘텐츠 리뷰 플랫폼인 또우반(豆瓣) 평점을 끌어와요. 또우반은 많은 중국 사람이 영화나 책, 드라마 등을 볼 때 참고하는데, 별점이 깐깐하기로 유명해서 더욱 공신력 있는 곳이에요. 평점을 클릭하면 또우반 사이트의 주요 리뷰를 확인할 수 있어요. 고객 입장에선 굳이 뚜어쭈아위 앱을 나가지 않아도 구매 결정에 필요한 정보들을 빠르게 찾을 수 있죠.
책 기본 정보 하단에 노출된 또우반 평점, 클릭시 상세 리뷰를 볼 수 있음
또한 보통 서점의 카테고리 체계 대신, 넷플릭스처럼 도서별로 메타 태그를 1~3개 정도 붙여요. 문학, 심리학, 과학 등 일반 서점 분류학 태그도 있지만 #이책은나를바꿨다 #밤새서다읽는책 #눈물을머금고팔았던책 등 뚜어쭈아위 식으로 붙인 태그도 있어요. 여기에 수상 이력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화된 작품 여부 등도 태그로 달아 놓아요.
뚜어쭈아위의 다양한 태그들
태그의 장점은 뚜어쭈아위에서 굳이 별도로 큐레이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한 번 태그를 생성해 달아놓으면 그것이 곧 서점에서 볼 수 있는 테마나 기획전이 되죠. 태그를 클릭하면 그 태그가 걸린 다른 책 목록도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태그를 클릭하면 해당 태그를 가진 책만 모아 볼 수 있음
여기에 뚜어쭈아위는 주기적으로 판매량과 판매 속도, 입고 알림 신청건수 등을 반영해 인기 차트를 발표해요. 신간, 베스트셀러 위주로 된 일반 서점 차트와는 조금 달라요. 오랫동안 사랑 받는 책들이 많이 올라와 있거든요.
2022년 뚜어쭈아위의 올해의 책 리스트
그런데, 차트를 확인하고 구매하고 싶은데 중고 책 재고가 없다면 어쩌죠? 뚜어쭈아위는 판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가 높고 재고 소진이 빠른 책들은 해당 출판사를 통해 출판사 보유 재고를 직접 매입해요. 그리고 책 구매를 클릭하면 새 책 구매 선택지도 함께 제공하죠.
뚜어쭈아위 인기 책 구매 선택시엔 1)새 책 2)중고 책 두가지 옵션 제공
중고 책이 아닌 새 책 가격으로 판매하지만, 여타 온오프라인 서점과 할인율은 비슷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뚜어쭈아위를 굳이 이탈할 이유가 없어요. 뚜어쭈아위는 고객을 락인(lock-in)할 뿐 아니라, 출판사들과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 확장 기회를 만든 거예요.
#5. 개인의 책장을 공유해 취향의 접점을 찾는다
책 상세 페이지 상단에 표시된 판매자 정보
뚜어쭈아위 상품 상세 페이지를 보면 책 표지 이미지 하단에 눈에 띄는 문구가 있어요. “OOO님 등 310명이 이 책을 판매했습니다"란 메시지에요. 이를 클릭하면 이 책을 판매한 사람 /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의 리스트가 떠요.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판매자가 책을 판매할 때 판매한 책 표지 이미지들로 피드가 만들어져요. 그 옆엔 ‘책장'이란 탭이 있는데 이를 누르면 보유하고 있는 책 표지와 제목들이 디스플레이돼요.
이 책을 판매한 사람들 리스트 /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 리스트를 나눠 볼 수 있음
(좌)한 유저의 책 판매 타임라인 / (우)한 유저의 책장
다른 SNS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 목록들이 별도로 업로드를 하는 게 아니라, 구매나 판매 시 자동으로 등록된다는 거예요. 또한 뚜어쭈아위에서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소장하고 있는 책도 책장에 등록할 수 있어요. 소장한 책 바코드를 스캔하면 판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 가상 서재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물론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 언제든지 비공개, 익명 설정을 할 수 있고요.
마치 다른 사람들의 책장을 구경하는 느낌이에요. 음악에 비유하자면, 자주 듣는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공유하는 효과예요. 누군가와 좋아하는 음악이 겹치면, 그 사람의 플레이 리스트 내에 들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곡도 들어보게 되잖아요.
뚜어쭈아위에서도 특정 책을 판매한 사람이라면 그 책으로 취향의 접점이 생길 수 있어요. 다른 책도 함께 구매하고 싶은데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이 읽은 책들을 참고할 수도 있죠. 회원들의 책방이 취향 기반 큐레이션 콘텐츠가 되는 셈이에요.
#6. 중고 서점에서 ‘순환 상점’으로 확장한다
상하이 뚜어쭈아위 순환상점 ©뚜어쭈아위
2020년 12월 26일, 상하이 핫플레이스 거리인 안복로에 우드 소재에 상아색 칠을 한 외관의 가게가 들어섰어요. 뚜어쭈아위란 글자와 함께 고양이가 해먹에 편히 누워 있는 삽화가 간판 역할을 했는데, 무채색 계열로 모노톤 위주 건물이 모여 있는 거리에 존재감을 환하게 드러냈죠.
뚜아쭈아위는 이곳을 ‘뚜어쭈아위 순환 상점'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책 이외에도 다른 카테고리로의 수평적 확장을 염두에 둔 건데 2층 공간 일부를 책과 동일한 방식으로 매입한 옷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꾸몄죠. 지금은 앱에서도 책뿐만 아니라 옷과 전자기기 카테고리를 추가해 실험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 메인은 책이에요.
©뚜어쭈아위
©뚜어쭈아위
순환 상점이란 컨셉에 맞게 공간 인테리어는 최소한으로 하며, 헌책방 감성을 살렸어요. 창고 같은 공간에 예전 헌책방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가판을 변형시켜 만든 책 진열대로 채웠죠. 무거운 원목 책장보단 자유롭게 이동,변형할 수 있는 바퀴달린 모듈형 가구들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요. 화려한 장식 없이 필요한 것만 갖춰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고객들이 직접 그려서 보내준 고양이 그림과 인형, 굿즈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정겨운 분위기를 형성했어요.
셀프 포장대에 마련된 롤 데님끈 ©小红书 ID:938106738
자원 순환을 모티브로 한 상점이기 때문에 책을 구매할 때 별도로 봉투를 판매하지 않아요. 대신, 한 곳에 마련된 포장 섹션에 있는 롤 데님 끈을 직접 원하는 길이만큼 잘라, 책을 묶어 들고 갈 수 있도록 했어요. 이 데님 끈은 헌 옷을 매입할 때 통과하지 못해 폐기 요청된 옷들을 재활용해서 만들었고요.
중고 옷을 판매하는 공간 ©뚜어쭈아위
뚜어쭈아위 순환 상점은 오픈 당시부터 별도의 입장료와 제한 시간을 두었음에도 줄 서서 들어가는 헌책방으로 화제가 되었어요. 최근엔 뚜어쭈아위를 이용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소개하기도 해요. “책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앱 서비스"가 어느덧 2030세대들의 제로 웨이스트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플랫폼이 된 거예요.
꺼리는 감정을 ‘끌리는 강점’으로 바꾼다
뚜어쭈아위의 중고 책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게 아니에요. 싸게 매입해 수익을 붙여서 판다는 전통적인 헌책방 모델로,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도 않죠. 고객 관점으로 중고 책 매매 경험을 리디자인했으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요. 결국, 브랜딩을 하고 팬들과의 유대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뚜어쭈아위는 창업 시작부터 세계관을 구축해서 발전시켜가고 있어요.
뚜어쭈아위(多抓鱼)는 ‘물고기를 많이 잡으세요' 란 뜻이에요. 물고기를 ‘책'으로 비유하고 중고 책을 구매하는 행위를 곧 물고기를 잡는다고 표현하는 거예요. 창업자 웨이잉은 본명보다 ‘마오주(猫助, 고양이 보조)’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데 고객은 물고기를 잡는 고양이, 자신은 고양이들을 도와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중고를 산다'는 말을 ‘물고기를 잡는다'로 치환하면서, 중고 구매를 할 때 꺼려지는 감정을 제거하고 이 행위를 오히려 재밌는 트렌드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물고기와 고양이를 활용한 디자인 요소를 앱이나 공간 곳곳에 배치했고요.
머지않아 ‘물고기를 잡는 행위'가 ‘중고 책을 구매한다'는 뚜어쭈아위 은어에서 ‘제로 웨이스트 소비'를 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가 될 수 있단 생각도 들어요. 뚜어쭈아위에서 긍정적인 중고 책 경험을 한 소비자라면 현재 카테고리를 확장 중인 뚜아쥬아위의 옷, 전자기기에도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거야말로 우리가 흔히 물고리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 가르치는 것을 역설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하나의 강에서 물고기를 직접 잡아본다면, 다른 강에 가서도 물고기를 잡는 것을 시도하는 것처럼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