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를 조합해 술을 빚는, 주류 업계의 게임 체인저

엔드리스 웨스트

2022.06.30

천사의 몫(Angel’s share). 이 표현에 대해서 지난 타이베이 위크의 ‘카발란’ 편에서 소개했어요. 못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다시 설명할게요. 천사의 몫은 위스키 업계에서 쓰는 표현이에요. 위스키를 오크통에 숙성하는 동안 위스키가 증발해 양이 줄어드는데, 이를 천사가 가져가는 몫이라고 낭만적으로 표현한 거죠. 서늘한 기후에서는 보통 1년에 2% 정도가 천사의 몫이에요. 10년을 숙성시킨다고 하면 위스키의 양이 20% 가까이 소실되죠.


위스키는 시간을 들여 숙성시키기 때문이 이 천사의 몫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엔드리스 웨스트(Endless west)’는 천사의 몫을 내주지 않아도 되는 위스키를 만들었어요.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게 아니라 숙성된 위스키의 맛을 분자 단위로 쪼갠 뒤, 이를 조합하여 위스키를 만들었거든요. 과학의 힘으로 숙성에 필요한 시간을 없앤 거죠. 그렇게 엔드리스 웨스트는 ‘글리프(Glyph)’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분자 위스키를 선보였어요.


분자를 조합해서 제대로된 맛이 나겠냐고요? '글리프 오리지널(Glyph Original)'은 출시 후 2년 사이에 14곳에서 수상을 하며 위스키계에 새로운 획을 그었어요. 이렇게 분자를 조합하니 시간만 단축되는 게 아니에요. 술을 주조하는 총체적인 과정이 달라지죠. 엔드리스 웨스트 정도면 위스키계의 게임체인저 아닐까요?



엔드리스 웨스트 미리보기

• 과학자의 아이디어, 숙성 시간을 없애버린 위스키

• 양조장의 경계를 허무는 분자 주조의 기술

• 과학으로 끌어올리는 술의 잠재력

• 목표하진 않았지만 따라오는 뜻밖의 자연 보호

• 2천만원짜리 와인과 맞바꾼 아아디어





위스키는 기다림의 미덕이 빛을 발하는 술이에요. 최소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보통의 위스키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보리에서 시작을 해요. 보리를 발효시켜 맥주와 비슷한 액체를 만들고, 이를 증류해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면 우리가 흔히 아는 위스키가 되죠. 숙성 기간이 길수록 오크통의 풍미가 더 잘 배고 맛이 깊어져 가치를 인정받아요. 12년보단 17년 숙성, 17년보단 21년, 30년 숙성의 위스키 가격이 더 높은 이유예요. 증류 과정과 배럴 숙성 방법에 따라 수천 가지의 위스키 종류가 존재하고, 이들의 맛, 입에서 느껴지는 감촉, 향 등이 전부 다른 것도 특징이에요.


이런 위스키의 자연적 숙성 시간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미국의 위스키 제조 업체 ‘클리브랜드 위스키'는 급속 숙성 방식을 이용해 24시간 만에 10년 숙성된 위스키의 맛을 만들어요. 일반적인 위스키가 오크통에 원액을 넣고 시간을 들여 자연 숙성으로 만들어진다면, 클리브랜드 위스키는 스테인리스로 된 금속 탱크에 오크 나무와 원액을 넣고 강한 압력을 가해요. 압력으로 탱크 내부가 진공 상태가 되면서, 원액과 오크 나무의 반응이 극대화되고 빠르게 숙성이 되는 거죠. 과학의 힘으로 무려 숙성 시간을 1/4000로 단축시킨 거예요.


맥켈란 위스키로 유명한 ‘에드링턴’도 새로운 주조 방식으로 혁신을 쓴 주류 회사예요. 열과 압력을 이용한 생산 설비를 통해 불과 40분 만에 18년 숙성된 위스키를 만들거든요. 병의 모양도 과학 도구를 연상시키는 플라스크 모양이고요. 이름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연상시키는 ‘Relativity(상대성)’이에요.


술의 제조 과정뿐 아니라 제조 환경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어요. 미국의 럼 생산 업체인 몬타냐의 증류소는 무려 해발 8,888피트, 약 2,709미터에 위치해 있어요. 한라산보다 높고 백두산에 가까운 높이죠. 고지대에 증류소를 세운 이유는 큰 일교차 때문이에요. 이곳의 낮과 밤 일교차는 20도가 넘고 여름과 겨울에는 그 차이가 더욱 커져요. 덕분에 기온 변화에 따라 오크통의 수축과 팽창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이때 위스키와 나무의 반응이 극대화되어 숙성 기간을 단축시켜요. 숙성 시간은 단축되지만 시간이 주는 숙성의 맛은 그대로 유지되죠. 혁신과 맛을 모두 잡은 덕에 클리브랜드 위스키는 전 세계 100개 이상 국제대회에서 수상했고, 몬타냐 럼은 세계 최고의 럼, 올해의 미국 럼에 선정되는 등 명성을 키워가고 있어요.


ⓒKatu, ⓒThe Beverage Journal, ⓒMontanya Rum


이 세 곳은 공통점이 있어요. 기존의 상식과 방식을 깨고 과학적 방법을 주조 과정에 접목했다는 점이죠. 하지만 보리를 이용해 위스키의 원액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선 일반 위스키의 제작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지금부터 소개할 샌프란시스코의 ‘엔드리스 웨스트(Endless west)’는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과정을 넘어 술의 근본부터 과학적으로 접근한 곳이에요. 술을 만들어 숙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숙성된 술을 분자로 쪼갠 뒤 조합해 ‘분자 위스키'를 만들어 내거든요. 엔드리스 웨스트가 과학의 힘을 빌려 만든 술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요?



과학자의 아이디어, 숙성 시간을 없애버린 위스키

앞에서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봤어요. 결국 위스키의 맛은 이 증류와 숙성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백 가지의 분자가 결정해요. 만약 동일한 맛을 내는 분자들을 채취해 조합할 수 있다면, 숙성 과정 없이 분자들을 섞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맛과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이 가설을 현실에서 구현해 낸 것이 바로 엔드리스 웨스트의 분자 위스키예요.



ⓒEndless West


분자 위스키는 보리를 발효시켜 액체를 만들고 증류하여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는 모든 과정을 건너뛰어요. 대신 술의 프로필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죠. 완성하고자 하는 위스키의 종합적인 맛, 향, 입에서 느껴지는 촉감 등을 분석해 필요한 맛을 수백 가지의 분자 단위로 분류해요. 그다음은 각 분자의 개별 요소를 모으는 과정이에요. 추출물은 모두 식물과 효모 등 자연에서 추출해 친자연적이기도 하죠. 이렇게 모은 액상 형태의 재료들을 혼합해 생산하면 분자 위스키가 완성돼요. 이미 숙성된 맛을 바탕으로 구현했으니 당연히 숙성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나온 제품이 세계 최초의 분자 위스키 ‘글리프(Glyph)’예요. 오크통 숙성 과정이 생략된 덕에 24시간이면 제조가 완료되죠. 2018년 출시된 '글리프 오리지널(Glyph Original)'은 2년 사이에 1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주류 시장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어요.


분자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뜯어 보면 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화학 실험을 하는 것 같아 보여요. 실제로 엔드리스 웨스트는 증류소가 아닌 50평 남짓한 연구실에서 술을 만드는데요, CEO인 알렉 리(Alec Lee)는 술과는 전혀 관계없는 생명과학을 전공했고, CTO 마돈 추아(Mardonn Chua) 역시 술과는 관련 없는 줄기세포, 화학 그리고 식품에 경험이 있을 뿐이에요. 술에 관한 지식도, 경험도 전무하기에 오히려 더욱 혁신적인 시도가 가능했던 거죠.



ⓒ시티호퍼스



양조장의 경계를 허무는 분자 주조의 기술

숙성 시간을 생략해 제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이것만이 분자 위스키의 장점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술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조합하면 그 이상의 장점이 있어요. 바로 어떠한 술이라도 생산할 수 있다는 거죠. 오늘 위스키를 만들다 내일부터는 보드카를 만들고, 그다음에는 진을 생산할 수도 있는 거예요. 원액에 분자들을 구해 섞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나의 주종만을 생산하는 일반 주류 업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주종에 따라 각기 다른 원재료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고, 설사 구했다 하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설비는 특정 주종을 생산하는 데 맞춰져 있거든요. 소주를 만드는 업체가 갑자기 맥주를 만들거나,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는 포도주 생산 업체가 막걸리를 생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술의 근본부터 변신을 꾀한 엔드리스 웨스트는 새로운 주종으로 확장도 손쉽게 이어가요. 엔드리스 웨스트가 만든 와인에는 포도가 들어있지 않고, 사케에는 쌀이 없어요. 일반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선 포도와 발효 과정이, 사케를 생산하기 위해선 쌀과 누룩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분자 와인과 분자 사케는 엔드리스 웨스트만이 생산할 수 있는 술임이 분명해져요. 분자 사케의 경우 전통적인 생산 방법에 비해 물이 75% 이상 절감되고요, 분자 와인은 전통적인 와인에 비해 무려 95%이상의 물이 절감되니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인 거죠.



ⓒEndless West


같은 주종에서 새로운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에요. 같은 도화지에 점을 몇 개만 더 찍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2018년 런칭한 글리프 오리지널 위스키의 성공적인 안착 이후, 엔드리스 웨스트는 미국 버번에서 영감을 얻은 글리프 스파이스와 스코틀랜드 스카치 위스키에서 영감을 받은 글리프 로열로 라인업을 늘렸어요. 소비자의 다양한 위스키 취향을 반영할 수 있게 됐죠. 이들도 출시 후 런던주류대회, SIP, 샌프란시스코 주류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그 맛을 인정받았어요.



ⓒEndless West



과학으로 끌어올리는 술의 잠재력

엔드리스 웨스트의 확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엔드리스’하게 넓혀 나가죠. 자사 제품의 라인업을 늘리는 것을 뛰어넘어 분자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B2B 수요까지 끌어오거든요. 엔드리스 웨스트는 2022년 2월 자회사 ‘블랭크 콜렉티브(Blank Collective)’를 설립했어요. 분자 기술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자에게는 창의적인 레시피와 신속한 제품을 제공하고, 기존 사업자에게는 보유한 제품의 퀄리티와 생산량을 높여주는 서비스죠.




블랭크 콜렉티브는 설립 후 3개월 만에 무려 8개의 신제품을 내놓았어요. Creators Cut, Badger Claw, Rival Vodeka, Indsutry, Mini, Stubs, Fizz and Election Flavored Vokda 등 모두 새롭게 주류 브랜드를 런칭하려는 회사와 협력한 결과물이에요. 뿐만 아니에요. 기존 주류 업체들을 고객으로 맞아 그들이 보유 중인 제품의 퀄리티와 생산량까지 높여주고 있어요. 제품을 분석해 맛을 최대한 업그레이드 해주고, 생산량과 비용 조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거죠. B2B 시장으로 활로를 넓혀 자신들의 제품군을 넓히는 것은 물론 수익까지 올리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 모든 일이 가능한 이유는 역시 분자 기술에 있어요. 원하는 맛을, 빠르게 만들어 생산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새로운 술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맛을 연구하는 R&D,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생산하기 위한 과정 등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해요.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는 신제품 출시에 5년이 걸렸고, 국순당의 증류주 백세고는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어요. 주류 특성상 일대일로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블랭크 콜렉티브는 대략 10일에 하나씩 신제품을 출시한 셈이에요.



목표하진 않았지만 따라오는 뜻밖의 자연 보호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소모돼요. 술에 들어가는 재료부터 생각해 보면 쉽죠. 우선 기본이 되는 곡물류가 있어요. 위스키를 위해서는 보리를, 보드카를 위해서는 감자를, 소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쌀이 필요하죠. 엔드리스 웨스트가 주로 생산하는 위스키의 경우는 같은 술 중에서도 자원 소비량이 제일 높아요. 위스키를 주조하려면 동일한 양의 진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약 7배 높은 수준의 자원이 필요해요.


재료만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에요. 제조를 위한 생산 및 기계 설비, 설비를 작동하기 위한 전력과 인력도 계속적으로 필요해요. 위스키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지방의 122개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전력이, 25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과 비슷한 양이라고 하니, 우리가 마시는 술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어요. 술을 만들고 나서도 자원은 필요해요. 숙성을 위한 토지와 공간이죠. 발렌타인 21년 숙성의 경우는 제조 후 21년을 숙성했다는 의미예요. 그렇다면 21년간 술을 보관하기 위한 땅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엔드리스 웨스트의 분자 기술은 자원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줘요. 우선 원재료가 필요 없죠. 기초가 되는 원액에 액상 형태의 추출물만 있으면 되니까요. 증류를 위한 설비나 생산을 위한 공장도 필요 없어요. 연구실 하나만 충분하죠. 물론 숙성 창고도 해당되지 않아요. 이미 숙성된 술을 생산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엔드리스 웨스트는 전통적인 술 생산과 대비해 물, 탄소, 토지 그리고 해충제 사용을 극적으로 줄여줘요. 수치로 보면 더 놀라운데요. 전통적인 위스키 생산에 비해 분자 위스키는 물 94%, 토지 사용 92% 그리고 탄소 배출 87%를 절감했어요. 과학의 도움으로 자연까지 도움을 받다니, 친환경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셈이죠.



2천만원짜리 와인과 맞바꾼 아아디어

술의 맛을 분자 단위로 나누는 아이디어의 시작은 2015년 한 와이너리에서 시작됐어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마돈 추아는 와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나파벨리 지역으로 와이너리 투어를 갔어요. 여러 와인을 맛보고 투어를 즐기던 중 한 와이너리에서 1973년 샤또 몬테라나 샤도네이를 만나게 되죠. 이 와인은 파리의 심판* 당시,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와인을 꺾고 나파벨리 지역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등극하게 한 와인이기도 해요. 맛이 너무나 궁금했던 그는 와이너리 스태프에게 와인을 마셔볼 수 있도록 부탁해요.

*파리의 심판: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포도주와 캘리포니아 포도주의 시음회


ⓒAdam Raczkowski, Medium


하지만 와이너리 스태프는 거절하죠. 병당 2천만이 넘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보다도 전 세계에 몇 병 남지 않은 와인이었거든요. 몇 병 남지 않는 와인을 누군가가 마셔 버린다면,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이상 평생 해당 빈티지의 와인을 지구상의 그 누구도 맛볼 수 없기 때문이죠. 이때 마돈 추아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결국 모든 술의 맛은 분자의 조합이다.’ 분자의 조합에 따라 술을 만들어 내는 분자 위스키의 기초를 생각해 낸 거죠. 엔드리스 웨스트 글리프의 병당 최고 가격은 40달러에 머물러요. 일반 위스키의 소비자 가격에 비하면 합리적이다 못해 저렴하다고까지 할 수 있어요.


엔드리스 웨스트는 지구상에서 존재한, 혹은 존재했던 모든 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전에 없던 맛을 자랑하는 신상품은 물론이고, 몇 병 남아 있지 않은 빈티지, 심지어 이미 다 마셔버려 사라진 술의 맛까지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엔드리스 웨스트라는 그 이름처럼, 끝없이 서쪽으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상의 모든 술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Reference

엔드리스 웨스트 공식 홈페이지

Cleveland Whiskey, Small Business Revolution

• Montanya Distillers 공식 홈페이지

• Relativity Whiskey, Caskers

블랭크 콜렉티브 공식 홈페이지

• 하이트진로, 5년 공들인 신제품 맥주 '테라' 출시... "청정라거 시대 온다", 뉴데일리

• 국순당, 7년 개발 고급 증류주 '백세고' 1000병 한정 출시, 이데일리

• Endless West Makes Spirits In A Whole New Way, Bar 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