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만 잘하는 거 아닌가요? 놀림받던 브랜드의 눈물겨운 반전

강소백

2022.11.18

‘마케팅 잘하는 브랜드’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기발하고 창의적인 콘텐츠, 감각적인 이미지와 문구들, 개인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타겟팅,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활동들을 떠올릴 거예요.


그러면 여기에다가 한 글자만 더 추가해 볼게요. 마케팅’만’ 잘하는 브랜드로요. 한 글자 더했을 뿐인데, 브랜드 이미지가 달라져요. 제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부정적인 연상 작용이 일어나죠. 이러한 낙인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고객 외면으로 어이지고, 결국 브랜드의 수명을 단축시켜요.


고량주 브랜드인 ‘강소백’이 그랬어요. ‘1세대 콘텐츠 마케팅의 신’이라 불리며, 중국에서 마케팅 대표 사례를 다룰 때 단골로 등장하는 브랜드였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케팅만 잘하는 브랜드’로 대중들에게 낙인찍혀 버려요. 독보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시선을 끌었지만, 제품의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쳤던 거예요. 강소백 관련 글 하단엔 “마케팅 능력은 인정, 그런데 정말 맛없는 술" 등과 같은 댓글이 꼬리표처럼 달렸어요.


하지만 최근 강소백은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 “강소백은 역시 강소백이다", “강소(小)백이 아니라 강대(大)백이다"란 여론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강소백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 잡았을까요?


강소백 미리보기

• 비주류와 힙스터는 한끗 차이, 힙스터가 될 비주류와 함께 한다

• 고객 페르소나와 캐릭터는 한끗 차이, 고객이 자신을 투영할 캐릭터를 만든다

• 진심과 취중진담은 한끗 차이, 취중진담을 진심 어린 후기로 승화한다

• 불만과 해결은 한끗 차이, 고객 불만으로 셀프 디스하고 해결 의지를 보인다

• 고객과 직원은 한끗 차이, 고객의 현장 체험을 회사의 자산으로 바꾼다

• 12시간 생방송을 진행하며 대표가 손 편지를 쓴 이유




마오타이는 중국 최고의 고량주 브랜드예요. 어느 정도로 대단하냐면 중국 내 술 브랜드에서 최고인 건 물론이고, ‘중국’과 ‘술’이라는 카테고리를 ‘전 세계’와 ‘음료’로 확장해도 최고라 볼 수 있어요. 2020년 초 기준으로 미국의 코카콜라와 펩시의 시가 총액을 넘어섰거든요. 음료 카테고리를 벗어나도 막강함은 여전해요. 2020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었어요.


이런 마오타이의 전 회장 지커랑(季克良)에겐 고민이 있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마오타이를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는 고민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게 됩니다. 그러자 마윈은 이렇게 대답해요.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고량주를 알까요. 그들이 45세가 되면 그제야 알 테지요.” 


마윈이 자기 비즈니스 아니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 아니에요. 실제로 고량주는 가격이 비싸고, 디자인도 전통적이고, 도수도 높아 젊은 세대가 가까이하기 어려운 술이죠. 게다가 고량주는 내돈내산하는 술이 아니라, 특별한 날이나 중요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이기 때문에 브랜드 네임, 역사, 숙성 연도 등의 정보가 핵심 구매 요인이고요. 그래서 전통의 강호들에겐 만들어 놓으면 사실상 다 팔리는 게 고량주였어요. 굳이 ‘술을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따로 펼칠 필요도 없었고요.



전형적인 고급 고량주 ©葡萄酒网


그런데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강소백의 창업자 타오스촨(陶石泉)이죠.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진류푸(金六福)라는 유명한 백주*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일을 하면서 중국 전통 백주가 젊은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죠. 많은 술자리에 참석했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에선 백주를 시키는 일이 드물었던 거예요. 그 때 그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부드럽고 순한 맛의 백주가 없다’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백주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백주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백주는 증류주의 총칭이고 고량주는 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증류주를 가리킵니다.


확실히 비어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한 그가 회사를 나와 만든 것이 바로 강소백(江小白)이에요. 그리고 기존 고량주 브랜드들이 하던 것의 정반대 전략으로 ‘캐주얼한 고량주'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비주류와 힙스터는 한끗 차이, 힙스터가 될 비주류와 함께 한다

우선 약 40도 수준으로 도수를 낮췄어요. 다른 술 기준으로 치면 낮은 도수가 아니지만, 기본 50도~60도를 자랑하는 고량주의 세계에선 저도수에 속해요. 그리고는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SLP 원칙(Smooth 부드러운 목 넘김, Light 낮은 알코올 도수, Pure 잡향이 없는 순수함)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술을 만들었죠.



©江小白



©江小白


병 디자인도 투명한 유리 재질의 힙 플라스크 스타일을 채택해 백주의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했어요. 용량은 100mL 단위로 소용량, 아담한 사이즈로 제작해 약 20위안(약 2,500원) 수준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내놓았어요.


하지만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시장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강소백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년들의 테이블 위에만 머물러 있던 술을 끄집어내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포함하는 것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고량주의 고루한 이미지를 없앨 필요가 있었죠.


보통 젊은 세대들을 겨냥하는 브랜드들은 당시에 유행하는 대중문화에 주목하곤 해요.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대상에 브랜드의 연결 고리를 형성해 트렌디하다는 인상을 주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강소백은 이번에도 반대로 가기 전략을 취했어요. 힙합, 그래피티와 같이 당시 중국에선 비주류였지만 청춘들의 전유물이기도 한 문화 예술을 택했죠.



강소백 YOLO 힙합 페스티벌 ©江小白



강소백 Just battle 브레이크 댄스 배틀 대회 ©江小白


힙합이 낯설었던 2016년부터 YOLO 힙합 페스티벌을 전국 단위로 개최할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댄스나 그래피티 배틀 등의 문화 이벤트를 기획해요. 마침 2017년, 중국판 ‘쇼미더머니’라 불리는 프로그램 ‘더 랩 오브 차이나(中国有嘻哈)’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강소백은 더욱 힙한 브랜드로 부상하게 돼요. 당시 프로그램 우승자 GAI는 이전부터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온 강소백에게 <장하(长河)>라는 헌정 랩을 선사하기도 했죠.


이외에도, 강소백은 인디 음악과 미술을 하는 예술가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면서 주기적으로 컨템포러리 영 아티스트 기획전을 여는 등 청춘들의 문화 예술 영역에 손을 뻗쳤어요.


이러한 강소백의 행보는 보수적인 고량주 업계에선 볼 수 없는 파격 그 자체였어요. 그리고 그 자체가 힙함으로 소구되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큰 지지를 받게 됐죠. 하지만 단순히 힙하다는 것으로 강소백이 곧 청춘주의 대명사가 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에 파고들기 위해선,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했죠.



고객 페르소나와 캐릭터는 한끗 차이, 고객이 자신을 투영할 캐릭터를 만든다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흔히 먼저 하는 작업 중 하나는 ‘고객 페르소나(Persona)’를 설정하는 거예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가상의 인물을 구체화하면서 그에 맞는 타겟팅 전략을 수립하죠.


강소백은 브랜드 의인화를 통해 페르소나를 아예 캐릭터로 드러내요. 캐릭터의 이름은 브랜드명과 동일한 강소백. 병 패키지엔 세기말 감성 만화체로 그려진 젊은 남자 캐릭터와 함께 ‘저는 강소백입니다. 심플한 삶을 추구합니다. (我是江小白,生活很简单)’란 문구가 새겨져 있어요.



©江小白


‘소백(小白)’은 원래 신출내기, 초심자의 뜻을 가지고 있어요. 신생 고량주인 강소백 브랜드 그 자신을 의미할 수도 있고, 핵심 페르소나인 백주를 마셔본 적이 없거나 잘 마시지 않는 청춘들을 가리킬 수도 있어요. 강소백 자체가 젊은 세대들이 백주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일종의 입문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요.


한편, ‘소백'은 중국에서 백씨 성을 가진 남성을 부르는 칭호이기도 해요. 강소백은 이 캐릭터를 심플하고 절제하는 라이프스타일, 친환경을 추구하고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남성으로 설정해요. 당시 빠른 경제 발전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삶에 여유가 없어진 것에 회의를 가지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추구하고 싶어 하는 이미지상과 흡사하죠.


강소백이 브랜드 페르소나 의인화에 얼마나 진심이었냐면, 2017년에 ‘나는 강소백이다 (我是江小白)’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요. 단순히 브랜드의 일회성 광고용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2시즌에 거쳐 매회 약 20분 분량의 총 24회로 구성된 작품을 만든 거예요.



나는 강소백이다 시즌 1 애니메이션 포스터 ©江小白


정규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착실한 인턴 강소백이 어느 날 부분 기억 상실증을 겪게 돼요. 이후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익숙한 여성과 과거의 부분 기억이 교차하며 겪는 청춘 로맨스물이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드라마들과는 달리 잔잔한 감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힐링물로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흥미로운 것은 작품 내에는 술 PPL 등이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훠궈 등을 먹는 장면에서도 브랜드 노출 없이 콜라 등을 먹는 장면이 나올 정도죠. 이 애니메이션은 중국 내 영화, 드라마 평점 사이트 도우반(豆瓣) 에서 당시 8점 이상의 높은 평점을 받으며 호평받아요. 지금은 7.9점대로 떨어졌지만 평점이 짠 걸로 유명한 도우반에선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해요. 브랜드 IP 콘텐츠의 성공사례로도 주목받게 되죠.


강소백을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 ‘미생’ 열풍이 떠오르기도 해요. ‘우리 모두 미생’이란 메시지가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은 것처럼 청년들 역시 강소백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에 강소백은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술이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결정적인 장치를 만들었어요. 술을 먹은 후 나오는 진심, 속마음을 병에 옮겨 적어 소위 ‘표현병(表达瓶)’이라 불리는 강소벽 병 패키지 라벨이 그것이에요.



진심과 취중진담은 한끗 차이, 취중진담을 진심 어린 후기로 승화한다


“성장은 울음이 곧 무음이 된다는 것, 술 약속은 고요했던 감정을 진동시키는 것 (成长就是将哭声调成静音,约酒就是将情绪调成震动)"


“아무리 마셔도 충분히 마시지 못하다고 느낀 것은 사실 충분히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 (总觉得没喝多,其实是没聊透。)”



©江小白


강소백 병을 바라보면 독특한 점이 있어요. 병을 감싼 종이 라벨에 저마다 각기 다른 문구와 사진이 새겨져 있거든요. 그리고 그 문구는 한 편의 시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술 마시고 읊조리는 진심으로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건 진짜로 술 마시고 고객들이 남긴 후기예요.  


라벨에 새겨진 QR코드를 스캔하면 라벨에 남기고 싶은 말과 사진을 올릴 수 있어요. 글과 사진이 채택되면 개인 소장용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라벨을 두른 강소백이 시판돼요. 수천 가지의 라벨이 랜덤으로 찍혀 시중에 풀리기 때문에 한 테이블에서 강소백 여러 병을 주문해도 문구가 중복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 종이 라벨은 강소백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어요. 강소백 본사에는 이 패키지 라벨에 작성될 문안만 작성하고 편집하는 전문 카피라이터들만 수십 명이 있을 정도죠. 전문 카피라이터들의 잘 다듬어진 문장, 누군가의 취중 진담, 협업한 영화/드라마/노래의 명대사와 주요 구절 등 다양한 문장 등을 접할 수 있어요. 주기적으로 특정 주제를 제시해 글짓기 공모 형태로도 진행해요. 가령 ‘진작 알았더라면 (早知道)을 주제로 1줄 문장을 만들어주세요’처럼 마치 과거 시험을 연상시키며 고객들의 문장을 수집하죠.



©江小白


종종 개봉하는 영화와 협업할 때도 관련한 주제로 사연을 공모하기도 해요.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영화인 <먼 훗날 우리 (后来的我们)>와 협업할 땐 ‘먼 훗날 우리와 관련된 짧은 시를 보내주세요.’ 등으로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영화 <먼 훗날 우리 后来的我们> 협업 패키지 ©江小白


강소백의 라벨은 곧 고객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장이 됐어요. 마치 라디오 사연이나 인터넷 게시판처럼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매체가 된 거예요. 무엇보다 강소백이 등장했을 2012년 당시엔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많은 청년 세대들에게 힐링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었던 시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이 당시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것처럼, 중국에선 강소백이 그런 역할을 했죠. 여전히 중국 주요 포탈에서 강소백을 검색하면 ‘강소백의 명문 탑100’, ‘내 마음을 울렸던 강소백 글귀 모음’ 등과 같은 게시글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이러한 힐링 문구를 넣은 라벨은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문제해결 의식 없는 단순한 힐링과 위로의 담론은 더 이상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사기보단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죠. “강소백은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이야기와 정서를 판다."라는 이야기는 한 때는 칭찬이었으나 언젠가부터 맛이 없으니 마케팅으로만 포장하려는 브랜드란 부정적인 평가로 바뀌었어요. 강소백은 “마케팅만 잘하는 기업이다."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강소백은 그렇게 한물간 브랜드가 되는 듯 했어요.



불만과 해결은 한끗 차이, 고객 불만으로 셀프 디스하고 해결 의지를 보인다


“강소백 정중한 성명(郑重声明) 100안 발표


2021년, 강소백은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두 가지 깜짝 행보와 이벤트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켜요. 첫째는 그동안 네티즌들이 남겼던 강소백에 대한 대표 악플 100개를 모았어요. 그리고 각각 악플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재치 있는 대답 등을 한 장의 카드 형태로, 총 100개의 성명 게시글을 제작한 거예요.


“누군가가 말하길, 강소백은 절대 4대 명주 축에도 낄 수가 없다는데, 정정합니다. 4대가 아니라 8대 명주도 못됩니다. (有人说江小白远远不如四大名酒,声明一下,是八大)


“강소백은 마케팅만 잘한다는 말에 대해 할 말 있습니다. 우리 마케팅부서 30명은 모두 ‘한 때 그랬다’란 입장입니다. (在江小白只会做营销“这个问题上,我们市场部都的30位同事一致认为自己只是”会过)”


“마오타이*만 마시고 강소백은 절대 마시지도 않는다는 그 분. 저희가 마오타이를 부러워 해야 할지, 당신을 부러워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어요. (针对表示只喝茅台,不喝江小白的用户,我们一时不知道该选羡慕您,还是羡慕茅台。)

*중국의 명주인 마오타이는 비싼 가격과 희소가치로 진품을 구하기 힘든 술입니다.



©江小白



©江小白



©江小白


심지어 강소백은 이 100개 성명©江小白 서를 모두 라벨에 출력해 강소백 병에 둘러서 ‘디스병 (吐槽瓶)’이란 이름으로 출하했어요. 이 시기에 강소백을 구매한 고객들은 강소백의 셀프 디스 문구에 공감(?)하면서 흥미로워했고, 강소백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서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던 기존 커스텀 종이 라벨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기존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一起吐槽江小白(함께 강소백을 디스해봐요) ©江小白


창립 10주년에 브랜드 업적을 기리는 대신, 네티즌들의 비판을 역으로 활용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에는 중국에서 지난 몇 년간 유행했던 스탠딩 토크쇼와 셀프 디스 문화와 관련이 있어요. 더 이상 청춘들에게 알맹이가 없는 힐링과 위로 한마디보단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며 문제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있었어요. 강소백 역시, 한때 청춘의 대명사였던 만큼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거죠.



고객과 직원은 한끗 차이, 고객의 현장 체험을 회사의 자산으로 바꾼다

이번에도 강소백이 그럴싸한 마케팅으로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강소백은 2018년부터 100만 평 농지를 매입해 강소백의 주요 원료인 붉은 수수(고량)를 기르고 다양한 품종 개량을 시도하는 등 R&D에 남다른 진심을 보이고 있어요. 독특한 것은 수수밭 주변으로 복숭아를 포함해 각종 과수 농작물도 기르고 있다는 거예요.



강소백 소유 수수밭 ©江小白


고량주 회사가 과수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객들을 주기적으로 농장에 초대해 신선한 재료로 직접 술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에요. 강소백이 무수히 받았던 ‘공업용 알콜 맛이다’란 것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하지만, 일반 고객들이 수수를 따서 술을 직접 양조하는 것은 하루 체험으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죠. 만들고 숙성하는 데만 최소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니깐요.



강소백의 도원 ©江小白



고객이 만드는 배합 레시피 ©江小白


그래서 고객들이 직접 과일을 따서 가져다주고 배합 레시피를 적어 전달하면 전문 바텐더가 즉석에서 과일즙을 내 강소백과 함께 섞어 고량주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양한 과일을 취향껏 따서 비율 등을 직접 조절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과일 고량주 만들 수 있죠. 강소백은 팜 투어 참가자들을 ‘술 개발자’라고 불러요. 다양한 과일과 채소 등을 따서 고객들이 직접 만든 레시피 아이디어는 양조장 내 실험 레시피로 등록해 신제품 개발 연구에 참고하고 있고요.


이 아이디어는 2018년, 강소백의 한 충성 고객으로부터 받은 하나의 제안에서 시작됐어요. 당시 이 고객은 달콤한 복숭아 맛이 나는 강소백을 만들 것을 제안했는데, 그때 시범으로 만들었던 과일 큐브(果立方) 시리즈가 저도수 트렌드를 타고 대박이 났거든요.



강소백 과일큐브 시리즈 ©江小白


이후 강소백은 프로슈머(Producer+Consumer)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아예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신제품 공모전’을 열어 프로슈머들과 협력해 총 6종 과일큐브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죠. 이 시리즈는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팔린 과일 증류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어요. 많은 고객이 과일, 신선한 재료 등에 열광한다는 것을 몸소 경험한 강소백은 아예 과일을 매개로 고객들을 강소백에 초대하기로 결심했고, 이것이 팜 투어 프로그램으로 이어졌죠.


단순히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고객에게 ‘1일 제품 개발자'란 역할을 제공해 브랜드 애착을 형성한 거예요. 팜 투어와 결합한 프로슈머 활동으로 강소백은 시장 수요 조사, 제품 개발, 고객 관계 강화 등 모두를 얻어가는 일석삼조를 이뤄낸 거죠.



12시간 생방송을 진행하며 대표가 손 편지를 쓴 이유 

2021년 9월 26일, 강소백 10주년 맞이 정중한 성명을 발표하기 전 날, 타오스췐은 붉은 수수밭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오두막에 앉아 카메라를 켰어요. 그리고 강소백 10주년을 맞이해 의견을 남겨준 100명의 고객들에게 직접 붓펜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이 방송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어요.



강소백 타오스췐의 생방송 ©江小白



강소백 타오스췐의 생방송 ©江小白


영상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 숏폼이 익숙한 시대에 12시간 동안 잔잔하게 진행되는 생방송 영상은 오히려 MZ세대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움직였어요. 영상의 배경으로 펼쳐진 붉게 익어가고 있는 수수밭의 정경 역시 시선을 끌었죠. 마케팅만 잘하고 결국 본질은 비어 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강소백이 가장 진정 어린 방식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실시간 생방송을 통해 보여준 거예요.


강소백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탄생하고 계속해서 진화하는 중이에요. 젊은 세대들은 고량주 맛을 알지 못한다는 고량주를 청춘을 이해하는 술로 재탄생시켰고, 이후에도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힐링 문구, 셀프 디스, 팜 투어 프로슈머 활동 등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와 시선에 맞춰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물론 여전히 강소백의 술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은 많아요. 하지만 아직 미완성인 청춘 세대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것처럼, 강소백 역시 그들과 궤를 함께하며 익어가는 중이라 볼 수 있죠. 탄생한 지 10년이 이제 갓 넘은 강소백의 향후 10년이 기대되는 이유에요.




Reference

강소백 공식 홈페이지

 中国品牌故事|江小白陶石泉:故事和酒,你想要的,我都有!, 腾讯网, 周君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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