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국민 물감’이 있어요. ‘마리’라는 이름의 물감이에요. 언뜻 보면 영어 이름인가 싶지만, 큰 뜻을 품은 중국어 이름이에요. 말을 타고 성공의 가도를 달린다는 것에서 ‘마(马)’를, 조국과 국민을 이롭게 한다(利国利民)라는 의지에서 ‘리(利)’를 따서 지었죠. 이름처럼 미술의 대중화를 꿈꾸며 합리적 가격에 물감을 판매해 왔어요.
1900년대 초부터 시작한 마리는 저렴한 물감을 무려 100년 넘게 만들어 왔어요. 20세기에는 저렴한 가격이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었어요. 만들기만 해도 팔리던 시대, 저렴하면 더 잘 팔리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물감의 특성상 나이 어린 학생들이 주요 소비층인데, 요즘의 Z세대에게 저렴한 가격은 경쟁력이 되지 못해요. 이들은 가격을 넘어 브랜드를 보고, 성능을 넘어 재미를 찾는 세대예요.
마리는 시대의 흐름에 무너지는 대신 부활하는 것을 선택했어요. 물감에서 ‘색’이라는 요소를 꺼내 미술 용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요소로 재해석했거든요. 그 중심에는 ‘M+마리’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어요. 생기 있는 컬러플레이로 ‘색채주의’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이 곳은 현재 Z세대의 놀이터가 되었어요. 오래된 물감 회사의 승부수, 색채주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것일까요?
마리 미리보기
• 삭막한 공장 부지를 따뜻한 동네로 탈바꿈시킨 열쇠, ‘색채’
• ‘색채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2D 캐릭터로 Z세대 마음을 열다
• 고객을 넘어 동네 주민과 상생하는 리노베이션의 이유
‘베이징’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있나요? 베이징은 만리장성, 이화원 등 다양한 문화 유산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마오쩌둥 초대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 광장도 빼놓을 수 없어요. 그런데 이 초상화, 어떤 물감으로 그린 걸까요?
당대 국가 원수의 초상화인 만큼 캔버스부터 물감까지 모든 재료는 최상급이어야 했을 거예요. 예나 지금이나 당시 물감 재료의 최고봉은 독일산이었으니, 당연히 독일산 물감으로 그렸을 법해요. 그런데 이 초상화에 사용된 물감은 독일산이 아니었어요. 중국 최초로 유화 물감을 생산해 낸 ‘마리(Marie’s)’의 물감을 사용했죠. 마리 물감이 선택된 데에는 단순히 자국의 것을 소비하자는 국수주의 이상의 이유가 있어요. 창립 이후 오랫동안 유지해 온 브랜드 스토리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어죠.
1900년대 초, 중국은 문호 개방 후 서양 회화가 유입되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어요. 서양 회화의 유입은 중국 예술계를 더 다채롭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술과 대중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어요. 서양 미술이 유입되면서 비싼 독일, 일본제 미술 용품이 함께 중국으로 수입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가난한 화가들은 점점 물감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이 때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화가인 장위광(张聿光)을 필두로 여러 화가가 뜻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어요.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한 회화를 다시 모두의 것으로 돌려 놓기 위해서요. 장위광을 중심으로 한 이 예술가 집단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물감을 직접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마리 물감의 시초가 되었어요. 말을 타고 성공의 가도를 달린다는 것에서 ‘마(马)’를, 조국과 국민을 이롭게 한다(利国利民)라는 의지에서 ‘리(利)’를 따 ‘마리’라고 명명했어요. 이름부터 대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마리의 로우엔드 수채화 물감 ⓒ마리(马利)
마리의 창립 이념은 지금까지도 마리의 로우엔드(low-end) 상품군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여전히 서민들을 위한 보급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거죠. 한 인터뷰에 따르면, 트럭 1대 분량의 로우엔드 물감은 담배 한 갑 가격 정도의 이윤을 남긴다고 해요. 그럼에도 예술의 민주화를 꿈꾸며 100년 넘게 저렴한 물감을 만들어 왔어요. 그만큼 국민 물감으로 손색 없었기에 천안문 광장 초상화에도 채택된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어요. 브랜드의 오래된 역사와 착한 가격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가 힘들죠. 특히 어린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물감의 특성상, 요즘의 Z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해요. 하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Z세대에게 기존의 마리 물감은 매력적이지 않아요. 게다가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수입 물감을 이용하는 비율도 전보다 훨씬 높아졌어요. 상황이 점점 마리 물감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하죠.
그렇다고 마리 물감이 손 놓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을까요? 전혀요. 마리 물감은 이런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Z세대 사이에서 부활하고 있어요. 그 비결의 실마리는 물감 자체보다 ‘색'을 주제로 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으로 찾아가는 데에 있어요.
삭막한 공장 부지를 따뜻한 동네로 탈바꿈시킨 열쇠, ‘색채’
팬데믹 기간의 도시를 색으로 비유한다면 무슨 색일까요? 잦은 봉쇄, 사람 간 교류 단절 등으로 생긴 우울함은 곧 무채색을 연상시켜요. 색을 잃은 도시 속에서도 가장 삭막한 곳은 공장 부지예요. 그런데 이 곳에서 불현듯 밝은 색깔과 경쾌함으로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탄생해요. 마리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커뮤니티형 서점을 만드는 ‘싱푸지후이(幸福集薈)’와 함께 만든 ‘M+마리’가 그 주인공이에요.
과거 마리 물감 공장 모습 ⓒ마리
M+마리는 과거 마리 물감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공간이에요. 기존 마리 물감 공장은 길게 마주 보고 있는 두개의 회색 건물이 다였어요. 단조로운 구조인 데다가, 건물 간 간격이 좁아 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어 보였죠. 하지만 리노베이션 담당자는 이 구조가 상하이 근대 도시 주거 양식인 ‘리농(里弄)‘이라는 것에 주목했어요.
상하이 리농 양식 ⓒ上海章明建筑设计事务所
1900년대 초, 상하이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에 의해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조계(租界)가 설정되었어요. 원래 조계는 서구 열강들이 상하이에서 자국민 거주지로 개발했지만, 중국의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중국인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비교적 자유롭고 인프라가 발달한 조계지로 중국인들이 모여든 거예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유입되는 중국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빠르게 지을 수 있는 건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기존 중국 단층 가옥에 서양식 건축 방식을 더해 3~4층 건물을 짓기 시작했어요. 이 건물들은 삽시간에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쭉 늘어 서게 되었죠. 이런 건물들이 바로 리농이에요.
리농이라는 단어 자체는 ‘골목길'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골목길을 포함한 주거 양식을 의미해요. 보통 주거 양식하면 ‘집' 자체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 ‘길'을 포함했다는 점이 독특해요. 즉 마주 보는 건물 사이 간격을 단순 통로로 본 것이 아니라, 이웃 간 교류하는 공간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어요.
물감 공장 부지를 리농으로 접근하니 건물 사이 좁은 통로가 커뮤니티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일자로 쭉 뻗은 단조로운 평면의 길에 엇갈린 오픈형 무지개색 계단을 설치, 수직으로 공간을 확장했어요. 계단의 끝엔 담장을 연상시키는 높이가 다른 벽을 세웠어요. 여기에 개방형 테라스 설치를 통해 입체감을 더해 역동성을 주었죠.
M+마리의 시그니처 조형물 ⓒiDesign绝对设计
담장엔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각각 담벼락에 거꾸로 매달린 모양, 담장 위에 올라간 모양이에요. 하이라이트이자 M+마리의 아이콘은 계단 아래 쪽에 설치된 ‘허리를 뒤로 접은 소녀(下腰女孩)’에요. 영어로는 ‘지치지 않는 소녀(Tireless girl)’로, 상하이 일러스트레이터 조우르양(周日央)의 작품이에요. ‘삶에 대한 열정과 지치지 않는 것’을 컨셉으로 창작했다고 해요.
이 소녀 조형물의 독특한 자세들은 서로 떨어진 두 건물을 유연하게 이어줌과 동시에, 창작 의도대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해요. 게다가 회색에 가까운 계단과 담장을 소녀 조형물의 빨간 색상과 대비시켜 경쾌한 리듬을 형성하고요.
양측 건물 전면에는 담쟁이 덩굴을 키워 건물에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더했어요. 생태 디자인을 통해 공장 건물이 주는 차가움을 부완하면서,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자연스레 연출한 거죠. 식물이 끊임없이 호흡하며 외부환경과 교류를 하는 것처럼, M+마리 역시 주변 환경과 어울려 상호작용한다는 걸 암시하기도 해요.
‘색채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M+마리는 리농과 컬러 트렌드의 충돌과 융합입니다. 도시 재생은 단지 건물의 외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요소로 새로운 콘텐츠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 문화(콘텐츠)가 도시 재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싱푸지후이 부사장 탄위페이(谭雨菲)의 말이에요. M+마리는 건물의 외관만큼이나 내부 구성에도 신경을 썼어요. M+마리는 크게 1) 창작자 오피스, 2) 식당 및 상업 시설, 3)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 (mamǎfufú超级百货)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건물 내부의 창작자 오피스는 M+마리에서 직접 지원해 인큐베이팅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들을 위한 사무실이에요. 건물 1층엔 식당, 카페 등 상업 시설이 입점해 있고, 모두 노천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요. 각각 다른 식당과 카페에서 식사하고 있어도 마치 한 동네에서 즐기는 듯한 느낌을 조성하죠.
M+마리와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 입구 ⓒiDesign绝对设计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은 마리와 싱푸지후이가 ‘색채주의(Colorism)’를 컨셉으로 만든 라이프 스타일 매장이에요. 이름부터 독특한데 마마푸푸는 마리의 ‘마(马)'와 싱푸지후이에서 복을 뜻하는 ‘푸(福)’를 각각 따서 만든 이름이에요. 중국의 사자성어 중 ‘마마후후(马马虎虎)'를 의도적으로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도 엿볼 수 있어요.
마마후후는 ‘대충대충, 그저 그런’이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보통 브랜드명으로는 잘 쓰지 않아요. 하지만 이 곳을 방문한 대부분 사람들 ‘이름과는 달리 런런쩐쩐(认认真真, 열정 충만)이다’라는 반응을 보여요. 공간에 들어가기 전부터 반전있는 네이밍으로 유쾌함을 주고 시작하는 셈이에요.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의 공간 구성을 한번 살펴볼까요? 1) 마리 쇼룸, 2) 서점, 3) 공방, 4) 패션&디자인, 5) 색채 갤러리, 6) 팝업 스토어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마리 쇼룸 다채로운 파이프와 컨베이어 벨트 ⓒiDesign绝对设计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에는 마리 플래그십 매장이 있는데, 매장 가운데에서는 형형색색의 파이프를 중심에 두고 컨베이어 벨트가 계속 돌아가고 있어요.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물감이 달린 작은 병들이 놓여져 있고요. 이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한쪽 옆에는 마리의 대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는 쇼룸이, 그 맞은 편에는 브랜드 연혁이 적힌 패널이 위치해 있어요.
마리 쇼룸 ⓒiDesign绝对设计
브랜드 연혁도 지루하지 않아요. 거대한 팔레트 형태로 패널을 디자인하고, 칸마다 빨간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한 색상을 가진 작은 원을 배치했어요. 그런데 앞면에는 년도만 적혀 있을 뿐 설명이 없어요. 이때 이 원을 가로로 회전시키면 패널 뒤편엔 해당 연도에 있었던 주요 사건이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어요. 사람들이 직접 원을 돌려가면서 브랜드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접할 수 있어요. 오랜 역사를 가진 물감 브랜드의 역사를 팔레트 형태로 재미있고 감각적으로 전달한 거죠.
무지개 터널 ⓒiDesign绝对设计
플래그십 매장, 서점, 쇼핑 공간, 공방 등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 내에서 서로 다른 공간을 오고 갈 땐 무지개 터널을 지나가요. 포토 스팟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공간마다 각각 다른 컬러를 부여해 공간의 전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가령 서점으로 향하는 무지개 터널의 끝은 코발트블루예요. 서점을 둘러보면 이 코발트블루를 메인 색상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패션&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은 노란색을, 공방은 오렌지색으로 배정해 텍스트 이정표 없이도 공간 속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어요.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 내 서점 ⓒiDesign绝对设计
터널을 지나 각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 곳곳을 채도가 높은 색상의 제품이나 가구들로 채워 끊임없이 시선을 자극해요. 컬러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그들의 작품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하기도 하죠. 신선함을 추구하는 Z세대들이 지루할 틈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어요.
마마푸푸 그랜드 백화점 내 패션 공간 ⓒ上海国际摄影沙龙
동선 곳곳 배치된 일러스트 ⓒ上海国际摄影沙龙
2D 캐릭터로 Z세대 마음을 열다
마리는 ‘색’이라는 물감의 핵심 요소를 제품 밖으로 끄집어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소재로 재해석했어요. 마리푸푸를 통해 마리 브랜드를 처음 접한 Z세대들은 마리를 미술용품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죠. 마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술 더 뜨기 시작했어요.
마리는 최근 브랜드를 의인화한 캐릭터, ‘마 샤오리’를 발표해요. 은백색의 긴 머리를 한 이 소녀의 나이는 16세, 그림 그리기가 취미예요. 붓이 꽂힌 화가 모자, 페인트로 물든 소매, 물통 등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요소를 캐릭터에 반영했어요.
마 샤오리의 미술 클래스 영상 ⓒ마리 비리비리 공식 채널
마 샤오리는 중국의 유튜브라고 불리는 서브컬쳐 커뮤니티, ‘비리비리(bilibili)’와의 협업으로 나온 결과물이에요. 비리비리를 잠깐 설명하자면, 비리비리는 원래 비주류 문화였던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 2D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서브컬쳐 커뮤니티로 출발했어요. 지금은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2억 명이 넘어가는 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죠.
그런데 왜 하필 마리는 2D 캐릭터를 개발했을까요? VR, AR 등을 이용해 최신 기술이 접목된 입체적인 캐릭터를 개발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런 의사 결정의 뒤에는 중국의 문화적 맥락이 숨어 있어요. 중국 서브컬처 팬덤은 대부분 애니메이션 마니아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52.4%가 Z세대예요. 그만큼 2D 캐릭터에 대한 Z세대의 관심이 밀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죠. 게다가 Z세대들은 신기술을 응용한 디자인을 식상하다고 느끼고, 2D 캐릭터를 복고풍으로 받아들여 재밌다고 느낀다고 해요.
마리 역시 이 흐름을 타고 Z세대들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한 거예요. 비리비리에서 마 샤오리를 미술 강사로 내세우며 미술 클래스 영상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어요. 추후엔 IP를 활용해 더 다양한 파생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고요.
고객을 넘어 동네 주민과 상생하는 리노베이션의 이유
보통 오래된 건축물 재생할 땐 기존 건축물의 역할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과거는 과거대로 남겨 두고, 오늘날에 맞는 용도로 건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반면 마리와 싱푸지후이는 물감 공장으로 쓰였던 건물의 속성에 착안, ‘색’을 소재로 건물을 리노베이션했어요. 마리라는 브랜드를 덩달아 재생시킨 건 물론이고요.
모든 사람을 위한 물감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브랜드의 시작점이었던 것처럼, 고객 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과의 공생도 중요하게 여겼어요. 보통 동네가 인기를 끌어 유동 인구가 많아 지면,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주민들이 피해 보는 경우가 많아요. 소음, 쓰레기 등의 문제 때문이에요. 마리와 싱푸지후이는 주민과의 공생을 고려하지 않은 리노베이션은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주민들을 위한 비행기 모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인증을 하러 오는 외부인 고객들도 환영하지만, 주변 주민들 역시 이곳에서 브런치부터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거예요. 하루 종일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공간이죠."
싱푸지후이 부사장 탄위페이(谭雨菲)의 설명이에요. 이런 마음이 방문객들에게도 전달된 걸까요? M+마리를 방문한 누군가가 남긴 방명록 한 줄이 인상적이에요.
‘징안로의 한 줄기 빛(老静安里弄里的一束光)’
팬데믹으로 도시는 칙칙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엔 어두움이 드리울 때, M+마리가 도시와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후기예요. 스케치북에서 도시로 캔버스를 확장하며 브랜드 재생까지 일궈낸 마리. 마리가 색칠할 다음 캔버스는 어디 일까요?
Reference
• 5年成为上海的文艺书店之光,幸福集荟的秘诀是什么?, RQ商业观察室
• 上海M+马利 mamǎfufú超级百货 / 更新设计, iDesign绝对设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