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이 비춘 무대 위.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10여 명이 버피 테스트를 합니다. 이윽고 무대 밑의 100여 명도 함께 그 동작을 따라 합니다. 이내 음악이 바뀌고 트램폴린이 등장합니다. 무대에서 트램폴린을 뛰며 동작을 선보이자 관중들도 앞에 마련된 트램폴린으로 함께 그 동작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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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컨테이너 무인 공유 헬스장

대로 한복판에 뜬금없이 노란색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습니다. 한 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행인들이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작은 규모지만 트레드밀을 포함해 주요 운동 기구들이 갖춰져 있어 프라이빗 헬스장을 보는 듯합니다. 이용하려면 입구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한 후 30분 이용요금인 1천 원을 결제합니다. 결제 후 자동으로 문이 열리며 공간을 정해진 시간 내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슈퍼몽키가 2014년에 만든 세계 최초 컨테이너형 무인 공유 헬스장입니다. 

중국 선전의 사무실 건물과 쇼핑몰 주변에 위치한 슈퍼몽키의 무인 헬스장입니다. ©Supermon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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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이용요금을 결제할 수 있습니다. ©Supermonkey

“헬스장을 실제 사용한 만큼 지불하고 이용할 순 없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인데, 피트니스 산업에서는 쉬쉬하던 고민이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의 패턴 때문이죠. 중국 내 피트니스 산업 통계에 따르면 1년 회원권을 구매한 고객 중 7.4%만 꾸준히 이용하고 대부분은 첫 1~2개월 다니다가 비활성 고객으로 전환됩니다. 오죽하면 헬스장의 주 수익 모델이 이러한 낙전 수입에서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바꿔 말하면 기존 요금 체계를 실제 이용한 만큼 과금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대부분 헬스장은 경영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탸오탸오의 아이디어는 고객의 입장에선 합리적이지만 헬스장의 입장에선 굳이 제 살 깎아 먹는 비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장기 회원권에 가입할 필요 없이 사용한 만큼 결제하는 헬스장을 만들겠다는 상상을 접지 않았습니다. 낙전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식인 ‘무인 공유 헬스장’으로 구현한 거죠.

높았던 전통 피트니스 산업의 문턱을 낮췄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경쟁자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막대한 자본을 가진 회사들이 이를 모방해 더 공격적으로 컨테이너형 공유 헬스장을 전국 각지로 퍼뜨렸습니다.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였지만 결국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함정에 빠진 것이죠. 탸오탸오는 이때 누구나 카피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아닌 자체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의 중요성을 깨닫고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 시키기 시작합니다. 

헬스장을 등록한 후 많은 사람이 이탈하는 데는 개인 의지 문제도 있겠지만 기구 이용법을 모른다는 것도 크게 작용합니다. 특히 운동 초심자들은 의욕과 호기심으로 충만한 채 헬스장에 들어가지만 결국 트레드 밀만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하죠. 일반 헬스장에서 회원권만큼 PT(Personal Training) 프로그램 판매에도 열을 올리는 이유죠. 

슈퍼몽키라고 해서 상황이 다를리 없습니다. 그래서 슈퍼몽키는 퀄리티를 높인 유료 GX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합니다. 운동 기구가 아니라 ‘운동하는 법’을 팔아야 고객이 운동에 재미를 붙일 수 있고 자연스레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간 구성을 바꿨습니다. 기구들이 가득한 헬스존 면적을 대폭 줄이고 GX 클래스룸의 면적을 크게 확장했죠. 맨 앞에는 큰 무대를 설치하고 단을 바닥보다 높이 설치해 맨 뒤에 있는 회원들까지 강사의 동작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룹 수업인 만큼 회원들이 동작하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게 1인당 사용 면적 역시 늘렸습니다.

슈퍼몽키의 GX 클래스룸 ©Supermonkey

슈퍼몽키의 위챗앱 사용 화면

첫 단계로 서구권에서 널리 알려지고 검증된 GX 프로그램인 ‘Les Mills 프로그램’의 판권을 구매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댄스, 복싱, 크로스핏, 스피닝, 트램폴린 등 다양한 운동 동작을 결합해 빠른 비트의 음악과 트레이너들의 에너지 넘치는 기합 등으로 즐겁게 운동을 하는 것이 주요 특징입니다. 도입 이후 슈퍼몽키는 중국 사람들의 신체와 니즈에 맞춰 프로그램을 변형하고 연구하여 자체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점차 늘려나갔죠. 지금은 100여 종의 운동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Les Mills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비율이 약 1:1을 이룰 정도로 자체 프로그램을 강화했습니다. 

자체 신규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도 공을 들입니다. 한 달간 전국 지점에서 90회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A/B 테스트를 거친 후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 최종 출시하죠. 론칭한 이후에도 예약 및 수업 피드백 데이터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분석합니다. 어느 시간대에 어떤 수업이 인기가 많았는지 혹은 부진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매달 수업 캘린더에 그 결과를 반영합니다. 상대적으로 예약률이 부진한 수업이 있다면 그 이유를 다시 분석해 개선 후 다시 내놓는 등의 과정을 반복하죠. 그 결과 전체 클래스 중 70%가 넘는 클래스의 정원이 마감되며 정원의 2배가 넘는 인원이 수업 대기를 걸어놓을 만큼 인기를 얻게 됩니다. 

GX 프로그램이 한 편의 영화라면 그 주연은 트레이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탄탄하더라도 주연 배우의 연기가 형편없다면 결국엔 외면받죠. 그래서 슈퍼몽키는 업그레이드된 GX 프로그램만큼 트레이너의 역량과 전문성도 그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에서 헬스 트레이너는 ‘젊고 몸 좋을 때 잠깐 하는 직업’이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대부분 풀타임보단 시간제로 일을 하기 때문에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등 다소 불안정한 직업이기도 하죠. 슈퍼몽키는 임시직으로 여겨졌던 헬스 트레이너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도록 기틀을 닦았습니다. GX 프로그램과 공간은 모방될 수 있지만 결국 핵심 경쟁력은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출발점은 정당한 대우입니다. 트레이너 양성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고정 급여 및 클래스 진행 횟수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죠. 이렇게 하자 시간제로 일할 때 느꼈던 세일즈 실적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제 안정적인 수입을 기반으로 인센티브를 추구할 수 있으니 수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각자 세심함과 전문성, 탁월한 입담과 쇼맨십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일명 스타 트레이너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거죠. 

여기에다가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트레이너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슈퍼몽키의 SNS와 외부 홍보 활동 등을 보면 전국 지점의 트레이너들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가 주를 이룹니다. 운동을 가르쳐주는 영상은 기본이고 트레이너들끼리 상하이 여행을 하는 브이로그, 트레이너의 먹방, 지점별 트레이너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죠. 콘텐츠가 트레이너의 팬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슈퍼몽키의 SNS(샤오홍슈, 틱톡)채널

실제로 좋아하는 트레이너의 클래스를 모두 등록하고 트레이너를 따라 상하이 내 여러 지점을 원정 다니며 수업을 듣는 회원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한 기사에 따르면 특정 트레이너 수업 들을 때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해당 지점의 당일 모든 수업을 예약하고 맨 앞자리에 자신의 물품을 놓아두는 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도시마다 주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스타 트레이너들로 구성된 ‘슈퍼 팀(Super Team)’이 회원들 대상으로 유료 초대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특별 클래스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평소 한 번에 다 만나기 힘든 어벤저스급 트레이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공지가 올라오면 티켓팅 전쟁이 벌어질 정도죠. 

2021 상하이 슈퍼팀 모집 공고 ©Supermonkey

Super Banana Program은 트레이너 양성, 프로그램 개발 연구, 피트니스 센터 경영 관리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본 프로그램을 통과해야만 슈퍼몽키 내 트레이너로 ‘데뷔’를 할 수 있고 이후 경험치가 쌓이면 프로그램 연구 개발, 피트니스 센터 경영 관리 과정 등을 밟으며 지점을 낼 수도 있습니다. 

슈퍼 바나나 프로그램 커리큘럼 ©Supermonkey

전속 트레이너의 자진 퇴사율 0%를 4년 넘게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헬스장 운영을 멈추고 재개했을 때 1명 빼고 모두 복귀한 것도 업계에서 길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보통의 사업장의 경우 많은 근로자들이 기약 없는 무급 휴직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 다른 일자리를 찾은 탓에 사업 재개 이후의 복귀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 것과 대비됩니다. 트레이너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슈퍼몽키가 기존 헬스장의 운영 방식을 뒤집고 트레이너란 직업을 재정의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고객 중심의 사고를 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비합리적었던 기존 헬스장의 수익 모델을 바꾸고, 트레이너들의 양성 및 고용 안정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훌륭한 수업과 서비스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최근의 슈퍼몽키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건축가 출신인 탸오탸오는 기능성만 강조하는 기존 헬스장들에서 금속 기구의 차가움이 느껴지는 것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차가운 이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건축물에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좋은 건물이 되는 것처럼 무인 공유 헬스장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거죠.

애초에 브랜드명을 슈퍼몽키라 지었던 것에서도 사람 중심의 철학적 배경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비슷비슷한 유인원으로 태어나지만 자신의 노력을 통해 원래의 나 자신을 더 나은 존재가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여기에서 더 나은 자신은 단순 외형적 변화가 아닌, 운동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면서 자신감 충만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다른 헬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 좋은 트레이너들의 사진이나 포스터들을 이곳에선 전혀 볼 수 없습니다. 이상적인 모델들을 따르기보다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만들어가길 바라기 때문이죠. 대신 운동을 넌지시 자극할 수 있도록 원숭이 캐릭터와 오렌지색과 검은색, 갈색 등의 브랜드 컬러를 적절히 조합해 에너지 넘치고 힙한 느낌을 조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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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음료수 등을 포함해 운동복, 운동화 등 운동 시 필요할 법한 모든 물품을 위챗 QR 코드 스캔을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언제든 마음 내킬 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거죠. 이 무인 판매대는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굳이 결제하지 않고 그냥 들고 갈 수 있도록 허술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슈퍼몽키는 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며 그런 사람들의 따뜻한 양심을 믿는다"고 말하며 무인시스템에 따스한 시선을 녹여냅니다.  

마주치는 사람은 없지만, 사용자 동선을 고려한 설계와 색감, 인테리어에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디즈니를 꿈꾸는 슈퍼몽키 

“디즈니와 슈퍼몽키는 아이와 어른들에게 각각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준다는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탸오탸오는 일찍이 디즈니를 언급하며 슈퍼몽키가 단순 피트니스 센터 브랜드가 아닌 피트니스 콘텐츠 계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GX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실력 있는 트레이너들을 양성하며, 다른 헬스장 및 해외에서도 슈퍼몽키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헬스장 브랜드가 단기간에 지점을 수백 개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와중에도 슈퍼몽키가 콘텐츠 개발에 주력을 가하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친구와 만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러 영화관에 가는 대신 슈퍼몽키에 가서 함께 운동하는 것. 건강을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숙제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는 것. 아이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존감을 키우듯 어른들이 재미있게 운동하며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는 것. 그렇게 꿈과 희망, 그리고 즐거움을 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 슈퍼몽키가 꿈꾸는 미래가 아닐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