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 대신 마음을 찌르는, 향수 브랜드의 상상력

꽌샤

2023.06.15

이상한 향수 브랜드가 있어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온라인으로만, 제한된 물량의 향수를 팔아요. 콧대 높은 판매 정책을 고수하길래 유서 깊은 글로벌 향수 브랜드거나 유명 인사가 모델인 향수 브랜드인가 봤더니, 그것도 아니에요. 이름부터 중국어인 ‘꽌샤(观夏)’이고, 광고에 셀럽이 등장하지도 않아요.


꽌샤의 제품들도 특이해요. 흔한 향초 형태가 아니라 원석으로 디퓨저를 만들어요. 돌에 오일을 떨어 뜨려 발향시키는 건데, 원석 종류도 여러 가지죠. 향수병을 디자인할 때는 뚜껑을 병 본체 만큼이나 큼직하게 만들어요. 형태는 팔각형의 입체로요. 그저 멋부린 것이라기에는 디자인에 모티브가 있는 듯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예요. 직원의 70% 이상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고, 매주 1회, 잡지같은 콘텐츠를 회사 위챗(WeChat) 채널에 발행해요. 실제로 실물 잡지를 발행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내용이 말하자면 광고 콘텐츠예요. 새롭게 출시하는 신제품 기획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 향을 표현하는 시, 제품을 사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 등에 대한 내용이죠. 양은 또 얼마나 많은지 스크롤 압박이 엄청 나요.


이쯤 되니 향수 회사인지, 콘텐츠 회사인지 헷갈리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해 보여요. 꽌샤가 만들면 광고성 콘텐츠도 이야기가 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향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건 물론이고요. 꽌샤는 어떤 브랜드이길래 향수만큼이나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일까요?


꽌샤 미리보기

 후발주자일수록 ‘자기다움’이 필요하다

 향수 브랜드가 미디어가 되기를 자처하는 이유

 향수를 팔지 않고도 팔리게 만드는 매장의 힘

 상상을 파는 향수 회사의 정체




여기 ‘진짜’ 중국의 향을 담은 향수 브랜드가 있어요. 많은 향수들이 판매하고 있는 ‘오리엔탈 향'과 비슷한 향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보통 향수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오리엔탈 향에는 서양인들의 상상력과 해석이 가미되어요. 게다가 진짜 동양의 향이라기 보다는,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의 ‘이미지’를 표현한 향이 많죠. 그래서 정작 아시아 사람들은 공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꽌샤(观夏)’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중국의 프리미엄 니치 향수 브랜드예요. 창립자 션리(沈黎)는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동양의 향을 많이 맡아봤지만,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특히 중국의 향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죠.


결정적인 계기는 ‘계수나무 향’이었어요. 계수나무는 중국의 흔한 가로수로, 때가 되면 은은하게 향이 퍼져 길거리를 가득 채우는데요. 이 향은 중국을 대표하는 향이기도 해요. 글로벌 향수 브랜드에도 계수나무를 뜻하는 오스만투스(Osmanthus) 향이 있지만, 중국의 계수나무 향과는 이질감이 커요. 아무래도 이 향을 연구한 사람들이 중국 사람이 아니고 향료의 원산지가 유럽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의 계수나무 향을 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어요.



©观夏 꽌샤 계수나무향 캔들


션리는 여기에서 기회를 포착해요. 서양의 향기 또는 서양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동양의 향은 많지만, 정작 진짜 동양의 향기는 비어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그는 계수나무, 백차, 동백 등 중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초들을 활용해 향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해요.


제대로 된 중국의 향을 구현한 프리미엄 니치 향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롬 에피네트 등 유명한 조향사를 포함해 약 2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천연 향료상들과 합작해 글로벌 조향팀을 구성했어요.

*제롬 에피네트: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대표 조향사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그리고는 향수의 기본인 원료를 중국에서 조달했어요. 제철에 나는 중국 화초들을 재배, 까다로운 공정 과정과 품질 평가를 거쳐 프랑스 그라스(*향수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도시)에 있는 실험실로 보냈어요. 글로벌 조향팀의 연구 아래 약 3년을 중국과 프랑스를 오간 끝에, 첫 번째 향이자 꽌샤의 시그니처 라인인 ‘사계(四季)’를 출시했죠.



©观夏 꽌샤 베스트 셀러 쿤룬산 끓인 눈 디퓨저


사계 시리즈에는 4가지 향이 있어요. ‘쿤룬산 끓인 눈(昆仑煮雪)’, ‘상하이 푸카이선루(福开森路)’, ‘충칭 삼림(重庆森林)’, ‘이화원 계수나무(颐和金桂)’ 등 모두 중국의 계절별 특징이 두드러진 곳을 테마로 하고 있어요. 중국의 계절을 향으로 표현해 진짜 중국의 향기를 구현한 거예요.


특히 쿤룬산 끓인 눈은 중국의 전통문화와 관련있어요. 중국의 신성한 산인 쿤룬산에는 첫눈이 내리면 현지인들이 그 눈을 끓여 이를 축하하는 풍습이 있어요. 이 때 겨울 쿤룬산 눈을 끓이는 장면을 살리기 위해 이 지역에서 겨울에 피우는 화초를 공수해 향료로 추출했어요. 다른 제품도 비슷한 방식으로 향을 만들었고요.


사계 시리즈는 꽌샤의 첫 번째 제품인 만큼 시작에 불과해요. 꽌샤는 사계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이후, 진짜 중국의 향기를 만드는 ‘꽌샤다움’을 쌓아가며 프리미엄 니치 향수 브랜드로서 자리 잡았어요.



후발주자일수록 ‘자기다움’이 필요하다

꽌샤는 조향에도 진심이지만, 제품 기획으로도 꽌샤만의 정체성을 선보여요. 야심차게 개발한 첫 번째 시리즈 사계는 향수로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디퓨저로 먼저 세상에 나왔어요. 그것도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캔들 형태가 아닌 모습으로요.


꽌샤가 최초로 선보인 제품은 ‘스톤 디퓨저’예요. 천연 원석에 에센셜 오일을 떨어뜨리면, 돌이 오일을 흡수하고 향이 증발해요. 이렇게 서서히 공간에 향을 채우는 방식이죠. 원석마다 흡수력 및 발향력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원석을 고르는 재미도 있어요. 천연 원석이 주는 동양적인 분위기는 덤이고요.



©观夏 꽌샤 스톤 디퓨저



©观夏 꽌샤 스톤 디퓨저


꽌샤가 향수가 아닌 디퓨저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몸이 아니라 공간을 채우는 향 제품이 생소한 브랜드로서 고객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 더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향수는 아무래도 새로운 향을 시도하기 보다는 쓰던 제품을 계속 쓰는 경향이 있지만, 디퓨저의 경우 기분 전환을 위해, 혹은 호기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니까요. 처음부터 향수로 고객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본 거죠. 게다가 전반적으로 향수보다는 디퓨저가 가격대가 낮아 경제적 허들을 낮추는 효과도 있었고요.


천연 원석 디퓨저를 통해 사계 향을 선보인 꽌샤는 이후 스틱 디퓨저, 캔들, 입욕제 등 가정 내 사용하는 향 제품을 출시해요. 그 다음에서야 향수를 출시했죠. 이 때에도 중국 전통 미학을 살린 디자인 요소로 ‘꽌샤다운’ 디자인을 잊지 않았어요.


꽌샤의 캔들 향로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이 제품은 중국 고대에 분향할 때 쓰던 향로(炉火焚香)를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얼핏 보면 캔들 워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캔들에 불을 피우고 위에 놓인 세라믹 그릇에 놓인 천연 고체 왁스를 녹여 향을 더 널리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용도가 달라요.



©观夏 중국 전통 향로에서 착안해 제작한 캔들 향로


향수병 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병 본체만큼 커다란 뚜껑이 인상적인데 매끄러운 원석을 팔각형 입체로 깎아 만들었어요. 이것은 중국 강남(江南) 지역 고대 화원 팔모창(花窗八棱盖)의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거예요. 원석 특유의 물결을 그대로 살려, 향수마다 다른 물결을 가질 수 있도록 의도했어요. 중국 천연 원료를 사용한 것에 더해, 제품마다 중국의 고유한 문화에서 착안한 디자인 요소를 이질감 없이 반영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요.



©观夏 꽌샤 시그니처 향수병 디자인



향수 브랜드가 미디어가 되기를 자처하는 이유

꽌샤는 꽌샤다운 제품 기획과 디자인을 무기로 니치 향수 시장에 등장했어요. 하지만 제품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이를 뒷받침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죠. 제품을 팔리게 만드는 꽌샤의 마케팅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희소 마케팅이에요. 프리미엄 니치 향수로 포지셔닝한 꽌샤는 매주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는데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만 제한된 물량만큼만 판매해요. 꽌샤는 제철 화초를 공수해 프랑스로 보내 향료를 추출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어차피 향수를 무한정 만들 수가 없어요. 제한된 수량을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 거예요. 이런 전략은 천연 원료를 활용하는 꽌샤만의 진정성으로 소구되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 하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신생 브랜드에게 희소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잘 알지도 못하고, 궁금하지도 않은데 희소 마케팅을 한다 한들 구매 전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지 않아요. 꽌샤는 영리하게도 브랜드를 주목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들어 희소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해요.


꽌샤는 마케팅 공력을 대부분 콘텐츠 마케팅에 할애해요. 전체 팀원 중 콘텐츠를 담당하는 팀원이 70%가 넘을 정도예요. 사실상 콘텐츠 회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인력 구성이에요. 일찍이부터 꽌샤의 창업자는 ‘향수는 콘텐츠다’를 강조해 왔어요.


브랜드 런칭 초기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플루언서 등의 유료 광고를 하거나 다양한 SNS 채널을 키우는 대신 오직 위챗(WeChat) 채널 계정에 집중했어요. 위챗 채널은 웨이보와 같이 사진을 중심으로 하는 SNS 채널과 달리 롱폼의 텍스트 콘텐츠가 가득해요. 장문형 콘텐츠의 특성상 유저들이 콘텐츠 중간에 읽다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위챗 채널 마케팅은 유독 타 채널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꽌샤는 초기에 위챗 콘텐츠 마케팅에만 올인했어요. 대체 무슨 배짱인 걸까요?


꽌샤는 위챗 채널에서 한 편의 잡지같은 콘텐츠를 1주일에 1편씩 발행해요. 여기에서 매주 목요일에 발표하는 신제품 기획 스토리를 공개해요. 더불어 향을 표현하는 시, 제품을 사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까지 스크롤 압박이 느껴질 정도로 많은 분량을 한 포스팅에 담아내죠. 간결한 설명과 표현으로 끝나는 일반 향수들과는 달리, 꽌샤는 매 향기마다 이 향을 표현하는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는데 영상을 한 편 보고 나면 그 향이 느껴지는 착각까지 줄 정도예요.



©观夏 실제 10페이지 종이 잡지로도 발행한 <쿤룬>



©观夏 꽌샤 향기별 영상


‘중국의 달콤함(中国甜)’ 시리즈로 예를 들어 볼게요. 중국 지역별 향기 시리즈인데, 지역별로 그 때 그 시절 향수를 ‘달콤함'에 비유해요. ‘베이징의 달콤함’은 겨울이 되면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탕후루에 영감을 받은 향이에요.


향 소개 영상은 다큐멘터리 독립 영화 감독이 과거 베이징의 단맛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90년대 영화 필름 스타일로 촬영해 타깃 고객인 30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했죠. 지금까지 쑤저우와 항저우, 베이징 총 세 도시의 달콤함 시리즈가 나왔고 곧 다른 도시들의 달콤함 시리즈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해요.



©观夏 베이징의 달콤함 디퓨저


많은 사람이 상하이의 달콤함을 기대할 무렵, 2023년 4월 꽌샤는 달콤함 시리즈의 일환이 아닌, ‘동방문학 시리즈(东方文学)’로 상하이 편을 공개하며  ‘여유로움(闲)’, ‘외로운 섬(孤岛111)’, ‘재즈 바(Jazz bar)’ 등 총 3가지 향을 선보였어요. 각각 상하이가 오늘날의 현대적인 도시가 되기 전의 모습을 테마로 하고 있어요.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상하이지만 과거에는 여유롭고 한적한 도시였어요. 동방의 문학 시리즈 상하이 편은 이런 과거의 상하이를 외딴 섬으로 해석하며 현대인의 고독감 표현했어요. 그 중 재즈 바는 상하이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올드 상하이의 모던한 재즈바를 연상케 하는 향으로 위스키와 시가향, 오렌지 향이 진하게 풍기죠.



©观夏 상하이 Jazz Bar 향 소개 영상


텍스트와 사진, 영상 콘텐츠만으로도 꽌샤는 사람들이 향에 대해 무궁무진한 상상을 유도해요. 길이는 길지만 감각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콘텐츠로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아요. 긴 시간을 들여 향 콘텐츠를 다 보았을 때 향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되고 구매 욕구가 일렁이죠. 향수 브랜드이지만 대부분 판매량이 온라인으로 일어나는 이유예요.



향수를 팔지 않고도 팔리게 만드는 매장의 힘

매출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에서 일어나지만 꽌샤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어요. 전국에 6곳, 모두 제품 판매보단 시향을 목적으로 하는 플래그십 매장들이에요. 그런 만큼 각 매장의 위치, 구성 등이 심상치 않아요. 브랜드의 의도를 다분히 반영하고 있죠.



©观夏 베이징 궈즈지엔(国子监) 플래그십 매장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베이징의 한 고즈넉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어요. 궈즈지엔이라 불리는 이 골목은 700년 넘은 역사로 유서깊은 곳이지만, 오래된 저택들 외엔 특별한 게 없었죠. 베이징에선 오래된 가옥들이 밀집한 골목을 흔히 ‘후퉁(胡同)'이라고 불러요. 후퉁은 중국어로 우물이라는 의미인데, 과거에 우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자연스레 후퉁은 우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어요.


꽌샤는 이 ‘우물'의 역할에 주목했어요. 유동 인구가 많은 핫플레이스에 매장을 내는 대신, 우물이 되어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향수를 뿌리면 향기가 주변으로 퍼지는 것처럼요. 가운데 정원을 두고 4채의 건물로 둘러싼 사합원 구조로 지어진 한 고택을 매입해 개조했어요. 다소 폐쇄적인 구조였던 가옥의 한쪽 벽면을 모두 떼어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통유리와 입구로 만들었어요. 정원엔 소나무와 서예 작품을 오브제 삼아 배치했고요.


꽌샤의 매장은 젊은 세대들을 이 골목으로 불러 들였어요. 덕분에 낡고 조용한 골목은 활기를 되찾게 돼요. 혹시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동네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사전 예약으로만 방문객을 받고 있죠.



©观夏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갖고 한적한 골목의 고택에 입점해요.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도 예외는 아니에요. 다른 점이라면 전통 고택이 아닌 100년 된 스페인식 건물 스타일로 지어진 양옥에 입점했다는 거예요. ‘동방의 뉴모던(Eastern New Modern)’을 표방했는데, 이는 마치 서양의 전유물처럼 소비되는 향수를 꽌샤가 동방의 관점으로 향수를 재해석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观夏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매장의 1층은 시향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시향은 할 수 있지만 정작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별로 없어요. 꽌샤의 향을 직접 체험하고 브랜드 철학을 알리는 데 의의를 두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고 해서 기존의 희소 마케팅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향은 맡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돈이 있어도 구매하지 못하는 향수’로 남아 있는 거죠.


2층은 ‘여름의 거실’이라는 이름으로, 탁 트인 테라스를 조망하며 쉬는 공간이에요. 종종 중국 문화 관련 기획전이 열리기도 하죠. 중국 문화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심인만큼 매장의 절반을 과감하게 관련 전시 공간으로 할애했어요.



상상을 파는 향수 회사의 정체


“꽌샤는 상상을 판매하는 콘텐츠 기업입니다. 우린 미래의 90% 이상 기업들이 콘텐츠 회사가 될 거라고 믿어요."


꽌샤 창립자 션리의 말이에요. 향기는 기억을 불러일으켜요. 이 기억은 곧 그 향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연상시키죠. 만약 스토리가 없는 향기를 맡는다면, 그 향에 대한 추상적인 이미지만 남길 거예요.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것이고요.


하지만 향에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확률이 커요. 꽌샤의 역할은 고객들이 향을 맡기 전에 향에 대한 상상을 미리 머리에 심어두는 거예요. 이후 향을 맡으면 자연스레 그 상상을 소환할 수 있도록요.


향으로 시작했지만 꽌샤는 앞으로 중국 문화와 고택, 장인 정신 등을 조명하는 중국 전통문화 콘텐츠 기업을 지향하고 있어요. 향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중국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을 전개하거든요. 대표적으로 꽌샤의 산하 브랜드인 ‘팡아오(方凹)’라는 도기 브랜드가 있어요.


향수병 디자인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중국 전통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전통 도기를 생산하는 장인들이 그들의 작품을 판매할 시장이 별로 없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이런 장인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 주자는 의도로 도기 브랜드를 런칭한 거예요. 꽌샤의 모든 플래그십 매장에 별도 섹션을 만들어 도기를 전시 및 판매를 진행하고 있죠.


콘텐츠 장인 꽌샤는 앞으로 어떤 중국의 장인들과 만나게 될까요? 중국의 향으로 고객의 코가 아닌 마음을 사로 잡았듯, 또 어떤 영역에서 잠재력을 펼칠지 궁금해져요.




Reference

 观夏 위챗 공식 채널

 观夏:如何打开东方香的表达和可能性?| 品牌星球专访

• 观夏北京国子监旗舰店:打破传统商业的情绪场域

 探访观夏上海首店:买单用户多为中产女性,以产品和空间试图打造生活方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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