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들이 커피 못지 않게 자주 찾는 음료가 있어요. 바로 '차(茶)'예요. 쉽고 빠르게 마실 수 있는 RTD, 티백부터 티를 코스로 즐기는 티 오마카세나 다도까지, 차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죠. 차는 사실 매우 오래된 문화인데요. 긴 역사만큼이나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차 문화가 꾸준히, 심지어 최근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건 차와 현대인의 사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어렵고 복잡한 차의 세계를 요즘의 일상으로 들여 온 사례들을 소개할게요. 1️⃣ 왕티 랩 이 매장의 중심에는 커피를 내리는 푸어오버 도구, 에스프레소 기계, 생맥주 탭이 있어요. 전형적인 카페 겸 바의 모습이에요. 그런데 여기, 카페도, 바도 아니에요. 커피는 취급도 하지 않죠. ‘왕티 랩(Wangtea Lab)’이라는 이름의 ‘찻집’이에요. 실제로 메뉴판을 보니 수십 가지의 차를 판매해요. 그런데 메뉴판도 수상해요. 익숙한 차부터 생소한 차까지 다양한 차를 판매하면서도, 차에 대한 설명이 없어요. 대신 각 차마다 숫자 몇 개를 적어 두었어요. 설명 한 줄 없이, 숫자만 적혀 있는데도 이 매장의 고객들은 기가 막히게 원하는 맛의 차를 골라내요. 차를 잘 모르는 젊은 고객이나 외국인 고객도요. 수상한 이 찻집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찻집을 운영하는 것일까요? 더 중요한 건, 호기심 어린 눈을 장착한 젊은 고객들이 오래된 거리의 이 찻집으로 몰려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그린 브루잉 녹차 매장인 ‘센차도 도쿄’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틴 케이스가 눈에 들어와요. 동일한 규격의 사이즈와 라벨 디자인이지만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매장에 색감과 생동감을 더하죠. 그렇다면 이 형형색색의 패키지 색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요? 디자이너의 감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색을 부여해요. 색을 부여하기 위해 센차도 도쿄는 녹차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를 3가지로 정의했어요. 재배 고도(m), 로스팅 온도(c), 로스팅 시간(sec)으로요. 그러고는 각 수치를 규칙에 맞게 보정해 색을 만들 때 쓰는 RGB 값으로 넣는 거예요. 그러면 녹차의 정보를 활용해 각각의 녹차를 고유의 색으로 표현할 수 있죠.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로 차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센차도 도쿄는 ‘그린 브루잉(Green Brewing)’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린 브루잉은 센차도 도쿄뿐만 아니라 ’도쿄 사르요‘라는 티 하우스도 운영해요. 이 두 곳에서 차를 숫자로 설명하면서, 차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있죠. 그렇다면 또 어떤 방법으로 차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3️⃣ 아락사 티 룸 안목은 귀한 재능이에요. 좋은 안목만 있다면 몇 년 뒤 트렌드가 될 비즈니스 아이템을 선점할 수도 있고, 오래된 중고 물품 속에서 가치 있는 골동품을 찾아낼 수 있죠. 복을 넝쿨째 가져다주는 인연을 알아볼 수도 있고요. 태국의 한 사업가 차난야는 매일 오가던 출퇴근 길이 문득 새롭게 보였어요. 운전하면서 보던 숲이 그녀의 눈에 반짝거렸거든요. 그래서 땅을 사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어요. 그런데 이 땅, 어딘가 이상해요. 오랫동안 사람의 관리를 받지 않아서 나무와 식물들로 뒤덮여 있어요. 알고 보니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던 땅이었어요. 이 사업가의 안목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겉만 보면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이 숲속에 보물이 들어있었죠. 과연 숲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사업가는 어떻게 그 숲속 보물을 알아봤던 걸까요? 4️⃣ 징셩위 유니클로는 전 세계 25개국에 진출해 있어요. 대만에는 2010년에 상륙했죠. 그러고는 2011년에 유니클로 타이베이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그런데 이곳 4층에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자판기가 하나 들어섰어요. 차 브랜드인 ’징셩위‘의 포켓 보틀을 판매하는 자판기예요. 대만은 차 문화가 발달해서 차 브랜드가 넘쳐나는데, 왜 하필 징셩위였을까요? 유니클로는 심플함, 퀄리티, 실용성, 속도감 등을 바탕으로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만들어요. 이를 통해 더 나은 일상을 제안하죠. 징셩위도 마찬가지예요. 패션과 차라는 영역만 다를 뿐. 그렇다면 징셩위는 차 브랜드로서 어떻게 심플함, 퀄리티, 실용성, 속도감 등을 구현하는 걸까요? 5️⃣ 스미스 앤 슈 차는 대만, 중국 등의 동양 문화권에서만 통용되는 기호 식품이 아니에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문화의 한 축이죠. 스미스 앤 슈는 이 점에 착안하여 차를 대만의 전통문화가 아니라 동서양을 잇는 매개체로 재해석해요. 여기에 상호가 스미스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어요. 스미스는 영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 중의 하나이고, 슈는 대만의 대표적인 성씨예요. '앤(&)'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한 두 성씨는 동양과 서양을, 전통과 현대를, 유산과 혁신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차를 공통분모로 동양의 차 문화와 서양의 차 문화를 융합하겠다는 의도예요. 물론 매장 이름만 그렇게 짓는다고 동양의 차 문화와 서양의 차 문화가 어우러지는 건 아니에요. 스미스 앤 슈는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동서양의 차문화를 참신하게 조화시키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차를 바라보는 관점과 차를 전달하는 방법에 힌트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