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없는데 일본에는 있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꼭 일본 브랜드라서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지만 일본을 교두보 삼아 동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전략적으로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들이죠.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문화,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에요. 일본은 2024년, GDP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시장인 데다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요. 일본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죠. 덕분에 일본 시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테스트 베드가 되기도 해요. 그 밖에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이라든지, 음식이나 엔터테인먼트가 발달한 것 또한 일본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들이에요. 그렇다면, 이런 매력적인 일본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요?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현지화’예요. 일본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현지화 사례 속 인사이트를 함께 배워 볼까요? 1️⃣ 나이키 재팬 일본 10대들 사이에는 ‘가라벤’이라는 문화가 있어요. 일본어로 노래방을 뜻하는 ‘가라오케’와 공부를 뜻하는 ‘벤쿄’를 합친 말이에요. 그러니까 가라벤은 일본 10대들이 노래방에서 공부를 하는 문화를 의미해요. 노래방에서 공부라니, 왜 이런 문화가 생긴 것일까요? 10대들이 공부할 만한 장소는 정해져 있어요. 학교, 도서관, 그리고 카페. 하지만 어느 곳이건 아쉬움이 있죠. 학교나 도서관은 너무 딱딱하고, 카페에서 공부하자니 시끄럽거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요. 이 때 일본의 10대들이 떠올린 곳이 바로 노래방이에요. 노래방은 낮에 시간당 5천~1만원 정도면 작은 방 하나를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공부를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노래를 부르며 기분을 전환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일본의 가라오케는 피자, 파스타 등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도 해 공부, 휴식, 식사 3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10대들의 기발함이 엿보이는 가라벤 문화가 생겨난 거예요. 나이키 재팬은 이런 가라벤에 착안해 팝업으로 노래방을 열었어요. 아무리 10대들의 문화라도 그렇지, 도대체 노래방과 나이키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요? 2️⃣ 스타벅스 재팬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어요. 전 세계에 약 3만 5천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의 스타벅스도 예외는 아니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예요. 번역된 제목에는 결과 지향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원제의 뉘앙스는 달라요. 원제는 <Pour your heart into it>. 스타벅스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장의 과정을 거쳤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이 책을 읽어보면 당시 스타벅스를 성장시켰던 CEO 하워드 슐츠의 꿈, 설렘, 열정, 고뇌, 고군분투 등을 엿볼 수 있어요.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풀어내 모든 파트가 흥미로운데요. 그중에서도 스타벅스 성장의 중요한 순간을 꼽자면 글로벌 시장 진출일 거예요. 책에 사자비 리그와 손잡고 진출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지만, 제목처럼 하워드 슐츠가 일본에 첫 매장을 낼 때의 긴장감 섞인 두근거림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렇게 1996년에 일본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어떻게 일본 시장에 스며들었을까요? 참고로 스타벅스 재팬은 스타벅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로 느껴질 정도로 현지화를 제대로 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표준화의 공식을 살짝 벗어나,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스타벅스 재팬의 전략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3️⃣ 킷캣 일본 제과 시장의 1위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킷캣이에요. 제과 시장은 제품 기획, 유통, 마케팅 등 로컬 브랜드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라 스위스에 본사를 둔 킷캣의 선전은 의외의 일이죠. 비결이 뭘까요? 일본의 특정 지역, 계절에만 생산되는 식재료로 초콜릿을 내놓는데, 그 인기가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 킷캣 투어를 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니,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 해요. 일본 킷캣의 리스트를 한번 살펴보면요. 시즈오카의 와사비, 도카이의 팥앙금, 히로시마의 모미지 만주, 오키나와의 자색고구마, 나가노의 사과, 도쿄의 카카오... 등 끝도 없이 쏟아져요. 가짓수만 해도 350개가 넘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맛은 개발되고 있어요. 일본에 진출한 킷캣이 처음부터 선전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2003년에 우연히 찾아온 작은 행운을 놓치지 않고, 일본의 킷캣은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기 시작하죠. 상품도, 마케팅도, 고객을 대하는 마음까지도요. 킷캣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은 무엇이고, 킷캣은 그 작은 행운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끌어들였을까요? 4️⃣ 일본 코카콜라 인기 걸그룹 ‘뉴진스’가 부른 <Zero>는 뉴진스가 코카콜라 제로의 글로벌 모델이 되면서 발매한 곡이에요. 그런데 노래를 듣다 보면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들려요. 뉴진스가 힙하게 불러서 그렇지,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가사가 나오는 부분은 어릴 적 누구나 흥얼 대던 노래의 한 부분이죠. 이 노래의 정확한 유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코카콜라의 비공식 CM송으로 알려져 있어요. 일각에서는 코카콜라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은연 중에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요. 한국의 구전 동요를 활용한 뉴진스의 <Zero>는 코카콜라의 한국 현지화 전략 중 하나예요. 이처럼 코카콜라는 미국 태생의 글로벌 기업이지만, 마케팅 만큼은 트렌디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데에 선수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볼 만한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에요. 코카콜라의 일본 지사인 ‘일본 코카콜라’는 일본 시장의 특징과 문화를 반영해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말하는 콜라’, ‘투명한 콜라’ 등 창의적인 컨셉들이 발현되기도 했죠. 일본 코카콜라는 어떻게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을까요? 5️⃣ 블루보틀 재팬 블루보틀은 커피 맛과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집중해요. 그래서 몇가지 원칙이 있어요. 우선 로스팅한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을 사용해 커피를 내려요. 또한 커피 맛과 향 그리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와 콘센트도 없앴어요. 그뿐 아니라 매장이 넓어도 좌석을 빽빽하게 넣지 않고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유독 일본에서는 블루보틀의 틀을 깨고 나오는 매장을 볼 수 있어요. 일본 현지의 특성에 맞게 블루보틀 매장의 위치, 컨셉, 구성 등을 새롭게 하는 거예요. 심지어 무인 매장과 자판기까지 등장했어요. 그렇다면 블루보틀이 일본에서 변한 걸까요? 그럴 리가요. 블루보틀이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하고 있는 시도들을 보면, 도쿄에 가서도 블루보틀을 들를 이유가 생길 거예요. 오늘의 스토리는 도쿄의 새로운 뉴스를 배달해주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와 함께 하는 콘텐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