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을 오래갈 것으로, '입체적 뉴트로'를 디자인한다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5.전통문화

2023.12.15

대만은 디자인 강국이에요. 그 최전선이자 구심점이 되는 단체가 있어요. 바로 ‘대만 디자인 연구원’. 시티호퍼스에서도 이전에 한 번 소개한 바 있는데요. 대만 디자인 연구원에서는 매해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해요. 이 디자인 대회는 1981년부터 대만 디자인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육성하기 위해 시작됐어요. 그러다 2014년부터는 글로벌로 무대를 넓혀 지금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죠.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는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작품을 수상해요. 제품, 서비스, 공간 등에 수여하는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아직 상품화되지 않았지만 디자인 컨셉이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골든 핀 컨셉 디자인 어워드’, 대만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영 핀 디자인 어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직 실제로 구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나 주목받지 못하던 신진 디자이너들까지 존중하는 카테고리들이 인상적이에요.


시티호퍼스가 2023년 12월 초, 따끈하게 공개된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작들을 살펴 봤어요. 총 600여 개의 수상작이 있었는데요. 시티호퍼스가 수상작들 중에서 주목한 건 ‘모두를 존중하는 디자인’이에요. 이 관점으로 보니 골든핀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반려동물, 환자, 버려진 공간, 어린이,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있었어요. 오늘 만나볼 수상작은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디자인이에요.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5.전통문화] 미리보기

 기술에서 아날로그의 새로운 쓸모를 찾다

 사라진 전통을 되살려, 새로운 전통을 만들다

 오래된 자연에서 인간의 역사를 발견하다

 보존에서 발전으로,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다




첨단 기술이 전통문화와 섞일 수 있을까요? 기술은 미래로 나아가고, 전통문화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상극인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비틀면 서로 반대의 속성을 가졌기에 상호보완적이기도 해요. 전통문화의 가치가 지역 고유의 정서라면 첨단 기술은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편리함을 추구하죠. 각각의 장점만 결합해 제품에 녹여낼 수만 있다면 이상적인 제품이 탄생할 거예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교토의 차통 브랜드 카이카도와 파나소닉이 만나 스피커를 만들었어요. 카이카도는 6대 째 수제 차통을 만드는 브랜드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요. 언뜻 보기에 파나소닉과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파나소닉은 카이카도가 제공하는 감성적 경험에 주목했어요. 카이카도는 장인들이 150여년간 대를 이어 개발한 섬세한 기술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질적 차이를 만들어 냈거든요. 밀폐력이 높은 건 기본이고, 뚜껑을 열 때 부드럽게 빠지는 느낌을 주고 닫을 때에는 공기를 가두는 듯한 기분 좋은 안정감을 자아내서 사용할 때마다 정서적 만족감을 주죠. 



차통 모양으로 디자인한 스피커 쿄즈츠의 뚜겅을 여는 모습 ©Panasonic



구리로 만든 차통 ©Kaikado


그렇게 감성을 품은 기술을 목표로 파나소닉과 카이카도의 합작품 ‘쿄즈츠’가 탄생했어요. 남다른 경험은 스피커를 열 때부터 시작돼요. 쿄즈츠는 차통 모양을 본따 뚜껑과 본체로 구성되어있는데, 뚜껑을 열 때 본체에서 소리가 켜지고 닫을 때는 꺼지도록 했어요. 차통을 열 때 공기 중에 차 향기가 퍼지는 느낌을 소리로도 구현한 거예요. 스피커 뚜껑을 부드럽게 열면 소리가 서서히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죠. 반대로 뚜껑을 닫을 때는 중력에 따라 부드럽게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페이드 아웃되고요. 음악 감상을 시작하는 순간과 종료하는 순간을 하나의 의식(Ritual)으로 만든 셈이에요. 


소리를 손끝으로 느낄 수도 있어요. 뚜껑을 여닫을 때 본체와 뚜껑을 각각 손으로 잡게 되는데, 이때 소리가 스피커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면서 생겨난 떨림이 손끝으로 전해져요. 음악의 장르와 곡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선을 손으로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청각 매체라고만 생각했던 음악을 촉각적 매체로 바꾼 거예요. 편의성만을 중시했다면 블루투스나 앱으로 작동하는 스피커가 낫겠지만, 그랬다면 오감으로 음악을 느낄 순 없었겠죠. 물성(物性)이 중시되는 전통문화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디자인이에요.


이처럼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재해석하면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쿄즈츠로 카이카도가 전통문화를 알리고 파나소닉은 제품 차별화에 성공한 것처럼요. 교츠즈는 그 디자인적 가치를 인정받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특별히 뛰어난 작품에 선사하는 골드 어워드를 수상하기까지 했죠.


대만의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에도 전통문화가 요즘 디자인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상작들이 많았어요. 전통문화는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멋지게 재해석에 성공했죠. 전통과 현대를 결합해 세상에 없던 제품을 탄생시킨 수상작 3개를 소개할게요.



기술에서 아날로그의 새로운 쓸모를 찾다

마지막으로 일기를 써 본 적이 언제인가요?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이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뀐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어요. 그만큼 손으로 직접 글을 쓸 일도 줄었고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PC 사용시간을 늘리는 동안, 손글씨는 점점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어요. 반면, 디지털 공간에서 쓰이는 폰트의 종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어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미적 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 폰트를 유료로 구독하기도 하죠. 손글씨가 줄어드는데 글꼴은 더 늘어난 아이러니한 상황이에요.


이러한 손글씨와 폰트 사이의 간극을 메운 디자인이 있어요. 바로 대만의 스타트업 라이트 어웨이(Write Away)에서 만든 ‘손글씨 달력’인데요. 달력에 글씨를 쓰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스캔하면 나만의 폰트가 완성되는 제품이에요. 



©WriteAway



손글씨 폰트를 만드는 과정. 일력에 글자를 쓰고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oft 파일이 완성된다. ©WriteAway


그런데 왜 하필 달력일까요? 일기장이나 빈 공책이 아니라 달력을 채택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요. 한자 폰트를 생성하려면 최소 2,000개의 글자가 필요해요. 그렇다고 해서 손글씨를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갑자기 장문의 글을 손으로 쓰도록 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미션을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손글씨 달력이 하루에 한 번씩 달력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고 그림의 각 요소에 해당하는 글자를 쓰도록 디자인된 이유에요. 가령 1월 1일에 대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빈칸에 ‘竹(대나무 죽)’을 쓰는 식으로요. 심심한 빈 공책 대신 일러스트를 넣음으로써 심미적 요소를 살렸을 뿐만 아니라 일력을 활용해 손글씨와 늘 함께한다는 의미도 살렸어요.


손글씨가 아무리 좋아도 악필 그대로 폰트가 나오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손글씨 달력에는 프로 캘리그래퍼의 손글씨 팁이 포함되어 있어요. 친절한 설명에 더해 사용자가 직접 실습하도록 예제를 들어놓기도 했고요. 또, 찬찬히 읽어보고 실습할 수 있도록 평일이 아닌 주말에 팁을 배치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어요. 이렇게 매 주말마다 1년간 연습하면 100번이 넘게 손글씨를 다듬을 기회가 있는 셈이에요. 한 번에 많은 글자를 후루룩 휘갈기는 게 아니라 서서히 나만의 글씨를 완성하면서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응원의 마음을 담은 디자인이죠.



손글씨 팁을 알려주는 페이지 ©WriteAway


1년 동안 손글씨를 쓰고 나면 폰트가 저장된 otf 파일을 받게 돼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폰트를 어디에서나 쓸 수 있게 된 거죠. 손글씨가 지닌 개성과 디지털의 장점인 우수한 연산능력이 합쳐지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예요. 덕분에 손글씨는 사라진 게 아니라 새로운 활동 무대를 찾았어요. 오히려 더 편리함이라는 새 옷을 입고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기회를 찾은 셈이에요. 쓰임이 줄었다고 해서 쓸모가 다한 건 아니에요. 전통문화도 사람도, 언제 어디에 활용되느냐에 따라서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선보일 테니까요.



사라진 전통을 되살려, 새로운 전통을 만들다

디자인으로 어린시절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중국에는 설날이 되면 어린아이들이 모여 폭죽을 터트리는 문화가 있었어요. 밝게 빛나는 폭죽이 악귀를 쫓아내고 재물신을 환영한다고 믿었던 전통에서 비롯된 풍습이죠. 하지만 환경오염과 인명 피해 문제로 인해 개인의 폭죽 사용이 금지되면서 오랜 풍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즐거웠던 어린시절 추억의 명맥도 함께 끊겨버렸고요.


사라진 추억을 되살린 건 다름아닌 대만의 맥주 회사 페이핑 머신(Peiping Machine)이에요. 물론 폭죽을 만든 건 아니에요. 맥주 회사답게 맥주로 폭죽을 터트리는 것 같은 효과를 냈죠. 시작은 중국의 전통적인 폭죽인 더블뱅(Double Bang)과 맥주캔의 모양이 원통형으로 비슷하다는 데에서 착안했어요. 폭죽을 터트릴 때 나는 소리는 맥주캔을 따는 소리와 유사하다는 점도 상상력을 키우게 했고요. 무엇보다, 둘 다 설레고 신나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디자인의 핵심이에요.



긴 원통형 모양의 더블뱅 폭죽 ©Alibaba


이러한 유사성을 패키지 디자인에 표현했어요. 폭죽이 사방으로 터지는 모양을 8가지 스타일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제작했죠. 형광빛이 도는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등 의도적으로 화려한 색감을 사용해 불꽃이 터질 때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어요. 폭죽이 사라졌어도 폭죽을 터트리던 시절의 설레는 경험을 되살릴 수 있도록요. 



8 종류의 맥주에 각기 다른 폭죽 그래픽을 디자인한 세트 구성 ©PeipingMachine


그렇다고 명절 전통을 단순히 신나는 활동으로 국한시키지는 않았어요. 설날에 걸맞은 메시지 전달에도 힘을 줬죠. 알고 보면, 그래픽을 8종으로 디자인한 것에도 의미가 있어요. 중화권에서는 명절에 세뱃돈을 줄 때 ‘888위안’과 같이 금액을 8로 맞춰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어요. 중국 발음으로 숫자 8과 번영을 뜻하는 한자 ‘发’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이를 차용해 명절 선물로 주기에 적합한 세트를 8종으로 구성한 거예요.


또,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덕담을 나누는 문화도 가져왔어요. 휴대용 폭죽인 ‘테모치 하나비’의 모양을 본따 긴 막대 모양의 포춘 스틱을 만들었죠. 포춘쿠키 안에 운세가 담긴 종이를 넣어놓듯이, 포춘 스틱 뒷면에 중국 전통 새해 인사말을 새겨 넣었어요. 명절에 온가족이 모여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요.



©PeipingMachine



막대형 폭죽 모양을 본따고 새해 덕담을 새긴 포춘 스틱 ©PeipingMachine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서 과거와 동일한 형식을 고집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형식도 잘 보존하면 좋겠지만 현대인의 생활상에 맞지 않는 문화라면 억지로 보존한다고 해서 유지될 리가 없을 테니까요. 페이핑 머신의 맥주세트는 전통문화를 색다른 방식으로 재현함으로써 명절의 정수를 되살려냈어요.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 어린시절의 추억,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이 유지된다면 맥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오래된 자연에서 인간의 역사를 발견하다

자연의 가치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만 있지 않아요. 사람들은 자연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자연은 그 자체로 역사적 유산이자,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를 내포하고 있죠. 대만을 대표하는 5대 산 역시 대만 사람들의 DNA가 담겨 있어요. 대표적으로 ‘위산’은 대만이 일제 식민지 시절에 니이타카산(新高山)으로 불렸다가 해방 후에 이름이 바뀌면서 국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산이 됐어요. 또, ‘쉬산’은 대만의 저명한 시인 추멩티에가 1947년에 쓴 시의 소재로 활용된 이후 문학적 영감의 토대가 되었죠.


하지만 여행객 입장에서 5대 산을 일일이 방문하고 산에 담긴 역사까지 공부하긴 어려워요. 대만의 정수가 담긴 곳임에도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유명 관광지에 비해 소외되어 왔죠. 이러한 아쉬움을 세련된 감각으로 승화시킨 제품이 ‘대만 5산 향수’예요. 5대 산의 특징을 반영해 각각의 생태 환경에 맞는 향기를 디자인했는데요. 가령 위산 향수에는 고산 지대에 서식하는 뻐꾸기의 향기를, 시구산의 향수에는 대나무 숲의 향기를 담은 거예요. 멀게만 여겨졌던 산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가까이 당긴 영리한 디자인이에요.



©GOODAYS GLOBAL



산의 생태에 따라 다른 향기를 제조한 대만 5산 향수 ©GOODAYS GLOBAL


제품 이름에도 대만의 특징이 담겨 있어요. 향수병을 잘 보면 산의 공식 명칭과 토착민들이 부르는 이름이 함께 적혀 있는데요. 대만에는 공식적으로 16개의 토착민 부족들이 있어요. 통계에 따르면 토착민 인구가 8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인종적 다양성이 높은 셈이죠. 게다가 이들은 모두 고유한 언어와 관습을 지녔어요. 토착민들이 고대부터 형성한 무역 네트워크를 통해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폭넓게 교류한 결과예요. 대만 정부에서도 토착민들이 지닌 역사와 정체성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들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고요.


대만 5산 향수 역시 토착민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토착민 고유의 언어를 사용했어요. 하지만 단순히 이들의 문화를 보호해준다라는 식의 시혜적인 태도는 아니에요. 민족 고유의 정신이 담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문화적 깊이가 한층 더해졌거든요. 예를 들어 위산 향수에는 ‘Tongu Saviec’이라고 적혀있는데요. 토착민 부족 부눈(Bunun)의 언어로 ‘피난처를 제공하는 산’이라는 뜻이에요. 부눈 사람들은 고대에 땅에 물이 범람했을 때 위산만이 피난처를 제공했다고 믿기 때문이죠. 작은 향수병이지만 대만의 오랜 전통을 꾹꾹 눌러담은 정성이 절로 느껴지는 디테일이에요.



산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 생태계를 반영해 식물 일러스트와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패키지 디자인 ©GOODAYS GLOBAL


심미성도 놓치지 않았어요. 패키지 디자인을 보면 정면에 산의 능선과 봉우리가 멋스러운 흑백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죠. 잡지처럼 이미지와 텍스트를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끌어요. 각 산에서 사는 식물을 그려넣은 뒤 필기체로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어요. 선 하나하나 허투루 그리지 않은 정교한 일러스트를 보는 동안 대만 생태의 다양성을 알게 되니 일석이조예요.


도심의 관광지와 자연은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여행객 입장에서 국가와 도시의 정서를 담은 자연이 배제되는 건, 그만큼의 갈증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죠. 산과 숲의 향기를 담은 5산 향수가 귀한 건 그래서예요. 자연과 연결되는 기분을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요.



보존에서 발전으로,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다

전통문화가 고루하다는 생각도 선입견이지만, 전통문화를 무조건 아끼고 보존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편견일 수 있어요. 아껴야 한다는 마음 이면에는 ‘전통은 시대에 뒤떨어져서 사라질 운명이니까 지켜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깔려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보존이 아니라 발전으로 지향점을 바꾸면 전통문화가 지닌 잠재력이 다시 보여요.


‘전통’이라는 칭호는 세월을 견뎌냈을 때에만 주어지는 훈장과도 같아요. 이를 제품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특정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검증된 소재이기도 하고요. 굳이 고객 선호도 조사를 하거나 시장에서 테스트해보지 않아도 대중적으로 통하는 코드가 전통 안에 있는 셈이에요. 게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한 발 멀어졌기에 전통문화의 재해석은 오히려 새롭고 참신한 특징으로 여겨질 수 있어요.


아날로그의 개성을 디지털로 옮긴 손글씨 폰트, 명절의 추억을 되살린 맥주세트,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5산 향수. 모두 전통문화를 재해석해 제품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예요. 전통문화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 현대 제품에 결핍되어 있던 감성적 터치를 더했죠. 사람들의 관심이 한번에 쏠리는 건 첨단 기술이지만, 첨단일수록 빠르게 낡기 마련이에요. 오래 되었기에 더 낡을 일이 없는 전통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퇴색되지 않는 가치를 빛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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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So Creative 공식 홈페이지

 Golden Pin Design Award, Project Typeface

 Golden Pin Design Award, Taiwan Five Mountain Fragrance Series

 Golden Pin Design Award, 8 Connected Whips packaging design

 Panasonic Newsroom JP, 手作り茶筒の老舗「開化堂」とワイヤレススピーカー「響筒」を商品化

 Wikipedia, Yu Shan

 매일경제, 춘절 폭죽 소리에 실린 서민들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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