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뚱뚱함으로 건강함을 추구하는 캔음료

푸셔스

2022.09.16

‘어두컴컴한 곳에서 만져도, 깨진 병 조각들만 보고도 코카콜라 병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1915년에 코카콜라가 차별적인 디자인의 병을 개발하기 위해 공모전에서 내 건 2가지 조건이에요. 그냥 밋밋한 병에 로고만 넣어서는 당시 카피캣들 속에서 눈에 띄기가 어려웠죠. 어느 정도였냐면, 코카놀라(Koka-Nola), 토카콜라(Toka-Cola), 심지어 코크(Koke)까지 라벨을 잘 보지 않으면 구분이 쉽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병 모양만 봐도 코카콜라라는 걸 알 수 있는 병이 탄생했죠. 


이처럼 모양은 맛만큼이나 중요해요. 방콕에서 발견한 ‘푸셔스’도 모양 때문에 눈에 들어왔죠. 푸셔스는 250ml의 용량에 높이 12cm, 지름 6.5cm로 표준화된 캔 모양을 살짝 비틀었어요. 용량을 20ml 줄이고, 높이를 한껏 낮추면서 작고 뚱뚱한 캔이 되기를 자처한 거예요. 여기에다가 띠지에 커다랗고 볼드한 폰트로 음료 이름을 적어 놓았어요. 덕분에 여러 브랜드의 캔 사이에서도 차별화되고, 로고가 없어도 푸셔스 캔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요.     


모양부터 남다른 푸셔스. 알고 보니 이름도 과감해요. 푸셔스의 사전적인 정의는 ‘심리적, 물리적으로 계속 압박하는 사람 혹은 사물’이지만, 동시에 ‘불법적인 약물을 파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이기도 하거든요. 이쯤되니 푸셔스가 보통 음료가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터디 해봤죠.



푸셔스 미리보기

 페어링으로 콜라나 맥주의 자리를 대체한다

 캔 모양을 달리하니 로고가 없어도 눈에 띈다

 음료를 담는 용기에도 건강함이 필요하다

 NFT를 접목한 ‘차페인’으로 실험을 이어간다






‘하이드 앤 시크(Hyde & Seek)’는 방콕의 유명 가스트로 바예요. 2010년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해 일찍이 믹솔로지(Mixology) 칵테일을 방콕에 소개하며 태국 칵테일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죠. 믹솔로지 칵테일은 기존의 클래식한 칵테일을 넘어 자유로운 발상으로 만든 창의적인 레시피의 칵테일을 말해요. 현재 방콕에서 하이드 앤 시크 아테네, 하이드 앤 시크 피카부 2개의 바를 운영하고 있죠.



ⓒHyde and Seek


한편 하이드 앤 시크 아테네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는 ‘로켓 커피바(Rocket Coffeebar)’가 있어요. 스웨덴의 피카(Fika) 문화에 영감을 받아, 온종일 커피와 식사, 술까지 즐길 수 있는 카페 겸 바예요. 피카 문화는 커피와 함께 휴식 시간을 즐기는 스웨덴의 문화를 뜻하는 말로, 2014년에 오픈한 로켓 커피바는 방콕에 동네 카페 문화를 가져 오고 콜드 브루 커피 씬(Scene)을 열었어요.



ⓒRocket Coffeebar


하이드 앤 시크와 로켓 커피바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당시 생소했던 음료 문화를 방콕에 소개한 개척자이자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오늘날 방콕이 힙한 카페와 칵테일 바의 성지가 될 수 있었던 데에 기여를 한 것은 물론, 아직까지도 쟁쟁한 카페와 바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요.


이제는 클래식이 된 이 두 가게 뒤에는 스웨덴 출신의 쌍둥이 쇠룸(Sörum) 형제가 있어요. 이들은 하이드 앤 시크와 로켓 커피바 운영 외에도 바와 식음료 분야 전문 컨설턴트이자 믹솔로지스트로 활동해 왔어요. 쇠룸 형제는 믹솔로지 칵테일 워크숍, 바텐딩 교육 프로그램 등 자신들의 전문 분야를 알리고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죠.


그런데 최근 쇠룸 형제가 또 한 번 식음료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어요. 이번에는 매장이 아니라 음료인데요. 그것도 무알콜 건강 음료로, 이름은 ‘푸셔스(Pushers)’예요. 믹솔로지스트가 만든 무알콜 음료라니 정체부터 호기심을 자극해요.


‘푸셔스’라는 단어는 원래 불법 음료나 마약을 파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해요. 그런데 건강 음료 브랜드 이름을 푸셔스라고 짓다니, 꽤 과감하지 않나요? 푸셔스는 과감한 브랜드 네이밍만큼이나 틀을 깨는 발상으로 차별화된 무알콜 건강 음료를 선보여요.



페어링으로 콜라나 맥주의 자리를 대체한다

푸셔스는 캔에 담긴 건강 음료예요. 좋은 카페나 바에서 즐기는 음료를 굳이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레디 투 드링크(Ready to drink, 이하 RTD) 브랜드죠. RTD는 원래 직접 제조가 필요한 음료를 바로 구매해서 마실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을 의미해요. 음료에 일가견이 있는 쇠룸 형제는 ‘레디 투 드링크의 끝판왕(Push the Boundaries of RTD‘s)’을 지향하며, 푸셔스로 음료의 맛과 품질, 크래프트맨십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죠.


푸셔스는 준 콤부차(Jun Kombucha), 복숭아 스파클링 티(Peachy Sparkling Tea), 디펜더(Defender), 패션 우롱 피즈(Passion Oolong Fizz), 니트로 블랙 커피(Nitro black Coffee), 니트로 화이트 커피(Nitro White Coffee) 등 6가지 종류를 판매하고 있어요. 가짓 수만 보면 단출해 보이지만, 푸셔스는 영리한 방식으로 6가지 맛의 음료를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죠. 어떻게냐고요?



ⓒPushers



ⓒPushers


푸셔스는 매장이 없어요.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 푸셔스 음료를 납품하는데 단순히 푸셔스 음료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페어링 세트’를 구성해서 판매해요.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모토로, 피자, 라멘, 컵케이크 등 다양한 푸드 브랜드와 협업해 페어링 세트를 제안하죠. 음료 가짓 수는 적더라도 여러 파트너들과 푸셔스 음료가 들어간 세트 메뉴를 선보여 푸셔스를 소비하는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Pushers


태국의 이태리식 피자 브랜드인 쿠파 피자(Kuppa Pizza)와 콜라 대신 푸셔스 음료를, 일본식 라멘 전문점인 멘쇼 도쿄(Mensho Tokyo)와는 라멘에 맥주나 하이볼 대신 푸셔스 음료를 페어링해 세트 메뉴를 구성하는 식이에요. 원래는 술이나 탄산 음료와 함께 먹던 음식에 푸셔스 음료를 페어링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고객의 인식을 바꾸죠.



ⓒMensho Tokyo


때로는 기존 음료의 종류를 대체하기보다 ‘더 맛있는’ 맛으로 자리를 꿰차요. 대표적인 예가 방콕의 유명 컵케이크 가게 ‘베이크드 방콕(Baked bangkok)’에서의 페어링이에요. 컵케이크 단짝인 커피를 대체할 다른 종류의 푸셔스 음료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푸셔스의 니트로 블랙 커피와 니트로 화이트 커피를 컵케이크의 짝꿍으로 소개해요. 특히 쇠룸 형제가 콜드 브루 커피로 유명한 로켓 커피바를 만든 장본인이니, 커피의 맛 만큼은 보장된 셈이죠.



ⓒBaked bangkok


푸셔스와 세트 메뉴를 구성하는 푸드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이런 라이트한 협업은 이점이 많아요. 자신들이 잘하는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고, 고품질의 음료와 페어링함으로써 음식 맛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어요. 특히 베이크드 방콕 같은 경우 퀄리티가 보장된 커피를 캔 형태로 납품받아 테이크아웃을 용이하게 만드는 이점도 있고요.


한편 푸셔스는 푸드 브랜드의 더 적극적인 콜라보 파트너가 되기도 해요. 방콕에서 가장 핫한 도넛 브랜드 ‘드롭 바이 도우(Drop by dough)’와는 도넛에 어울리는 새로운 음료를 개발했어요. 이 협업으로 탄생한 ‘베리뱅뱅(Berry Bang Bang)’은 딸기와 히비스커스가 들어가 새콤한 맛이 나는 탄산 음료예요. 달콤한 도넛과 잘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설탕이 첨가되어 있지 않아 죄책감을 덜어줘요.



ⓒDrop by dough



캔 모양을 달리하니 로고가 없어도 눈에 띈다

그런데 푸셔스 캔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어요. 기존에 익숙한 용량 250ml, 높이 12cm의 날씬한 캔의 모습이 아니라는 거예요. 푸셔스는 용량은 230ml, 높이는 한껏 낮춰 ’뚱뚱한 캔(Chubby Can)’이 되기를 자처했어요. 표준화된 캔 디자인과 달리 작고 뚱뚱하니 귀여운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아요. 수많은 캔 음료들 사이에서 눈에 띄려면 인상에 남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푸셔스의 경우 그게 뚱뚱한 모양인 거죠.



ⓒPushers


뚱캔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력해요. 아이덴티티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푸셔스 음료 라벨을 보면 ‘푸셔스’라는 브랜드 이름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요. 대신 음료 이름이 큼직한 타이포그래피로 쓰여 있을 뿐이에요. 굳이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를 노출하지 않아도 캔 모양만으로 푸셔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죠.


게다가 뚱캔은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에요. 같은 용량이라도 높이를 낮게 제작하면 생산 원가가 낮아지거든요. 예를 들어 250mL의 같은 용량인데 12cm 높이를 7.8cm로 줄이고 지름을 6.5cm에서 7.6cm로 늘리면 같은 양의 내용물을 담으면서 포장재의 양이 30%나 준다고 해요. 그럼에도 대부분 높이 12cm, 지름 6.5cm의 슬림한 캔을 사용하는 이유는 손에 잡히는 그립감과 음료 양이 많아 보이는 효과 때문인데요. 같은 용량이라도 가로로 넓은 디자인보다 세로로 긴 디자인이 더 양이 많아 보이거든요.


하지만 푸셔스는 굳이 그립감을 고려하거나 음료의 양을 많아 보이게 만들 필요가 없어요. 푸셔스 캔이 마트나 편의점이 아니라 주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데에 힌트가 있어요. 보통 이런 식음료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에는 캔째로 마시기 보다는 같이 서빙된 유리컵에 따라 마셔요. 그러니 처음에 캔 음료를 컵에 따를 때를 제외하고는 캔을 잡을 일도 없고, 더 많은 용량이 강점이 되는 맥락도 아니예요.



ⓒPushers



음료를 담는 용기에도 건강함이 필요하다

푸셔스는 재료부터 만드는 방식까지 건강 음료를 지향하고 있어요. 재료에 자신이 있는 것은 물론, 색까지 예쁘죠. 이런 음료수의 비주얼을 보여주면 더 유리할 법도 한데, 푸셔스는 왜 유리병이 아닌 캔을 선택했을까요? 그러고보니 많은 건강 음료들이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한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병을 선택한 것과는 다른 행보예요.


캔 용기는 원래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용도로 개발되었어요. 그렇다보니 캔은 ‘갓 만든 신선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요. 대부분의 캔 음료나 통조림들이 유통기한이 긴 것도 우연이 아니에요. 태생적으로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고안된 패키지죠.


그런데 푸셔스 음료의 유통기한은 30~60일로 캔 음료치고는 짧은 편이에요. 캔에 밀봉되어 있긴 하지만 보존제 등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냉장 보관은 필수고요. 캔 음료지만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캔을 선택했을 거예요.


먼저 기능적인 이유가 있어요. 푸셔스는 소량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카페와 식당 등에 직접 납품을 하거나 자사몰 또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해요. 유통비 절감 및 편의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외부의 충격과 빛 등에 영향을 덜 받는 알루미늄 캔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요.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레디 투 드링크인 만큼 캔 음료가 휴대하기에 용이한 것도 있고요.



ⓒPushers


또 하나의 이유는 ‘지속가능성’이에요.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한 음료를 만드는 푸셔스는 자연스럽게 환경에도 관심이 많아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알루미늄 캔은 68%가 재활용되는 반면, 플라스틱 병은 3%에 그쳐요. 물론 국가와 기준 등에 따라 그 수치에 차이는 있지만 알루미늄 캔이 플라스틱 병보다 재활용률이 훨씬 높은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많은 생수나 음료업체들이 플라스틱 병을 알루미늄 캔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푸셔스는 시작부터 더 환경에 친화적인 옵션을 선택한 것이고요.



NFT를 접목한 ‘차페인’으로 실험을 이어간다

그렇다고 푸셔스가 뚱캔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2021년에 푸셔스는 차를 샴페인처럼 만든 ‘차페인(Cha’pagne)’을 출시했는데, 차페인은 뚱캔이 아니라 750ml 샴페인 병에 담은 스파클링 차 음료예요. 치앙마이에서 재배한 녹차와 허브를 블렌딩해 내추럴 와인의 풍미를 재현했죠. 논알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파티에서 샴페인처럼 즐길 수 있는 대안 음료를 내놓은 거예요.



ⓒPushers


차페인은 컨셉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 재밌는 점이 있어요. ‘메타버스의 아이스티 (Ice Tea of the Metavers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NFT 개념을 접목했거든요. 25명의 사람들 눈, 코, 입과 10개의 다른 배경, 스티커 등을 콜라주로 만든 병 라벨을 총 100개의 NFT로 발행했어요.



NFT 마켓 플랫폼 내 푸셔스의 차페인 라벨이에요. ©OpenSea


푸셔스 멤버십의 일환으로 진행했는데, NFT 소유주들은 모든 푸셔스 제품을 3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용 메신저 채널, 각종 푸셔스 관련 행사에 초대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커뮤니티의 사이즈가 크지는 않아도 NFT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유쾌하게 음료와 접목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어요.


알콜과 논알콜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모자라 NFT까지 발행하다니. 이처럼 푸셔스는 식음료 시장에서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멈추지 않아요. 과거의 영광이나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 미래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노력이죠. 고작 작고 뚱뚱한 캔음료지만 존재감만큼은 작지 않은 푸셔스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예요.






Reference

푸셔스 공식 홈페이지

 하이드 앤 시크 공식 홈페이지

 Another Swede sensation, Chotipong Leenutaphong Speci, nationthailand

 조아라 기자, [디자인의 비밀] 음료수 캔의 높이가 전부 12cm인 이유, 한경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