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케어 센터의 변신,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구한다

굿 디자인 어워드 2023 #1.고령화

2023.12.04

굿 디자인 어워드’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이에요. 1957년부터 60년 넘는 시간 동안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사회에 알리고 있죠.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가 주관하는 이 어워드에서는 단순히 사물의 아름다움이나 디자인의 우열을 겨루지 않아요.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죠.


특히 올해 심사의 테마는 ‘아웃컴(outcome)이 있는 디자인’이었어요.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세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주제 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거예요. 그래서 올해 굿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작을 보면 거꾸로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요. 지금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가장 중요한지, 디자인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그래서 시티호퍼스가 2023년 굿 디자인 수상작들을 분석해 봤어요. 고령화, 저출산, 지속가능성, 건강한 삶, 지역 사회 등 크게 5가지 사회적 문제를 디자인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스터디했죠. 오늘 만나볼 수상작은 총 심사 대상 5,447건 중 대상을 차지한 ‘52간의 툇마루’예요. 고령화 문제를 건축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있는 곳인데요. 이 툇마루 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굿 디자인 어워드 2023 #1.고령화] 미리보기

 #1. 3개의 상자를 올린 툇마루, 요양시설이 되다

 #2. 업무 효율이 아니라 일상 생활을 우선하다

 #3. 건축물이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법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과거를 되살린 디자인




요즘 노화를 걱정하는 건 사람만이 아니에요. 전 세계의 국가들도 나라의 노화를 걱정 중이죠.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늙고, 사물은 낡는 건 당연한 일인데요. 문제는 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예요. 특히 고령화 문제는 저출산 현상과 동반되어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국가들을 당황시키고 있어요. 


일본은 이 이중고를 앞서 경험한 국가예요. 1970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1%를 기록하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2023년 9월에 이 비중은 29.1%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어요. 그뿐 아니에요. 올해 75세 이상 인구는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제 10명 중 1명은 80세 이상이죠. 


한편 젊은 피의 수혈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요.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1947년 집계 이후 최저를 기록했어요. 2022년에 태어난 출생아 수도 약 77만 명 수준으로 18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였고요. 한 마디로 사회가 나이들어가는 속도도 빠르지만, 나이듦의 농도까지 짙어지고 있어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산업 역동성은 물론 사회보장비 증가, 잠재성장률 하락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요. 그 중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노인 돌봄’ 문제예요. 일본의 사회보장 지출액 중 노인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은 20년 사이 4배가 증가해서 올해 120조 원에 육박했어요. 증가세 또한 가팔라서 2040년에는 23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흐름은 쉽게 바꾸기 어려워요. 게다가 다양한 역학 관계가 맞물려 있어 사회 보장 제도부터 지역 사회의 관심까지 개인, 국가적 차원의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죠. 그런데 최근에 이 정답 없는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 중 하나로 화제가 된 참신한 문제 풀이법이 있어요. 새로운 시니어 데이케어 센터 모델을 건축 디자인에 녹여낸 ‘52간의 툇마루’죠. 이 건물은 올해 선정된 모든 굿디자인상 수상작 중 가장 뛰어난 디자인으로 인정되는 ‘굿 디자인 어워드 대상’까지 수상하며 참신함과 신선함, 진정성을 인정받았어요. 디자인이 어떻게 시대가 내준 문제를 풀고 있는지 지금부터 툇마루 위로 한 발을 내딛어 볼게요. 



#1. 3개의 상자를 올린 툇마루, 요양시설이 되다

관광시설도, 숙박시설도 아니에요.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포원의 대표 이시이 히데카즈가 건축을 의뢰한 시니어 데이케어 센터예요. 그런데 이름부터 ‘52간의 툇마루’로 예사롭지 않은 이 건물은 첫인상부터 일반적인 요양 시설과 차이가 느껴져요. 보통의 요양 시설은 호텔 객실이나 병실처럼 독립된 방들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이곳은 툇마루와 처마, 나무 기둥이 만들어내는 여백 덕분에 모든 공간이 탁 트여 있죠. 세로 길이는 약 4.55m로 짧고, 가로 길이가 76m로 옆으로 긴 목재 건축물로 건물 안팎이 한눈에 들어와요.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이렇게 옆으로 긴 형태의 건물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건물을 세울 부지 근처에 30도가 넘는 경사가 있다 보니 건축 가능한 범위가 한정되어 땅을 남북으로 길게 활용하게 된 거죠. ‘52간의 툇마루’라는 이름은 이 기다란 건물 형태에서 비롯됐고요. 길이를 나타내는 계량 단위 중 하나인 ‘간’은 약 1.82m이니 52간은 약 94.6m가 되는 셈이에요. 그렇게 독특한 형태와 개성을 가진 건물이 탄생했어요.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악조건을 딛고 탄생한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요? 가로 길이 약 76m(42간)로 완성된 이 건물은 이름과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까지 전형적인 요양 시설의 틀을 깨고 있어요. 설계를 맡은 야마자키 켄타로는 나무로 만든 가로로 긴 직선형 건물의 중간에 3가지 기능을 가진 ‘상자’들을 넣었어요. 지역 주민을 위한 카페와 공방, 노인을 위한 거실, 그리고 목욕탕이 있는 일본식 다다미방이죠. 그리고 이 상자들 사이에 생기는 여백은 실외 공간으로 채웠어요. 쭉 뻗은 복도에 상자와 실외 공간을 교차해서 배치하자 건물 내부와 외부 간의 경계가 흐려졌죠.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52간의 툇마루에서는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이 흐려진 경계선을 넘나들며 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요. 간병이 필요한 노인이나 직원이 점유하는 일반적인 요양 시설과는 다르죠. 사용자가 확대된 덕분에 기본적인 데이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카페, 어린이 식당, 탁아소, 공중목욕탕 등 평범한 사회 시설로도 쓰여요. 기능에 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구조는 이 건물을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보이게 하죠.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특히 이 건물에는 노인이나 직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이나 지역 사람들까지 누구나 선뜻 들어설 수 있는 결정적인 장치가 있어요. 바로 ‘툇마루’예요. 툇마루는 이 건물의 이름에도 들어갈 정도로 건물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어요. 이 건축물에서 툇마루가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툇마루는 중간적, 과도기적 공간이에요. 방과 방을 연결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밖과 안을 연결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환기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절적 정서를 느끼기에도 좋아요. 또 누구나 마음 편히 오갈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툇마루에서는 서로 교류하고 지내며 도움을 주고받았던 예전의 추억과 정서가 엿보여요. 건축 설계를 맡은 야마자키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지난날의 일상을 약 76m에 걸친 길고 큰 툇마루로 표현해서, 추억이 넘치던 과거의 풍경을 되살리고자 했어요. 


이는 건물 설계를 의뢰한 요양 시설 운영 회사 ‘올포원’의 대표 이시이 히데카즈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요. 그는 툇마루가 상징하는 사람 간의 관계성이야말로 간병하는 태도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간병인이 고령자와 얼굴을 마주 보며 응대하는 것보다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게 이상적이라고 여긴 거예요. 그러니 과도기적인 공간인 툇마루가 이 건물에서 주인공이 되는 게 당연한 거죠.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2. 업무 효율이 아니라 ‘생활 리듬’을 우선하다

그렇다면 52간의 툇마루에서는 노인들을 어떻게 돌볼까요? 일반 요양 시설보다 훨씬 꼼꼼히, 체계적인 방식으로 케어할 것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예요. 이곳에서는 누군가를 어떻게 간병해야 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놓지 않아요.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 그에 맞춰서 심각하지 않고 즐겁게 대처하는 게 전부예요.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이건 복지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에요. 기존의 운영 시스템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이거든요. 보통 요양 시설은 미리 정해놓은 루틴과 타임 스케줄을 바탕으로 운영돼요. 기상 시간부터 취침 시간까지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어딘가로 이동해 달라고 이야기하죠. 식사 후에는 곧바로 목욕을 해야 한다는 식의 순서가 정해져 있고요. 이건 사회 복지사가 집에서 찾아올 때도 마찬가지예요. 미리 약속한 시간에 찾아와 정해진 일을 하기 때문이죠. 물론 간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올포원의 대표 이시이는 기존과 같은 간병 시스템은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길러온 생활 리듬을 제한한다고 생각했어요. 누구에게나 각자에게 익숙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당일의 기분이 있는데, 기계적인 간병 시스템 안에서는 무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간병하는 측의 논리보다 이용자가 보내는 ‘보통의 생활’을 우선시 한 이시이는 52간의 툇마루를 통해 기존 요양 시설의 관리법과 시스템, 루틴을 깨뜨렸어요.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그래서 52간의 툇마루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 누구라도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무리하게 시설 측에 맞춰 본인의 생활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게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건축 설계사인 야마자키는 이곳을 요양 시설이라기보다는 집이나 절 같은 공간이라고 표현했어요.


이런 방식은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요. 규격화된 관리나 시스템이 부재한 자리를 지역 사회의 사람들이 채워주기 때문이죠. 이 건물에서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픈 키친, 욕실 및 수영장, 놀이공간, 도서관, 카페, 작업실 등을 함께 사용해요. 각자 원하는 대로 생활하면서도 툇마루나 창문을 통해 서로를 지켜보게 되어 우연한 대화가 시작될 일이 많죠. 기존 요양 시설의 기계적인 접근법은 의도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점을 앗아갔지만, 이곳에서는 연결점이 더욱 늘어났어요.



ⓒShunpei Yokoyama Design Office



ⓒShunpei Yokoyama Design Office


이런 철학은 건축물의 로고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어요. 자세히 보면 로고에는 툇마루, 연못, 노인, 뛰어다니는 아이, 대나무 등 52간의 툇마루를 나타내는 32개의 모티브가 들어있는데요.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슌페이 요코하마 디자인 오피스’는 이 로고를 통해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생활하며 상생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밝혔어요. 나이, 성격, 처지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현재를 즐기며 ‘따로 또 같이’ 보내는 일상 말이죠.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9년에 ‘인생 100세 시대를 지탱하는 주거 환경 정비 시범 사업’에 52간의 툇마루를 선정했어요. 건물 하나가 지역 사회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착공 전 단계부터 알아본 거죠. 52간의 툇마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요양 시설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3. 건축물이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법

52간의 툇마루는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는 방식도 남달라요. 건물이 완성되고 난 뒤가 아니라, 처음 시설을 짓던 순간부터 교류를 시작했죠. 바로 앞에 있는 연못과 개울, 대나무 울타리는 전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든 거예요. 워크숍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조경 작업을 하면서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은 점점 더 커졌어요.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까지 6년이 걸렸지만, 그 시간 동안 주민들의 애정 또한 숙성됐죠. 지금 이 연못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됐어요.어른들은 바로 위에 있는 테라스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죠.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이 건물은 지역 사회가 안고 있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도 해요. 국토교통성에서는 52간의 툇마루를 ‘주거 환경 정비 시범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지역 사회의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근처에 있는 약 3,000세대의 단지에서는 고령화 이외에도 육아 관련 고충을 가지고 있었어요.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에서 자녀를 혼자 두는 일이 흔했던 거죠. 생활에 핸디캡이 있던 아이들에게 52간의 툇마루는 언제든지 가도 되는 ‘쉴 곳’이 되어줬어요. 아이의 부모님들에게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이 생겼죠.


노인들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아이들의 하루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오픈 키친에서는 노인, 청소년, 어린이가 함께 요리를 하거나 식사를 해요. 한쪽에는 책상이 있어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주변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보면서도 말을 많이 걸지는 않아요. 학교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서 등교를 거부한 아이들도 이곳에서는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죠. 목욕탕은 여름이 되면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겨울이 되면 남녀노소가 함께 사용하는 족욕탕으로 변신해요.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여기서 보내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나이듦에 대해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명 수업’을 받는 거죠. 각자 자신의 페이스, 리듬대로 지내다가도 열린 공간에서 노인들을 마주치며 간호와 간병의 개념도 알게 되고요. 건축물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 거예요. 올포원의 대표 이시이는 이처럼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생명 수업을 제공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몫이라고 밝혔어요. 


이처럼 52간의 툇마루는 요양 시설뿐만 아니라 지역의 복합 거점이라는 다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요. 단지 공간을 제공했을 뿐인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건물의 기능을 확장시켰죠. 건물의 역할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걸까요? 건축 설계사인 야마자키는 결국 건축이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들였다고 밝혔어요.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인기척을 느끼고, 접촉을 통해 풍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죠.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과거를 되살린 디자인

마을 하나를 품은 듯한 52간의 툇마루는 올해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어요. 단순히 디자인이 아름답거나 컨셉이 새로워서가 아니에요. 전 세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고령화와 간병이라는 문제를 툇마루라는 건축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신선함을 보여줬어요. 사람 간 교류가 활발했던 과거의 장면을 되살려 새로운 지역 사회의 미래상을 제시했죠. 이는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풍경을 되살리는 기발한 문제 풀이법이었어요. 실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들어볼게요. 


“’데이 서비스’라는 틀에 박히지 않은, 지역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장소가 이곳에서는 실현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데이 서비스 시설로 운영되는 것 같지만, 아기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환영하는 상황이 무엇보다 훌륭하다. 아마 지역 사회에 뜻을 함께 하는 서포터가 있어 서로 도울 수 있는 체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노인들도 항상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보살피고, 아이들도 어른들을 돕는 등 예전에는 당연했던 풍경이 일상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긴 툇마루와 넓은 지붕 밑 공간이 그 컨셉을 멋지게 구현시켜 실제 상황을 유발하고 있다. 건축을 할 때부터 정원 가꾸기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신뢰받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 착실한 접근까지 포함해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심사 위원장은 올해 심사 프로세스의 주제는 ‘아웃컴(outcome)이 있는 디자인’이라 밝혔어요. 디자인이란 북극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북극성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52간의 툇마루는 단순히 시장 논리나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건축한 것이 아니라,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디자인이 필요한 곳에 그 힘을 부여했다는 측면에서 대상을 받기에 충분했어요.


물론 건물 하나가 오랜 시간을 거쳐 수면 위로 드러난 사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만능 키가 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52간의 툇마루는 건물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구성원이 서로를 지지하는 구조까지 디자인함으로써 사회를 환기시키고 있어요. 남들과는 다른 문제 풀이법으로 문제 자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 이게 디자인이 가진 힘 중 하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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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52間の縁側 Long house with an engawa, YAMAZAKI KENTARO DESIGN WORKSHOP

 2023 グッドデザイン大賞, 老人デイサービスセンター 52間の縁側, Good design award

 A day care house with a characteristic engawa, SHUNPEI YOKOYAMA DESIGN OFFICE

 過去の事業一覧及び評価結果報告書, 人生100年時代を支える住まい環境整備モデル事業

 統計からみた我が国の高齢者, MIC

 초고령사회, 일본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다, 박철현, 시사in

 일본 작년 출산율 1.26명·출생아 77만명 사상 최저, 박성진, 연합뉴스

 일본, 노인돌봄 비용 20년간 4배 증가, 백만호,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