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해요. 지방 소멸은 지역 사회의 인구가 감소하여 인프라 및 생활 서비스 공급, 생활의 불편 등으로 인해 공동체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하는데요. 인구 감소, 도시 집중화, 지역 불균형 등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방의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 중소도시 77곳 중 18곳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축소 도시’가 됐어요. 그리고 이 위기는 농어촌은 물론이고 향후 중소 도시로까지 확대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물론 지방이 사라지는 문제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아요. ‘로컬(Local)’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역 사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중이에요.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가속화되는 지방 소멸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디자인을 통해 속도를 늦추거나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래서 시티호퍼스가 일본의 2023년 굿 디자인 어워드를 분석하면서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에 주목해 봤어요. 디자인이 어떻게 지역 사회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굿 디자인 어워드 #5.지역 사회] 미리보기
• 교육: ‘마을의 진화’를 선도해 온 가미야마의 야심찬 NEXT STEP
• 아트: 작품 안에 묵는 호텔, 로컬 아티스트와 여행객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다
• 교통: 지역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모빌리티, 번개를 닮은 LRT
• 커뮤니티: 40살 넘은 슈퍼마켓의 재탄생, 진정한 공감에서부터 시작한다
• 불균형을 균형으로 이끄는 건 결국 ‘관계’로부터
귤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하지만 오렌지 수입 자유화와 산지 간 경쟁 심화로 마을은 점차 쇠락해갔죠. 게다가 2,000여명이 넘지 않는 인구에, 그 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의 노인이었기 때문에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기는 어려워 보였어요. 그러던 어느 겨울, 국지적 이상 한파가 이 마을을 덮쳐 귤 생산량이 뚝 떨어졌어요. 게다가 귤 나무에도 이상이 생겨 귤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절망이 불어닥친 마을에 희망을 불어넣은 건 일본 농협 직원이었던 '요코이시 도모지'였어요. 그는 고급 식당에서 한 손님이 초밥 위에 장식된 단풍잎을 기념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고 나뭇잎을 파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나뭇잎 장식인 '쓰마모노'를 마을의 사업으로 만들자는 거였죠. 마을 면적의 85%가 산림이고, 일본 고급 식당에서는 시각적인 조화에도 세심하게 신경쓰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는 전국의 고급 식당을 돌며 요리사들이 쓰마모노를 사용할 때 중요시 여기는 요소를 파악했어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나뭇잎 자체가 아니라 요리와 어울리는 모양과 계절을 나타내는 색감 등을 가진 나뭇잎이었어요. 가치 있는 나뭇잎을 공급할 수 있다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한 후,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반응은 냉랭했어요. 마을 주민들은 나뭇잎을 주어다 파는 게 쓰레기를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반문했어요.
말로는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는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고급 일식당에 현장탐방을 갔어요. 거기서 마을 주민들은 마을 지천에 널린 나뭇잎이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마음을 열었고, 마을은 점차 변해갔죠. 봉이 김선달 같은 사업으로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쓰’ 마을은 부활에 성공했어요. 이 마을에서 출하하는 나뭇잎은 일본 쓰마모노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예요. 그리고 이 곳의 스토리는 책과 영화로 만들어지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어요.
물론 지역 사회를 살린다고 모든 지역이 가마카쓰 마을처럼 나뭇잎을 팔 수는 없어요. 여기서 참고해야할 점은 그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거죠. 그렇게 가마카쓰 마을의 변신 이후에도 나름의 답으로 지역의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중에서 참신한 시도로 2023년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사례들을 살펴볼게요.
교육: ‘마을의 진화’를 선도해 온 가미야마의 야심찬 NEXT STEP
ⓒKamiyama Valley Satellite Office Complex
‘일본의 실리콘밸리’를 외치는 야심 찬 마을이 있어요. 도심에서 600km나 떨어진 ‘가미야마(Kamiyama)’라는 곳이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작은 마을로 IT기업은 물론이고, 젊은 창업가, 예술가, 요리사 등이 모여들어요. 심지어 폐교 직전까지 갔던 학교에 다른 지역 학생들이 유학을 올 정도예요. 왜 외딴 산골 마을에 기업과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까요?
‘마을의 진화’를 보여준 가미야마도 한때 지역 소멸의 위기를 겪었어요. 삼림율 85%, 고령화율이 54%인 이곳은, 무언가를 생산할 땅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기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마을 주민들과 NPO 그린벨리 그리고 가미야마연대공사 등 민간 단체가 힘을 합쳐 직접 마을을 ‘변화’시키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렇게 ‘마을을 미래 세대와 잇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주민들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고민했어요. 핵심은 경작하는 농촌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이 되는 거였어요. 그러기 위해서 예술, 스타트업, 음식, 휴식 등을 끌어들였죠.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마을에 머무르게 하고, 5G 통신망을 설치해 IT기업의 위성사무소를 유치하며,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해 푸드 허브 프로젝트 추진했어요. 이밖에도 가미야마 스테이와 코워킹스페이스로 워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고요.
ⓒin-kamiyama
ⓒin-kamiyama
여기에다가 가미야마는 ‘교육’의 영역까지 발을 내딛어요. 폐교 직전까지 갔던 농업고등학교의 교육 혁신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IT, 디자인, 창업 등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학교를 개교하여 2023 굿디자인 골드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돼요. 혁신적인 교육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 이것이 가미야마의 NEXT STEP이죠.
©KAMIYAMA educational institute
©KAMIYAMA educational institute
“테크 x 디자인 x 기업가 정신 3가지 영역을 토대로 끊임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지역 가미야마의에 뿌리를 두고, 사회를 움직이는 인재와 기업가를 육성합니다.”
소개 문구부터 심상치 않은 이 학교는 가미야마에서 2023년 4월에 개교한 5년제의 사립 고등 전문학교예요. 2019년 6월에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학교를 오픈하기까지 개인, 기업, 지역사회가 힘을 모았어요. 50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의 지원을 받아 학비 무상화가 가능해졌고, 학교에 필요한 식기, 실내화, 침구 등의 물건도 기부를 통해 채워졌어요. 그뿐 아니라 업계 최고의 현역 기업가들에게도 이 소식이 퍼져나가 그들을 초청해 특별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어요.
©KAMIYAMA educational institute
©KAMIYAMA educational institute
각 업계에서 혁신을 이룬 창업 멤버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이 학교는 커리큘럼도 독특해요. 학생들은 5년에 걸쳐 테크놀로지, 디자인, 기업가 정신 등을 총체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모든 과정이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시스템과는 달라요.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협동하며 방안을 모색하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태도’를 배우게 하죠. 어떤 시대나 사회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근육을 기르게 하는 거예요.
아트: 작품 안에 묵는 호텔, 로컬 아티스트와 여행객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다
예술은 지역 활성화에 빠지지 않는 키워드예요. 예술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거든요. ‘BnA(Bed and Art)호텔’은 여기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아트 작품 안에 묵는 호텔’이란 독특한 컨셉을 가진 호텔을 만들었죠. 단순히 아티스트의 작품을 걸어놓은 호텔이 아니에요. 지역 예술 커뮤니티에 힘을 실어주고, 여행자와 창작자를 연결해주는 ‘아트 플랫폼’이자 ‘문화교류의 장소’를 지향하죠. 그리고 그 지향점을 슬로건에 담았어요.
“예술 작품 속에서 머무르고, 아티스트를 후원해요.(Stay in an Art Piece, Support an Artist)”
단순히 슬로건으로만 표현하는 게 아니에요. 호텔의 핵심인 객실에다가 아트 플랫폼으로서의 요소를 반영했죠. 완성된 아트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객실이 만들어지는 첫 단계부터 아티스트와 건축가가 함께 방의 형태와 소재, 그 방에서 게스트에게 어떤 체험을 받고 싶은지 등을 고려하면서 몰입형 아트룸을 만들게 돼요. 방 안에 있는 가구, 조명도 작품의 일부이고, 게스트도 작품의 일부가 돼요. 말 그대로 ‘아트 작품 안에서’ 묵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왜 많은 대안 중에 하필 호텔이었을까요? BnA호텔 대표인 다자와 유우의 설명을 들어볼게요.
“여행객들은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요. 그리고 각지의 아티스트들은 작품을 선보일 장소를 찾기가 마땅치 않죠. 그래서 우리는 호텔이라는 플랫폼을 떠올렸어요. 여행하는 사람들과 로컬 아티스트를 연결해 주는 만남의 장소이죠. 일반적인 갤러리에서도 예술을 접할 수 있지만, 갤러리에서의 체류 시간은 짧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그렇지만 호텔 객실 안에서는 체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작품을 경험할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죠.”
ⓒBnA Hotel
ⓒBnA Hotel
ⓒBnA Hotel
ⓒBnA Hotel
BnA호텔의 핵심 가치는 호텔이라는 공간을 통해 ‘접점’을 확대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아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지역의 창작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등의 상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도 큰 성과예요. 아트 호텔 숙박비 일부는 방을 제작한 아티스트에게 인세처럼 지급돼요. 이 구조를 통해서 창작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성을 돕죠. 또한 다양한 전시 프로젝트로 예술 커뮤니티 운영을 지원하고 있고요. 예술이 ‘사회 변화의 힘이 된다’고 믿는 다자와 우유 대표라 아티스트의 작품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예술이 없으면 부정적인 것을 바로잡기 위해 ‘실용적인’ 문제 해결에만 사로잡히게 될 것이고,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을 겁니다. 최근 일본의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혁신을 낳는 요소로서 예술을 중시하는 경향을 볼 수 있어요.”
교통: 지역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모빌리티, 번개를 닮은 LRT
‘교류’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에요. 그리고 교류를 하기 위해선 ‘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러한 교통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염두에 둬야 해요. 사회, 환경, 경제 등 3가지 구성요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2023 굿 디자인 어워즈 수상작은 모빌리티 안에 지역성을 담아내고, 차세대 교통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역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형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사례에요. 바로 ‘우츠노미야(Utsunomiya)’죠.
우츠노미야는 번개가 많이 치는 곳으로 유명해요. 번개는 예로부터 벼의 생육을 촉진시킨다고 알려져서 주민들에게 은혜의 상징이 되었고, 이곳을 ‘번개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그런데 2023년 8월, 우츠노미야에 번개를 닮은 노란색 열차인 LRT(Light Rail Transit)가 세상에 나와 일본 전역이 들썩였어요. LRT는 우리에게 ‘트램’으로 익숙한 노면전차인데요. ‘교통 수단이 하나 더 생겼다고 왜 일본 전역이 들썩거리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이 열차의 탄생은 일본 전역의 이목이 집중될 만큼 남달라요.
ⓒUtsunomiya City
우츠노미야 시장은 인구 감소, 저출산·초고령, 환경 문제 등 지역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도시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죠. 그는 높은 도시력을 갖춘 마을의 모습은 100년 후에도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누구나 편리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 봤고, 이를 ‘슈퍼 스마트 시티(SCC)’라고 불렀어요. 슈퍼 스마트 시티가 되려면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3가지 요소 사회(지역 공생 사회), 경제(지역 경제 순환 사회), 환경(탈탄소 사회)의 문제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었죠. 그 교집합에 ‘차세대 모빌리티’가 있었던 거예요. 실제로 LRT는 이 3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설계된 모빌리티예요.
1. 노인과 휠체어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차량에 단차를 없애고 진동, 소음이 적도록 설계
2. 전용 레일로 교통 혼잡도를 줄이고,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지역이나 모이는 장소, 혹은 학교에 인접한 루트로 구성
3. 지역 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열차를 운행하여 탈탄소형 모빌리티를 추구
ⓒUtsunomiya City
ⓒUtsunomiya City
또한 브랜딩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번개 마을’이라고 불리는 우츠노미야의 지역성을 잘 담아낸 열차거든요. LRT의 심볼 컬러는 우츠노미야의 은혜의 상징인 ‘번개’ 그리고 벼락을 맞아 잘 자란 ‘벼’에서 영감을 받아 노란색을 사용했어요. 그뿐 아니라, 열차의 노선 이름은 번개가 연상되는 ‘라이트 라인’이에요. 빛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부드럽게 이동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미래를 연결하는 빛의 길’이라는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어요.
ⓒUtsunomiya City
커뮤니티: 40살 넘은 슈퍼마켓의 재탄생, 진정한 공감에서부터 시작한다
지역의 슈퍼마켓은 커뮤니티, 즉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했어요. 주민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사 먹고 노는 공간이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던 슈퍼마켓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어요. 지역의 사랑방이 없어지면서 ‘단절’이 발생했는데요. 이또한 지역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예요. 이번 수상작 사례는 40여 년 동안 지역을 지켜온 슈퍼마켓 터를 복원한 사례예요. 건축가와 복지사들이 6년에 걸쳐 주민들과 교류하며, 진정한 커뮤니티 허브로 재탄생시켰죠.
‘가스가다이 센터 센터(KASUGADAI CENTER CENTER)’는 40여 년 동안 이 지역을 지켜온 슈퍼마켓 폐점을 계기로 세워진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복합 시설이에요. 처음부터 이 공간이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계획된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방문요양사업소를 만들 계획이었죠. 하지만 2015년에 건축가 ‘가노노’와 복지사업가 ‘바바 타쿠야’가 이곳을 찾았을 때 생각이 달라졌어요. 마을의 커뮤니티 허브를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teco
그때부터 프로젝트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됐어요. 규모, 예산, 프로그램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아이카와 사는 실험실’이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 나갔죠. 공간을 사용할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예요. 그러고는 ‘모두 의견을 나누고, 울림을 맞추고, 마을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teco
ⓒt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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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탄생한 공간은 단순한 문화 복합시설도, 케어 시설도 아닌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이 됐어요. 아이부터 노인, 장애가 있는 분이나 외국인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니까요. 커뮤니티의 역할을 되찾은 슈퍼마켓 자체가 하나의 마을이 되면서 지역 전체가 살아났고요. 지역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덕분에 굿 디자인 어워드 수상까지 이어졌죠.
ⓒAIKAWA-SHUNJUKAI
ⓒAIKAWA-SHUNJUKAI
불균형을 균형으로 이끄는 건 결국 ‘관계’로부터
“건축가와 복지사들이 6년 반 동안 함께 일하며 관계에 대한 신뢰를 쌓고, 철학을 공유하며 공간과 운영을 조화시켜 아주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을 만들어냈어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배우고 이런 유형의 개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를 바랍니다.”
40여 년을 지역을 지켜온 슈퍼마켓이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한 가스가다이 센터 센터의 심사평이에요. 도시이건 지역이건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회 문제로 위협을 받는 시대에,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은 ‘관계’예요. 지역 사회의 어원은 라틴어로 communis이고, 이는 com(함께), munis(나누는 사람들)의 합성어인데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 관계를 이루는 걸 의미하니까요.
미래의 지역 사회가 어떻게 진화할지 정답은 없어요. 앞으로 또 어떤 문제가 지역 사회를 머리 아프게 할지도 알 수 없죠. 하지만, 관계를 맺는 사람과 환경에 대한 진정한 ‘이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불균형을 균형으로 이끄는 열쇠이지 않을까요? 지역 사회 곳곳이 튼튼해져야 사회 전체도 건강해지는 건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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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지방소멸,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_한국 지방 행정 연구원
• 최동수 기자 외 2명_국내 중소도시 77곳중 18곳 소멸위기… “향후 10년이 골든타임”_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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