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호텔의 태세 전환

미래풍경 2024 #8. 호텔

2023.11.29

2023년에 호텔은 다시금 생기와 활력을 되찾았어요.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의 그늘에 가려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했거든요. 사람들은 몇 년 간 누적된 여행의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보복 여행(Revenge Travel)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변화가 생겼어요. 휴식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치유와 회복을 꿈꿨고, 오랜만에 찾은 여행지에서는 현지의 분위기를 만끽하기를 기대했죠.


사람들이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경험과 감각이 미묘하게 달라지자, 호텔업계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를 발 빠르게 반영하기 시작했어요. 호텔의 전통적인 기능부터 호텔리어의 역할까지, 변형과 확장이 일어났죠.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시킨 인력난도 호텔업계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어요. 호텔에서 차지하는 기술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한 거예요.


그렇다면 2024년 호텔업계는 어떻게 될까요? 고금리, 고물가가 여행의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와 치유의 순간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사람들의 여행법이 바뀌면서, 호텔에도 전략적 대응이 필요해졌죠. 힐튼, 익스피디아, WATG, hospitalitynet 등 호스피탈리티 업계 전문가들이 호텔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순간들을 포착했는데요. 시티호퍼스가 이를 바탕으로 2024년 호텔 트렌드를 정리해 봤어요.


[미래풍경 2024 #8. 호텔] 미리보기

 #1. 꿀잠 여행: 잠은 죽어서가 아니라 여행가서 잔다

 #2. 데이케이션(Daycation): 호텔에서 ‘숙박’을 빼는 사람들

 #3. 로컬 앰배서더(Local ambassador): 홍보대사가 된 하이퍼 로컬 호텔

 #4. 블레저(Bleisure): 숙박객의 ‘모드 전환’을 돕는 베이스캠프

 #5. 바이브 체크인(Vibe check-in): 분위기로 필터링하는 호텔

 첨단 기술과 휴먼 터치, 환대가 본질인 산업을 띄우는 양쪽 날개




#1. 꿀잠 여행: 잠은 죽어서가 아니라 여행가서 잔다

이제 ‘눈 뜨고 하는 여행’만 여행이 아니에요. 어떻게든 잠을 쪼개서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하던 것도 옛말이죠. 평소에 푹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기 위해 ‘꿀잠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슬립 투어리즘(Sleep Tourism)’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여행 흐름은 좋은 잠을 자는데 초점이 맞춰진 여행을 뜻해요. 여행지를 고르거나 여행 일정을 짜는 기준이 ‘재미와 자극’으로부터 ‘휴식과 충전’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예요.


휴식이 사람들의 우선순위로 올라서게 된 데는 이유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최소 권장 수면 시간도 채우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안 그래도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더 잠 못 들게 했어요. 임상수면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의 발표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성인 2,500명 중 40%가 팬데믹 이후 수면의 질이 낮아졌다고 했죠.


그러니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그간 밀린 잠을 채우고 싶어 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38%가 2024년에 숙면을 위해 여행을 떠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어요. 글로벌 호텔 기업 힐튼은 세대를 불문하고 2024년에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 1위는 ‘휴식과 재충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죠. 이 트렌드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것은 호텔업계예요.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호텔이니까요. 전 세계의 호텔들은 더 나은 ‘고객 수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중이에요.


호텔들의 시도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바로 ‘수면 컨시어지’죠. 일반적으로 호텔 컨시어지가 고객 문의에 답변을 해주거나 여행 계획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수면 컨시어지는 오로지 고객의 수면만을 생각해요. 대표적인 곳으로는 런던에 있는 카도간 호텔(Cadogan hotel)이 있죠. 이 호텔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객이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21년 초부터 수면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고객을 호텔로 유인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다름 아닌 고객을 ‘눈 감게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카도간 호텔은 최면 치료사이자 수면 전문가인 말민더 길(Malminder Gill)와 함께 고객이 잠들 수 있는 각종 방법을 제안해요. 최면 요법부터 잠자는 자세에 맞춰 제공하는 베개, 몸을 진정시키는 차 한 잔, 향이 나는 베개 미스트까지 종류가 다양하죠. 보통 잠자리가 바뀌면 낯선 환경으로 인해 긴장감이 올라가서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호텔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특화된 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예요. 올해 전 세계의 호텔들은 고객의 수면을 돕기 위해 ‘베개 메뉴(Pillow Menus)’를 제공하고 있어요. 숙박객들은 이 메뉴를 보면서 자기에게 적합한 베개를 직접 고를 수 있어요. 객실 내에서 식사하기 위해 룸서비스 메뉴판에만 익숙했던 고객들에게 새로운 메뉴판이 하나 더 생긴 거죠.


이밖에도 파크 하얏트 뉴욕에서 새롭게 단장한 방에 설치된 스마트 매트리스 ‘브라이트 밸런스(BRYTE BALANCE™)’는 내장되어 있는 90개의 쿠션이 잠든 사람에 맞춰 움직여요. 또 숙박객이 기분과 요구 사항에 맞춰 오디오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소리에 맞춰 매트리스가 같이 움직여 잠자는 동안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죠.


사람들의 결핍에서 시작된 꿀잠 여행은 호텔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진화시키는 중이에요. 그렇게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죠. 여전히 잠 못 드는 사람들이 많고 매년 푹 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만큼, 2024년에는 호텔에서 어떻게 우리를 재워줄지 기대해 봐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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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이케이션(Daycation): 호텔에서 ‘숙박’을 빼는 사람들

단골 가게는 늘 정해놓고 자주 방문하게 되는 가게를 의미해요. 단골 식당, 단골 헤어살롱, 단골 병원 등이 있죠. 이처럼 주기적으로 자주 방문하게 되는 장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살고 있는 거주지의 생활 반경 안에 있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한다는 거죠. 그런데 앞으로는 이 단골 가게 리스트에 ‘호텔’도 추가될 예정이에요. 호텔이 지역 주민이 모이는 로컬 커뮤니티의 현장이 되고 있거든요.


보통의 경우 호텔은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떠났을 때 찾게 되는 곳인데, 어떻게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요? 매번 비싼 비용을 들여 숙박을 하려면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호텔업계는 전통적인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호텔에서 ‘숙박’을 뺀 상품을 내놓았어요. 이른바 ‘데이케이션(Daycation)’이죠.


데이케이션은 굳이 하룻밤을 보내지 않고도 호텔에서 하루 종일 휴가를 즐기는 것을 뜻해요. 숙박비를 전부 지불하지 않아도 ‘데이 패스(Day pass)’를 구입하면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등 호텔의 고급 공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죠. 호텔의 공간을 마음껏 누리다가 24시가 채 되기 전에 떠나는 ‘신데렐라형 호텔 서비스’인 셈이에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인 WATG에 따르면 2024년에는 데이케이션이 더욱 활발해지며 호텔과 프라이빗 클럽 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지역 주민들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호텔의 편의시설도 진화하는 동시에, 이들이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휴식 프로그램의 종류도 늘어날 것이라 밝혔죠. 실제로 세계적인 호텔 체인 로즈우드(Rosewood), 식스센스(Six Senses), 아만(Aman) 등도 현지 주민들을 위한 프라이빗 클럽을 오픈하고 있어요.


호텔이 프라이빗 클럽을 통해 그동안 닫아놓았던 빗장을 열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일단 호텔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생겨요. 고급스러운 유휴 공간을 방치하지 않고 수익화하는 하나의 방편인 셈이죠. 편익이 생기는 건 고객도 마찬가지예요. 호텔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비행기표를 결제할 필요가 없어요. 짐을 꾸리고 잦은 이동을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지죠. 데이케이션이 있다면 이 과정을 생략하고도  호텔이 제공하는 이점들을 몇 시간 동안 온전히 누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데이케이션은 호텔과 고객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줘요.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몇 개월간 준비한 여름휴가지에서만 들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주말에도 마음만 먹으면 즉흥적으로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유연하게 포지션을 바꿔나가는 거죠. 사람이 일상을 벗어나 호텔로 들어가는 대신, 호텔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이는 스스로를 대접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 셀프케어 세대들에게 새로운 힐링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거라 예상돼요.


또한 데이케이션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해요. 호텔에서 잠시 보내는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 어느샌가 익숙해졌던 도시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환기시켜주기 때문이죠. 쉬기 위해 떠났지만 여독을 안고 돌아오게 되는 여행 후유증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러니 2024년에는 세계 곳곳의 데이케이셔너(Daycationer)들을 위해 호텔에서 어떤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는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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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로컬 앰배서더(Local ambassador): 홍보대사가 된 하이퍼 로컬 호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완성형 인재를 가리킬 때, 예전에는 ‘팔방미인’이라고 표현했다면 요즘은 ‘육각형 인간’이라고 불러요. 앞으로는 사람뿐만 아니라 호텔에도 이 말을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요즘 호텔은 시설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경험으로도 이목을 끌고 있거든요. 고급스럽고 세련된 안식처는 물론이고 여행지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죠.


이는 경험 경제의 부상과 관련이 있어요. 소비자의 관심사가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이동하자, 여행을 할 때도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하고 몰입감 있는 체험이 중요해진 거예요. 고객들의 니즈가 확장되자 호텔에서도 고객에게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들을 계속해나가고 있어요. 여행지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낸 다음 호텔의 프로그램과 통합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호텔이 지역을 대표해서 홍보하는 ‘로컬 앰배서더’의 역할을 맡기도 해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 지역의 산업을 활용하거나, 현지 장인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사용해서 공간을 꾸미는 식이죠. 현지의 유명한 요리사들이 진행하는 요리 수업이나, 호텔에 숙박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호텔리어는 아예 현지를 소개하는 큐레이터가 되고 있어요. 관광 책자에 나오는 뻔한 장소가 아니라 현지인이 추천하는 지역 식당, 동네 산책로, 공원 등을 알려주죠. ‘시티즌M(CitizenM)’ 호텔이 대표적이에요. 블로그를 통해 호텔이 직접 알아낸 도시의 정보들을 알려주거든요. 예를 들어 뉴욕 가이드를 보면 브루클린에서 진짜 수제 맥주를 사기에 가장 적합한 곳을 금방 알 수 있어요. 호텔이 믿을 수 있는 여행 정보 공급처가 된 거죠.


세계적인 건축설계사 WATG는 경험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와 선호도는 2024년에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 밝혔어요. 앞으로 눈에 띄는 호텔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만 잘할 것이 아니라 지역 자체에 대한 매력을 얼마나 잘 편집해서 보여줄 수 있는지도 중요해요. 지역이 가진 문화적인 맥락을 레버리지 하는 능력과 호텔의 미래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아졌죠. 이제 호텔이 여행자가 목적지와 더 깊게 연결되는 것까지 돕고 있으니, 진짜 앰배서더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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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블레저(Bleisure): 숙박객의 ‘모드 전환’을 돕는 베이스캠프

비즈니스 출장과 개인 휴가의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어요. 출장을 떠난 김에 며칠을 더 붙여 업무 전후로 개인 휴가를 즐기는 ‘블레저(Bleisure)’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일을 하러 떠났다고 해서 진짜 일만 하고 돌아오는 건 예전 방식의 출장이 된 거죠. 힐튼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출장자의 3분의 1 이상이 2024년에는 출장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답했어요. 업무 전후의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죠. 게다가 전 세계 비즈니스 여행객 중 24%는 출장 시 친구나 가족을 데려갈 계획이고요.


이와 같은 ‘반반 여행, 혼합 여행’의 급증세는 호텔업계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어요. 블레저 여행객들이 기존의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약 패턴을 깨고 있는데요. 평소처럼 주중에만 머물다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예약을 하고 업무와 휴가를 병행해요. 객실 가동률을 높여주는 고객군이니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화하고 있죠.


우선 호텔 공간을 바꾸고 있어요. 사람들이 여행의 목적을 ‘일과 휴가’로 반반씩 섞어버리자 호텔 공간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바뀌는 거죠. 사람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회의실과 워크 플레이스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트북 플러그를 뽑고 난 뒤부터는 일은 잊고 충분히 쉴 수 있게 휴식 공간을 보강해요. 사람들이 업무 모드와 휴가 모드를 쉽고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호텔이 나선 거예요. 


공간뿐만 아니라 역할도 달라져요. 블레저 여행객들은 회사에서 비행기표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항공권에서 비용을 아낀만큼 다른 영역에서 기꺼이 추가 비용을 내서라도 휴가를 더 즐기려는 경향이 있어요. 업무 미팅이 끝나고 나면 식사나 엔터테인먼트, 투어를 통해 목적지를 적극적으로 탐험하죠. 다만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딱 하나, 여행지 정보를 미리 조사하고 여행 계획을 짤 시간인데요. 호텔업계는 이런 고객들을 위해 ‘일 잘하는 파트너’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거예요. 고객들이 업무를 끝내고 나면 쉬면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고객 대신 조사하고 알려주면서 말이죠.


블레저 여행객은 보통 한 곳 호텔에 머무르며 업무를 하고 휴가를 즐기기 때문에 이들이 호텔의 단골이 된다면 안정적인 수익 확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모드 전환을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가 앞으로 호텔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예정이죠. 또 블레저 여행객은 친구나 가족을 함께 데려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동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과 패키지를 얼마나 풍성하게 제공하느냐도 호텔 선택의 관건이 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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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이브 체크인(Vibe check-in): 분위기로 필터링하는 호텔

또 하나의 트렌드는 익스피디아 그룹이 예측한 ‘바이브 체크인(Vibe Check-in)’이에요.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특정 편의 시설이나 등급 외에도 호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중요해졌어요. 호텔스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분위기를 뜻하는 ‘Vibe’를 언급한 게스트 리뷰는 2022년 대비 평균 1,090% 증가했으며, 90%의 여행자들이 호텔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답했을 정도예요.


성급이나 가격이 나타내는 호텔의 전통적인 혹은 전형적인 클래스가 아니라 실제로 여행자가 느낄 수 있는 특정 분위기를 누리겠다는 의미예요. 같은 가격이라면 여행자가 선호하는 특정 분위기를 선택하겠다는 거죠.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호텔을 검색할 때  ‘Modern vibe’, ‘Industrial vibe’, ‘Retro vibe’ 등 다양한 분위기를 키워드로 검색하고 있어요.


이는 호텔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요. 분위기는 한두 개의 시설물을 설치한다고 해서 단시간 내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고객이 호텔의 분위기를 통해 느끼는 ‘총체적 감정’은 호텔의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무형 자산이에요. 지금 유행하는 바이브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것저것 섞어서 짜깁기한다 한들, 고객에게는 혼란스러움만 야기할 뿐이죠. 시간과 정성을 들여 호텔의 정체성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바이브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다면 호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테리어, 조명 등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배경 음악, 고객 서비스 등도 포함돼요. 그뿐 아니라 호텔 창밖을 통해 보이는 ‘호텔 뷰’도 있죠. 최근 들어 호텔의 객실 뷰는 호텔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정도로 화제인데요. 창문을 통해 보이는 도시의 장면까지 호텔이 제공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는 걸 보면, 바이브는 호텔 내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2024년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이브를 기준으로 호텔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더 늘어날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추구미(美)’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처럼, 호텔을 고를 때도 ‘추구 분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2024년에 사람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호텔들이 어떤 바이브를 가졌는지 유심히 살펴보세요. 그걸 보면 이 시대에 대중들이 원하는 분위기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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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과 휴먼 터치, 환대가 본질인 산업을 띄우는 양쪽 날개

코로나19 팬데믹이 사그라들자마자 짐을 꾸려 ‘보복 여행’을 떠난 사람들을 보면 호텔업계도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 같은데요.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아직도 고충에 시달리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직원들이 떠나고 난 뒤, 지금까지도 충분한 인력을 구하지 못했거든요. 호스피탈리티 업계가 전반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며 후폭풍을 겪고 있으니, ‘풍요 속의 빈곤’의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에요.


하지만 사람이 떠난 자리를 조금씩 기술이 채우기 시작했어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반복 작업을 대신하기도 하고, AI 컨시어지가 24시간 쉬지 않고 고객의 질문에 응답하는 등 접객에 나서며 구원 투수가 된 거죠. 덕분에 조금이나마 여유 시간을 확보하게 된 직원들은 ‘고객 케어’라는 호스피탈리티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호텔은 어떻게 될까요? 이대로 호텔에서 기술이 사람을 전부 대체하는 날도 올까요? 호스피탈리티 전문가 협회(HOSPA)의 CEO인 제인 펜들베리(Jane Pendlebury)는 2023년 호텔 투숙객 경험 보고서를 통해 한 가지 조언을 해줬어요. 호텔의 모든 고객이 디지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요.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때에 따라 다른 것을 원할 수도 있죠. 결국 둘 중 하나를 제거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해요.


중요한 것은 호텔이 첨단 기술과 휴먼 터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거예요. 기술의 활용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사람끼리 상호 작용하는 기쁨을 앗아간다면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것일지 몰라요.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고객과의 ‘관계’ 위에서 성장한 산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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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Escalation of sleep disturbances amid the COVID-19 pandemic: a cross-sectional international study, JCSM

 Five Trends Shaping the Hospitality Landscape in 2024, Hospitality Net

 Business Travel Trends Will Redefine Expectations, Hilton

 What Is Bleisure Travel, And How Is It Transforming The Hospitality Industry?, Blake Morgan, Forbes

 호텔스닷컴 언팩 ’24 공개 … 2024년 여행 트렌드 전망 발표, Newsroom

 Vibe-star service, JUSTIN QUIRK, Ex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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