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그림자 속에서 최근 몇 년 간 많은 변화를 겪었죠. 모두가 밖에서 식사를 못하는 동안 배달 음식 및 밀키트 시장은 급성장했고, 사람들은 편리함의 맛이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2023년, 다시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편리함에 더해, 건강과 즐거움을 찾아 나섰어요. 그렇게 제로 음료 열풍, 디저트 오마카세의 인기, 레스토랑 오픈런 등이 생겨났죠.
그렇다면 2024년에는 무엇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까요? 소비자들은 여전히 편리함과 가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할 거예요. 장기화된 고금리, 고물가로 식품 가격은 올라가고,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계속해서 플레이트(Plate)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하죠. 제로 음료 열풍에 이어 건강한 에너지 드링크를 고르고, 출퇴근길에 사는 작은 디저트로 스스로를 대접하면서요. 또한 로봇과 AI가 우리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여요.
이와 같은 2024년 F&B 산업의 변화에 대해 미국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기업 민텔(Mintel) 등이 2024년 F&B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했는데요.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들어갈 식재료부터 취향의 변화, 식품 및 외식업계의 흐름까지 짚어줬죠. 시티호퍼스가 이 리포트들을 바탕으로 2024년 F&B 산업의 ‘미래풍경’을 그려봤어요. 2024년의 F&B 트렌드를 알고 나면 앞으로 슈퍼마켓의 진열대, 레스토랑과 카페의 메뉴판등이 달라 보일 거예요. 지금부터 그 변화를 미리 살펴볼까요?
[미래풍경 2024 #2. F&B] 미리보기
• #1. 리틀 트리트 컬쳐(Little treat culture): SNS가 밀어주는 간식 문화
• #2. 로컬 온 더 플레이트(Local on the plate): 매운맛 열풍의 등장 배경
• #3. 클린 카페인(Clean caffeine): 제로 슈거를 잇는 건강 트렌드
• #4. 푸드 디코더(Food decoder): 먹기 전에 읽는 소비자들
• #5. 반응형 로봇 셰프(Responsive robot chef): 분석하고 판단하는 로봇의 등장
•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자 사회다
#1. 리틀 트리트 컬쳐(Little treat culture): SNS가 밀어주는 간식 문화
1930년대 미국에서는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립스틱 매출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어요. 대공황 시기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스스로를 대접하는 수단으로 립스틱이 적격이었기 때문이죠. 2024년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요.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불청객인 불경기가 또 다시 찾아왔으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경기 침체기에 기분 침체를 막으려 립스틱 대신 디저트류의 간식을 사먹을 걸로 보여요.
불경기 때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났지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있어요. SNS를 만나 더 빠르게 확산 중이거든요. 비싸지 않은 간식으로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작은 간식 문화’가 SNS에서 이슈가 되며 너도나도 유행에 동참하고 있죠. 틱톡에는 컵케이크, 젤리 등 10달러 이하의 간식을 사서 맛보는 동영상이 ‘리틀 트리트 컬쳐(Little treat cultur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약 7,300만 뷰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에요. 1억뷰를 넘는 건 시간 문제죠. 이처럼 젊은 세대는 작은 사치를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더 큰 만족을 느껴요. 기분 전환을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리틀 트리트 컬쳐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F&B 업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간식을 통해 작은 사치를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F&B 업계에서는 디저트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어요. 미국 도시 전역에 있는 케이크 가게에서는 홀 케이크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이제 작은 조각 케이크들이 대신하고 있죠. 슈퍼마켓이나 카페에는 혼자서 즐기기에 딱 맞는 크기의 1인용 디저트들이 종류별로 늘어나고 있고요.
리틀 트리트 컬쳐로 디저트류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니, 불경기에도 식음료에 대한 소비는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 전망이에요. 식품 관련 소비자 행동 조사를 하는 FMCG Gurus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53%가 식음료에 대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거라고 답했으니까요. 하지만 여력이 줄어들어도 출퇴근 길에 사 먹는 커피 한 잔, 간식 하나로 통해 얻는 기쁨은 남겨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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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컬 온 더 플레이트(Local on the plate): 매운맛 열풍의 등장 배경
코로나19 팬데믹의 끝난 후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다시 폭발하고 있어요. ‘보복 여행’이라는 말이 생기고, 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해 관광 공해를 겪는 지역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직접 여행을 떠나는 것만 늘어나는 게 아니에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닫힌 이후, 요리로 해외를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죠.
식사로 떠나는 미식 여행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요. 지금껏 먹어보지 않았던 로컬 푸드를 시도하거나, 이국적인 식재료를 구매하고, 때로는 특정 국가의 요리법을 더해보기도 하죠. 이는 모두 현지인이 먹는 음식을 똑같이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돼요. 그래서 2024년에는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로컬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요리들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껏 시도해 보지 않았던 향신료와 허브, 슈퍼 푸드도 전 세계의 슈퍼마켓과 식탁 위에 더 자주 올라올 거라 예상되고요.
이처럼 로컬 푸드를 맛보고자 하는 전 세계적인 욕구는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매운맛 열풍’ 트렌드로도 이어져요. 비록 맵다고 느끼는 국가별 인식은 다 다르지만,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 한 스코빌 지수를 기준으로 ‘매운맛 챌린지’까지 유행할 정도죠. 매운맛이 로컬 푸드와 무슨 관계냐고요?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인도 등 매운 양념을 주로 사용하는 로컬 푸드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고추, 하바네로, 마늘 등 향신료나 조미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거든요.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핫 소스 시장은 2023년 30억 9천만 달러(약 3조 9,907억 원)에서 2030년 50억 9천만 달러(약 6조 5,762억 원)로 6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세계가 더 촘촘히 연결될수록 미식의 국경선은 더 희미해지고, 플레이트 속 요리들은 교집합을 찾아나갈 거예요. 비교적 덜 알려진 로컬 푸드를 시도해 보는 소비자도, 로컬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요리를 만드는 레스토랑도 늘어날 걸로 보이죠. 2024년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식탁 위에서 확인하게 되는 해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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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클린 카페인(Clean caffeine): 제로 슈거를 잇는 건강 트렌드
설탕 대신 저칼로리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슈거 음료는 전 세계적인 열풍이었어요. 2020년에 1,253억 달러(약 161조 8,876억 원) 규모 수준이었던 제로 탄산음료의 시장은 2030년에 약 2,435억 달러(약 314조 6,020억 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죠.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10년간 두 배 가까이 시장이 커질 것이란 뜻이에요. 이런 현상에 힙입어 제로와 소비자의 합성어인 ‘제로슈머(Zerosumer)’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건강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설탕이나 칼로리를 줄이는 ‘마이너스’형 음료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분을 더해서 만든 새로운 기능성 음료도 인기를 얻게 될 거예요. 특히 현대인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분야에서요.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마신 직후에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리지만, 몸에서 분해가 되고 나면 피로와 무력감이 몰려온다는 단점이 있어요. ‘카페인 충돌(Caffeine Crash)’이라 불리는 이 현상 때문에 먹고 난 직후에는 활력이 넘치다가도, 몇 시간이 지나면 금세 기운이 빠지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클린 카페인’ 음료들 덕분에 집중력과 평온함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음료로는 버섯 등의 강장제가 들어간 커피가 있어요. 버섯 커피는 노루궁뎅이와 같은 약용 버섯과 커피 원두를 섞어서 만든 커피예요. 일반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시면 면역력이 강화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죠. 기존의 커피에 영양제를 더한 버섯 커피는 틱톡에서 1,300만 조회 수를 자랑하며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푸드 컬처로 급부상 중이에요.
한편 에너지 드링크에 건강 한 스푼을 더한 음료들도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어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들어간 에너지 드링크가 있죠. 이 음료는 에너지 부스트 기능뿐만 아니라 장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서 에너지 드링크계의 새로운 대체재가 되고 있어요. 이 밖에도 녹차의 천연 카페인 성분으로 만든 에너지 드링크가 머리카락과 손톱,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줘 건강 음료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까지 바쁜 현대인들은 최고 출력을 내기 위해 순간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음료를 거침없이 집어삼켰어요. 대신 부작용은 감내해야 했죠. 하지만 이제 마셔도 죄책감이 없는 더 나은 에너지 부스트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2024년에는 더 건강한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대해 봐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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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푸드 디코더(Food decoder): 먹기 전에 읽는 소비자들
소비자들이 요리 및 식재료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예산에 들어오는 가격인지, 함께 먹는 사람이 누구인지, 개인의 취향에 맞는지 등 말이죠. 2024년에는 소비자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더 추가될 거예요. 바로 ‘재료의 성분’이에요. 미국의 시장 조사 기관인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Innova Market Insights)’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3분의 1이 음식이나 식품 속에 들어있는 재료의 핵심 성분을 고려한다고 밝혔어요.
그렇다면 2024년에 유독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스타 성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42%의 소비자는 ‘단백질’을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꼽았어요. 이외에도 버섯을 주재료로 하는 식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2%씩 증가했고요.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기업 민텔(Mintel)은 2024년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를 발표하며 향후 몇 년 간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단백질 등이 들어간 음식 및 음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이처럼 성분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트렌드는 건강과 웰빙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만나 더욱 확산되고 있어요. 최근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점점 더 재료, 영양 성분, 생산 과정 등을 따지게 된 거죠. 소비자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자연스럽게 음식 및 식료품의 성분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장의 노력으로 이어질 수밖에요.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면 2024년에 F&B 업계 플레이어들이 어떤 성분을 넣었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성분을 강조하는지도 살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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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응형 로봇 셰프(Responsive robot chef): 분석하고 판단하는 로봇의 등장
F&B 업계도 인구 구조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요.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노동 인구 절벽을 피부로 느끼고 있죠.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시달리는 외식업계에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로봇과 AI 기술이에요. 특히 식당에 등장한 로봇은 단순히 효율화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실험이 아니라 생존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절박한 시험이죠.
2024년에는 더 많은 레스토랑의 부엌에서 로봇과 AI 기술이 활약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런데 요리, 설거지를 위한 단순 반복 작업이나 배달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거예요.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면 승진을 하듯이 로봇도 점점 더 발전하며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될 테니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예측 재고 관리(Predictive Inventory)예요. 지금까지 수작업으로 매출 및 수요를 확인하고 재고를 관리해 온 것과 달리, 앞으로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더 똑똑하게 변수를 관리하는 거죠.
예측 재고 관리 솔루션은 매출뿐만 아니라 시기, 고객 방문 패턴, 날씨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서 결론을 도출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한 덕분에 레스토랑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죠. 그중 가장 큰 장점은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적화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거예요. 레스토랑의 운영 효율뿐만 아니라 지구의 지속 가능성까지 높여주는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에요. 로봇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진화를 거듭할텐데요. 호텔 가격과 항공권 가격처럼, 레스토랑에서도 수요나 재고에 따라 실시간으로 메뉴와 음식 가격이 달라지는 반응형 메뉴(Responsive menus)를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어요.
인구 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은 단시간에 바뀔 수 있는 흐름은 아니에요. 사회 구조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산업에 적용하고, 이를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키 플레이어만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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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자 사회다
한 사람의 식생활로 알 수 있는 건 건강 이상이에요. 장바구니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 식탁 위에 차려진 한 끼, 카페에서 선택하는 음료를 보면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는 물론, 소득 수준이나 가족 형태까지도 알 수 있죠. 음식이 그 자체로 개인의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개인이 모인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F&B 트렌드를 확인하다 보면 시대가 흘러가는 방향을 어림짐작할 수 있어요.
2024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F&B 트렌드는 다양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요. 식생활만큼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영역도 없다는 거죠. 인구 특성부터 소비 심리, 기술 진화 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F&B 트렌드 속에서 숨겨진 기회를 찾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면, 매일의 식탁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공부의 현장이 될 거예요.
Reference
• Whole Foods Market Forecasts Top 10 Food Trends for 2024, WHOLE FOODS MARKET
• 2024 Global Food and Drink Trends, MINTEL
• 미, '제로 슈거' 음료 시장 성장세 지속, 워싱턴무역관 Norah Park, Kotra
• The Restaurant of the Future: 12 tech predictions, Restaurant
• Explore the Top 10 Restaurant Industry Trends in 2024, Startus Insight